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기대 이상 국민차'


'서민의 발' 경차는 그동안 고마운 국민차였다. 그럼에도 경차에는 좁고 약하고 재미없는 데다 싸구려라는 편견이 따라붙었다. 기아자동차가 새로 선보인 3세대 모닝은 경차에 대한 그간의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강력한 주행성능에 넓어진 내부공간, 높아진 안전성 등 소비자가 바라는 미덕을 두루 갖췄다. 단단한 차체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코너링을 구현했고 상위 차급에나 제공하던 첨단 편의·안전품목도 잔뜩 집어넣어 예전의 경차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의외의 움직임에 놀라다
지난 7일 서울-가평을 오가는 구간에서 신형 모닝을 시승하며 가장 놀란 건 주행성능이다. 그동안 경차들은 시속 100㎞만 넘어도 불안했지만 이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고속주행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아 듬직했다. 의외였다.

가속할 때는 페달을 있는 힘껏 밟기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페달을 조작해 엔진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배기량 998cc의 카파 1.0 에코 프라임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76마력(ps), 최대토크 9.7kg·m의 성능을 낸다. 토크가 낮아 배기량 높은 차만큼 마구 몰아붙이기 어렵지만 이미 붙은 속도를 최대한 이용하면 크게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차를 몰 수 있다. 차의 콘셉트에 맞춰 운전해야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올 뉴 모닝은 차세대 경차 플랫폼이 적용됐다. 초고장력 강판(AHSS) 적용비율을 44%로 확대해 동급 최고수준의 차체강성을 확보했다. 기존 22% 대비 2배다. 나아가 차체 구조간 결합력을 강화하기 위해 충돌보강형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했다. 차가 뒤집혔을 때 버틸 수 있는 강도를 높이고 충돌 시 견디는 하중경로와 연결구조도 개선했다.

코너링은 수준급이다. 빠르게 코너를 공략해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유지했다. 단단한 차체가 뒤틀림 없이 버텨주고 큼지막한 바퀴가 노면을 잘 움켜쥔 채 코너를 빠져나갔다. 시승차는 195/45R16 규격의 타이어가 끼워졌다. 무게(공차중량) 955kg의 차체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규격이며 실제 중형차에도 쓸 수 있는 스펙이다.

일반적인 성향의 운전자라면 15인치 이하의 휠을 고르는 게 낫다. 16인치는 노면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경차는 서스펜션 사이즈가 다르고 차체 공간도 부족해 큰 차와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하체 움직임은 큰 충격에 유연하고 작은 충격은 버텨내도록 단단하게 세팅됐다.


코너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토크 벡터링 시스템’(TVBB)도 적용됐다. 코너를 돌 때 안쪽바퀴에 제동을 걸어 바깥쪽 앞바퀴에 힘을 몰아줌으로써 안정적인 궤적을 유지토록 하는 기능이다.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달리다 멈춰서는 능력도 충분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큰 제동력이 필요하면 페달이 묵직해진다. 제동 시 손실된 압력을 보완해주는 FBC시스템 덕분이다. 제동과정에서 좌우 쏠림현상이 생기면 안전하게 직진제동을 가능케 해주는 쏠림방지시스템(SLS)도 탑재됐다.
또한 4.7m의 동급 최소 회전반경 덕에 주차할 때나 유턴 상황에서 조작이 용이했다.

◆개성있는 겉, 넉넉한 속

새로운 모닝은 구형보다 커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전면부는 구형보다 날렵한 형상의 헤드램프와 굵직한 라디에이터그릴이 이어져 조화를 이룬다. 주간주행등, 포지셔닝램프, 방향지시등에 모두 LED를 적용해 시인성을 높이면서 한층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 후면부도 큰 디자인 테마를 물려받아 넓어보이도록 세로형 테일램프 폭과 뒷유리 크기를 조정했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트 컬렉션’ 패키지도 눈길을 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옆 에어커튼을 감싸는 가니쉬, 측면부 하단 장식, 리어범퍼 디퓨저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했다. 차 외장 컬러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조합이 달라진다.

실내공간은 구형보다 넓어졌다. 특히 앞뒤 바퀴 축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가 구형보다 15㎜늘어나 2400㎜나 된다.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시트 형상을 바꾸고 크래시패드도 얇게 만들어 공간을 쥐어 짜냈다. 내비게이션은 플로팅타입으로 센터페시아 윗부분이 툭 튀어나온 형태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수납공간을 다양하게 마련해 실용성을 높였다.

트렁크공간의 활용성에도 신경 썼다. 설계가 달라지며 기존 200ℓ에서 28% 늘어난 255ℓ의 용량을 확보했고, 2열 시트는 풀플랫(굴곡 없이 편평하게 접히는) 방식으로 등받이를 접을 수 있어 최대 1010ℓ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올 뉴 모닝. /사진=박찬규 기자
올 뉴 모닝. /사진=박찬규 기자

◆능동·수동형 안전품목 강화
경차라고 안전하지 않다는 건 옛말이다. 단단한 차체에다 첨단 안전장비로 무장했다. 섀시통합제어시스템(VSM)이 기본 적용됐고 ▲앞차와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전방충돌 경보시스템’(FCWS)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 ▲급제동시 비상등을 스스로 켜서 뒤따라오는 차에 위험을 알려주는 ‘급제동 경보시스템’(ESS)도 적용됐다.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7에어백시스템, 충돌 시 시트벨트를 팽팽하게 당겨주는 ‘전좌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 타이어 공기압 경보시스템(TPMS) 등으로 전방위 안전을 챙겼다.

◆가격은 글쎄… '경차 혜택'에 기대

경차로 분류되는 점은 모닝의 최대 무기이자 굴레다. 규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여러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완수하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시승차는 최상급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스마트 내비게이션, 스타일 패키지, 선루프가 추가된 이른바 ‘풀옵션’ 차다. 모든 품목을 더한 가격은 1610만원까지 올라간다. 기본형인 베이직 플러스 트림은 950만원부터다. 활용도가 높은 6:4폴딩시트는 990만원짜리 디럭스 트림부터 포함된다.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하려면 125만원을 더 내야 한다.

경차의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고급차의 다양한 품목을 즐기려는 사람에겐 반길 만한 일이지만 가격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모두 담아내면서 가격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차의 구매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옵션을 선택해야 '가성비'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