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잠재손실 5030억 선반영… 반등 기대감
대우건설이 지난해 영업손실 503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이 손실을 털어낸 것으로 해석돼 대우건설 주가가 전일보다 9.35% 급등했다. 앞서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앞으로 발생할 잠재손실을 지난해 실적에서 모두 털어내며 시장의 신뢰가 빠르게 회복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는 대내외 악재가 겹친 올해 건설업계 상황에 대비한 발 빠른 선제대응이라고 평가한다. 반등의 관건은 취임 6개월을 지나는 박창민 사장이 위기극복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렸다.
◆시장신뢰 얻은 '선제적 손실 털기'
대우건설이 공시한 지난해 별도기준 잠정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10조9857억원, 영업손실은 5030억원이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번 영업손실은 지난해 발표된 수주산업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라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준으로 추정한 준공예정원가율을 반영한 결과다.
여기에는 사우디 자잔 플랜트현장과 알제리 RDPP 플랜트현장의 손실 반영이 컸다. 사우디 자잔 현장에서는 발주처의 사업부지 인도 지연과 설계변경 요청에 따른 공기연장 및 비용 증가가 있었다. 대우건설은 전체 공사기간 준공예정원가를 외부기관에게 검토 받은 뒤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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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옥. /사진=뉴시스 DB |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기에 손실을 털기 위해 국내 16개 현장, 해외 24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가지 못한 곳은 관련 서류를 꼼꼼히 검토했다”며 “올해는 안정적인 국내사업 매출비중을 높이고 해외에서는 회사가 강점을 갖춘 수익성 높은 개발형 투자사업을 선별 수주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잠재손실을 조기에 털어낸 만큼 올해는 대규모 흑자전환을 통한 시장 신뢰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의도적 어닝쇼크, 매각도 탄력?
대우건설이 털어낸 손실은 의도적 어닝쇼크인 만큼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속도를 늦추기로 한 매각작업을 서두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KDB밸류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전량 매각키로 의결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오는 10월 돌아오는 PEF 만기에 맞춰 지난달쯤 매각공고를 내고 작업을 서두를 계획이었지만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보고서에 의견거절 결정을 내면서 매각 시기를 늦췄다.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대규모 잠재손실을 털어낸 실적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의 매각작업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 시기를 늦출 뜻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은 당장 매각하는 것보다 매력 있는 매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시장평가와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당장의 매각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매각 대상인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매각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현재 복잡한 국내 정세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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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사진=임한별 기자 |
◆'박창민 리더십' 반등 열쇠
대규모 잠재손실을 한번에 털어낸 대우건설은 이제 반등 기회를 노린다. 그 열쇠는 취임 6개월이 지난 박창민 사장이 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출신인 박 사장은 대우건설 최초의 외부출신 대표이사로 지난해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노조의 반발을 샀다. 당시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은 자격이 부족한 사장의 선임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검증된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사장은 노조의 반발을 뚫고 지난해 8월23일 취임했다. 박 사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저성장시대에 대비해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체질을 개선해 세계적인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박 사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였다. 대내외적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 실적 및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대우건설의 몸값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지난해 연말 기존 14개 본부 118팀을 11개 본부 101팀으로 축소하는 조직 슬림화 카드를 꺼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박 사장 취임을 반대했던 노조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된 CEO의 경영행보를 세밀하게 평가하는 건 무리”라며 “박 사장을 흔들어 혼란을 초래하기보다는 조직융화에 매진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