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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식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다 /사진=박찬규 기자 |
자동차는 보통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으로 꼽힌다. 요새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하나의 가족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생활의 일부이자 파트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부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분노하게 만든다.
차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뭘까. 애초에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달라진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최근 10년새 폭설이 잦아지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염화칼슘’이 주범으로 꼽힌다. 예전과 비교해 많게는 10배나 차이 나는 곳도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물을 도로에 뿌려 노면이 어는 걸 막기도 한다.
제설제로 주로 쓰이는 염화칼슘이 자동차에 치명적인 건 주변 습기를 빨아들이는 특성 때문이다. 습기를 빨아들이면서 열을 내는데 이때 주변의 눈을 녹이면서 도로가 얼지 않게 한다. 문제는 차체에 붙으면 해당 부위에 지속적으로 습기가 공급돼 차체가 부식된다는 것. 염화칼슘을 제대로 씻어내지 못한 차들은 하체에 듬성듬성 작은 부식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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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이 달라붙어 부식된 흔적 /사진=박찬규 기자 |
◆아연도금강판 쓰면 무조건 부식에 강할까
차체부식의 가장 큰 문제는 도장면 아래로 빠르게 번진다는 점이다. 겉은 멀쩡해도 속이 삭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동차의 암’으로 불린다. 요즘엔 자동차제조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 부식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아연도금강판을 더 많이 쓰고 각종 방청보조재를 활용하는 추세다.
게다가 예전엔 차 외부 습기에 대비하는 차원의 방청이었다면 요새는 내외부 요인을 함께 대비하는 설계가 뒷받침된다. 단순히 꼼꼼하게 페인트칠을 하는 걸 넘어 페인트 도장면의 두께, 주행 중 돌이 튀거나 이물질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과 그 형상까지 고려한다.
자동차 부식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단연 ‘아연도금강판’이다. 일반 강판보다 값이 비싸지만 내식성이 좋아서 자동차처럼 부식에 대비해야 하는 제품에 주로 쓰인다. 전자제품에는 전기도금방식을 써서 매우 균일하고 정교하게 도금할 수 있지만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경우 욕조에 담갔다 빼는 용융도금방식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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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실내 곳곳에도 방청처리가 필수 /사진=박찬규 기자 |
철강업계에선 도금하는 아연의 양에 주목한다. 아연을 많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사용량이나 비율은 기밀사항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도금강판을 차체에 얼마나 적용하느냐에 따라 부식에 견디는 성능에 차이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차체를 구성하는 강판 중 70%에서 최대 85%까지 아연도금강판을 쓴다.
아울러 아연 방청성능은 단순히 아연도금강판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도금강판을 어느 곳에 썼고 실러나 왁스, 언더코트 등 방청보조재를 어디에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철강과 자동차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아연도금강판이 부식에 강한 건 맞지만 절대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이는 아연도금강판에서 철 대신 희생부식하는 표면의 아연이 모두 사라지면 결국 강판이 부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환경요인이 열악해지고 있어서 부식되는 시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이유로 자동차 사고 수리과정에서도 방청처리는 필수작업으로 꼽힌다. 방청작업 없이 단순히 도색만 했다면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부식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자동차부식도 보증기간이 있다
공정위는 2014년 3월 품질보증기준을 정비했다. 특히 자동차 도장면의 관통부식은 차 구입 후 3년 이상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히 자동차 품질보증기간(차체 및 일반부품 2년, 4만km)을 적용하면 도장면 관통부식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구제가 어렵다. 이에 자동차 후드·도어·필러·휀더·트렁크리드·도어사이드실·루프외판 등의 관통부식 품질보증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
현대·기아·르노삼성은 7년,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5년 동안 관통부식 보증을 하며 해당 기간 내 주행거리제한을 두지 않았다. 나머지 일반부식은 일반보증과 같은 기준으로 보상해준다. 제작할 때부터 최소 10년은 부식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차 부식논란 속 카케어시장 ‘쑥쑥’
글로벌 화학회사들도 우리나라 자동차의 구조적 특성과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자동차제조사에 방음·방청 솔루션을 제공하는 독일 화학회사 헨켈은 B2B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B2C시장에 진출, 테로손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3M카케어, 지바트, 뷔르트 등 많은 방청전문업체들도 관련된 서비스로 시장을 키웠다.
특히 이들 업체가 주목하는 건 사고수리. 그동안 사고 후 방청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에 착안, 틈새를 파고들었다. 차를 산 다음 방청작업을 해주면 그만큼 부식에 대비할 수 있어서 차를 오래 탈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사고처리 후 관리에 대한 부분은 간과하기 일쑤다.
덕분에 정비소 안에 방청브랜드가 입점하는가 하면 자동차회사나 개별 정비소가 방청업체와 제휴하는 경우도 생겼다. 기아차 레드멤버스 테로손샵 카케어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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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 당시부터 얇고 넓게 1차 방청처리된 곳과 주요지점에 두껍게 추가 코팅 작업이 이뤄진 자동차 하체. /사진=박찬규 기자 |
자동차회사나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제조사들이 차를 제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도 차를 더 아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청작업을 하는 작업자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동차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야 애당초 자동차회사가 차를 똑바로 만들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리하는 사람에 따라 부식 정도가 다르다는 점은 간과하기 힘들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또다른 국내 자동차회사의 연구원은 “차를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은 모든 제조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단순한 제품을 넘어 시장에서 팔릴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 점을 간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여러 업체가 부식 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