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자료사진=뉴스1
한센인. /자료사진=뉴스1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지난 15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강모씨(81)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의사들이 행한 수술로 입은 한센인의 손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의사들이 한센인에 대해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강씨 등으로부터 '사전에 이뤄진 설명에 따른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에게 시행된 정관절제 수술 등은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국가는 의사 등의 행위에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한센인들이 동의했더라도 한센병이 유전되는지, 자녀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치료가 가능한지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열악한 사회·교육·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씨 등 19명은 국가가 한센병 환자의 치료 및 격리수용을 위해 운영해온 국립소록도병원, 익산병원(소생원) 등에 1950~1970년대 입원했다. 이들 모두 병원에서 강제로 낙태나 단종수술을 받았다. 1963년 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된 뒤 당시 보건사회부는 나병관리협의회를 개최하고 '한센병 환자들에 대해 단종수술을 적극 장려해 가족계획에 완벽을 기할 것'이라는 지시를 국립병원장들에게 내렸다.

하지만 2007년 10월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인피해사건법)이 만들어졌고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에 강씨 등은 2013년 8월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센인권변호단장을 맡은 박영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선고가 이뤄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부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고통을 겪어온 한센인들의 눈물을 닦아줘 다행"이라며 "이를 계기로 입법부에서도 일괄 배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한 맺힌 삶을 살아온 그분들에게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