‘판매왕’이라는 타이틀은 영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자 최고의 영예다. 카마스터, 세일즈 어드바이저, 세일즈 매니저, 영업사원, 영맨으로 불리는 이는 특히 그렇다. 누구나 자동차를 팔 수 있지만 값비싼 내구재를 남보다 빠르게 많이 파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자동차 4사의 지난해 판매왕. 이들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걸까. 초능력을 가졌거나 최면술을 익힌 것도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갑을 열게 만드는 특별한 비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국내 자동차 4사의 지난해 판매왕. 이들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걸까. 초능력을 가졌거나 최면술을 익힌 것도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갑을 열게 만드는 특별한 비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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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임희성 현대자동차 공주지점 영업부장, 정송주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영업부장, 김중곤 르노삼성차 강남지점 슈페리어SCA, 유지현 쌍용자동차 화곡영업소 팀장. /사진제공=각사 |
현대차 임희성 "특별한 비결 없다"
지난해 360대를 팔아 8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임희성 현대자동차 공주지점 영업부장은 “영업엔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는 건 물론이고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특히 슬럼프가 왔을 때 이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고 그 시간이 짧을수록 판매왕에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을 믿고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임 부장이 조심스레 언급한 비법이다. 과장되지 않은 목소리. 차분하지만 처지지 않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말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점은 솔직함이다.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도록 여러 자료를 비교·분석해주고 근거가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영업방식이다.
기아차 정송주 "알뜰한 시간관리"
기아차 정송주 "알뜰한 시간관리"
또 다른 판매왕 정송주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영업부장. 그는 지난해 403대를 팔았다. 무려 12년 동안 왕좌를 지켜온 장기집권 판매왕이다. 그는 오랜 시간 타이틀을 거머쥔 비결로 ‘성실·정직·실천’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3가지 노하우를 꼽았다.
“시간을 최대한 쪼개 알뜰하게 쓰는 게 노하우거든요.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결국 질적인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리고 자동차는 구매 사이클이 매우 깁니다.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 지나야 다음 결정을 내리잖아요. 상담할 때 모르는 건 모른다고 확실히 말씀드려야 오해가 없고 고객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어요. 고객이 차 구입을 고민할 때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구매와 관련한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이 생기면 그만큼 고객은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정 부장이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열정’때문이다. 그의 목소리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열정을 앞세우며 강조한 건 ‘실천’이다. “고객은 영원하지 않죠. 기존 고객의 관리는 물론 새로운 고객을 계속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지구력은 필수겠죠.” 그는 ‘영업은 시간싸움’이라는 점을 에둘러 설명했다.
르노삼성차 김중곤 "조력자 덕"
지난해 SM6와 QM6로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자동차. 판매왕의 자리를 놓고 총 3명이 경합을 벌인 결과 김중곤 강남지점 슈페리어 SCA가 260대로 정점에 올랐다. 그의 비결은 조력자를 만드는 것. 사실 그는 입사 초기 실적이 부진한 직원이었지만 주위의 ‘조력자’(MCA) 덕에 판매왕에 오를 수 있었다.
김 슈페리어 SCA는 “판매왕은 결코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나를 홍보해주고 도와주는 조력자가 50여명 인데 이들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전했다.
그의 습관 중 하나는 ‘메모’다.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메모의 중요성을 항상 되새긴다. 그 덕에 신뢰를 얻었고 그의 지원군을 자처하는 MCA가 점점 늘어났다는 것.
“지난해 초 SM6가 출시된 후 고객에게 인도하기까지 무려 3~4개월이 걸렸거든요. 이 정도면 기다리는 걸 참지 못하고 다른 차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탈률이 10% 이하였죠. 믿고 기다려준 고객들이 너무 고마웠고 이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쌍용차 유지현 "한결같은 고객관리"
쌍용자동차의 지난해 판매왕은 화곡영업소의 유지현 팀장이다. 2015년 268대로 판매왕에 올랐고 지난해 247대로 2년 연속 자리를 지켰다. 그는 20여년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14년 영업사원으로 전향, 이 같은 기록을 세웠다.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은 ‘여성 최초’다. 발로 뛰는 직업인 데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분야에 이름을 남겼기 때문. 그의 판매 노하우는 관리와 실천이다.
“2번이나 판매왕에 올라 너무 놀랐고 믿고 차를 구입해준 고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어떻게 해야 차를 팔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서 테스트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한결같은 고객관리가 핵심인데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하죠. 고객과 소통이 없으면 한계가 금방 드러납니다. 따라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집중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유 팀장의 화법은 부드럽지만 공격적이다.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고객들이 생각하는 허점을 파고든 게 성공의 요인이다.
“저는 일 미루는 걸 싫어해서 주말도 없이 일하거든요.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자료를 미리 찾아보는 건 기본이잖아요. 그리고 상담할 때는 최대한 말을 들어주지만 강하게 어필할 때도 많아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고객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보임으로써 믿음을 줄 수 있거든요. 점점 판매량이 늘었고 판매왕이 된 다음부터는 전화로 차를 파는 경우도 생겼어요. 물론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차량을 인도할 때는 얼굴을 봐야죠. 믿고 차를 구입해주는 분들 때문에 감동받고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더 느껴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성실함, 한결같음, 진솔함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판매왕들의 가장 큰 무기다.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판매왕에 오른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들의 소박한 바람은 되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