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에서 ‘작지만 매운’ 중소형사의 기세가 심상찮다. 중소형손보사들이 올 초부터 특색을 갖춘 신상품을 전면에 배치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2015년 말 금융당국의 보험료율 자율화 시행에 맞춰 경쟁력 높은 신상품 개발에 나섰다. 최근에는 특화된 신상품을 독점판매하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은 특정 보험사가 개발한 상품의 창의성과 독특한 구조를 타사가 베끼지 못하도록 일정기간(3개월~1년) 독점판매 권한을 인정하는 제도다. 보험사가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면 각 보험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권한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중소형사들은 ‘셀링 포인트’로 배타적사용권을 활용한다. 나아가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상품이 효자상품으로 성장하도록 약관 개정에도 힘쓰는 추세다.


세이프투게더보장보험 배타적사용권. /사진제공=한화손해보험
세이프투게더보장보험 배타적사용권. /사진제공=한화손해보험
무배당 NH프리미어운전자보험. /사진제공=NH농협손해보험
무배당 NH프리미어운전자보험. /사진제공=NH농협손해보험

이달 초 한화손해보험은 ‘마이라이프 세이프투게더보장보험’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상품은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보장한다. 골절부목 치료비를 보상하고 인터넷 직거래 사기피해와 사이버 명예훼손피해 등 생활보장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배타적사용권 획득으로 한화손보는 골절부목 치료에 대한 보장을 오는 5월까지, 인터넷직거래 사기피해보상 및 사이버명예훼손피해보장을 오는 8월까지 독점 판매할 수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말 ‘NH프리미어운전자보험’의 6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이 상품은 고령운전자 사고에 대비해 가입연령을 80세로 확대했고 최대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으며 특약 가입 시 운전면허를 소지한 가족 운전자 모두에게 부상치료비, 벌금비용, 변호사 선임비용, 사고처리지원금 등을 보장한다. 고객의 필요에 맞는 보장혜택을 제공하고 계약유지의 편의성을 확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은 지난해 초 부여기간이 1년으로 늘면서 히트상품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며 “중소형사들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의 상품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형사 중에선 흥국화재의 ‘더조은 직장인 안심보험’이 배타적사용권을 받았고 AIG손해보험의 ‘이차암진단(간편가입) 특별약관’, 한화손보의 ‘타임브릿지 건강보험’ 등도 한동안 독점판매를 유지했다.


[중소형손보사 무한변신] 신상 제조기 '매운 고추'

◆키워드 ‘유병자·고령자’… 장기보험 비중↑
중소형사들은 기존에 소홀히 했던 유병자와 고령자를 겨냥해 문턱을 낮춘 상품도 선보인다. 2021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17, 치열한 영업경쟁 등에서 생존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강조한 것.

보험은 건강한 사람이 나이 들어 아플 때를 대비해 가입하는 것이 전통적이나 최근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병이 있어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고령자보험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2015년 13%에서 오는 2030년 24%로 상승할 전망이다. 나아가 2040년에는 3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유병자·고령자보험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의 ‘참 편한 건강보험’은 3대 질병(암·심장질환·뇌질환)에 대한 진단비와 입원·수술비 보장을 확대했다. 특히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 첫날부터 입원일당을 지급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또 3대 질환 수술에 대한 가입금액을 높여 보장범위를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나이가 많은 운전자의 교통사고나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보상하고 의료사고가 났을 때는 법률비용까지 보장해 눈길을 끈다.

AIG손보는 61세부터 80세까지 병력이 있는 사람도 가입이 가능한 ‘AIG 소문난 3대큰보장보험’을 판매 중이다. 10년 단위 갱신형 상품으로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며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에 대해 각각 최대 2000만원을 진단비로 보장한다.

MG손해보험이 판매하는 ‘건강명의 간편양한방보험’도 간편심사를 통해 고령자와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양방치료뿐 아니라 첩약, 약침, 특정 물리치료 등 한방치료를 보장해 차별성을 뒀다.

악사(AXA)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2.75%에서 3.00%로 인상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높게 설정되면 같은 보험금을 받는 다른 상품보다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가 줄어든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오르면 보험료는 5∼10%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소형사들은 장기보험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우량물건 확보에 주력한다. 불량물건에 대한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한화손보는 마일리지 할인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자녀할인특약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보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차보험 비중이 16.8%로 3년 전보다 1.6%포인트 늘어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악사손보는 계기판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을 개발, 판매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으로 몸집을 불리기보다 우량고객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또 장기보험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