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지며 휴젤이 힘든 연초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초 46만원을 돌파했던 휴젤 주가는 약 4개월 만에 31만6900원(지난 2일 종가기준)으로 32% 급락했다.
주력 제품인 보톡스와 필러부문이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고, 4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되지만 잇단 악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잇단 악재에 주가 폭락
지난해 10월 메디톡스가 휴젤과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특히 메디톡스는 지난달 21일 보톡스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를 촉구하는 TV광고까지 시작하며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드러냈다.
휴젤 측은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을 우려해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향후 법정대응을 위해 자사 보톡스 제품(제품명 보툴렉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 중이다. 다만 분석이 완료되더라도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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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보톡스는 세균에서 생산되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미용 목적의 주사제다. 근육의 비정상적 수축을 조절하는 보툴리눔 독소의 특성이 주름 제거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어서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애용된다.
국내 보톡스 미용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1000억원, 세계 시장은 4조1000억원 수준으로 매년 10%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 의약품은 바이오제네릭 제품으로 분류돼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품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 및 단백질의 분리·동정, 독소의 정제,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포함한 안전성과 효능의 입증과정 등이 매우 어려워 이미 기술개발에 성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소수 회사의 장기간 과점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툴리눔 독소 의약품 개발 핵심원천기술은 미국 엘러간,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 프랑스 입센, 독일 머츠, 중국 란저우 생물제품연구소, 한국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8개 회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간 힘겨루기 돌입
이런 가운데 휴젤의 경영권 분쟁까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휴젤 최대주주인 동양에이치씨 외 14인은 최근 정관변경, 이사 해임,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법원에 신청했다.
휴젤 지분 24.36%를 보유한 동양에이치씨는 휴젤 공동창업자인 홍성범 중국 상해 서울리거병원장이 지분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문경엽 휴젤 대표는 동양에이치씨 지분 46.2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현재 동양에이치씨의 주도권은 홍 병원장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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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 측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홍 병원장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의 인원을 최대 4명 늘리는 정관번경 ▲문 대표, 김종민·권순우 사내이사 해임 ▲홍 병원장, 심주엽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노리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정관변경과 대표·이사 해임 가능성은 낮지만 동양에이치씨가 지목한 신규 이사 선임 가능성은 반반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관변경이나 대표·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참석자 중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신규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안으로 과반 이상의 지지만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만약 주총이 열리게 된다면 현재 지분구조상 동양에이치씨 측의 세가지 제안 중에서 신규 이사 선임만 가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 경영진을 견제할 이사가 늘어나는 게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 될지 경영권 분쟁 가속화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휴젤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