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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사진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임한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오늘(23일) 국가 교육개혁 의제를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국가 교육개혁 의제를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한국 교육의 발전을 막는 입시 중심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행 교육 체제와 법 제도를 전면 개혁하고, 학벌 중심 사회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 도전하는 교육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 ▲자율과 협력이 살아있는 교육 등 크게 3가지 주제로 12가지 의제를 구체화했다. 교육청이 단독으로 실현할 수 없는 정책들이지만,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교육 공약 검토본'인 셈이다.
조 교육감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반적인 학제 개편을 주문했다. 취학 전 만 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초등학교 취학 전 준비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는 5학년제로 1년 단축하되 아동의 빠른 성장, 발달 속도에 따라 중학교에 1년 일찍 진학하도록 한다. 중학교는 4학년제로 연장하고 직업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중4 전환학년제'를 실시한다. 고등학교는 3학년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학점제'를 도입하되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무학년제 하에서 학생들이 수강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게 한다.
조 교육감은 앞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제안한 '5-5-2'(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직업학교 2년) 학제 개편안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제안은 현재 고교 체계의 상당한 해체적 재편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학교에 적용되기까지 10~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현재 학제를 거의 유지하며 좀 더 현실적인 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의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국가 교육개혁 의제를 제안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저는 오늘 서울특별시 교육감으로서 ‘특별한 제안’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지난 2년8개월여 동안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초중등교육과 관련해 국가가 정한 법제도적 틀 안에서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치’적 노력을 경주해왔습니다. 가령, 기존의 학교 중심적 구조를 넘어서서 교육혁신지구, 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자체, 마을로 교육 공간적, 기능적 영역을 확장한 것, 기성적 관료 틀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행정 협치를 시도한 것,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 및 교육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의 혁신 열정을 지원한 것 등이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해 온 많은 일들의 성공과 안착 여부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평가해야 할 것이며, 또한 아직도 현실에 주어진 범위의 경계선까지 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의 여지는 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방교육자치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때로는 더 나은 교육의 희망을 우리 아이들에게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교육청 차원의 초중등교육을 왜곡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의 원천적 구속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교육과정의 구속성입니다. 이른바 ‘교육과정 자치의 불완정성’ 이라 하겠습니다. 그 구속의 극단성이 예를 들면, 작금의 국정 교과서와 같은 것입니다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가적 수준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의 큰 틀을 벗어난 자율적인 다양한 교육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과도한 국가 주도적 교육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교육행정의 구속성입니다. 이를 ‘행정 자치의 불안정성’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지방교육자치의 시대에 교육청이 해당 지자체의 교육에 관한 한 책임 있는 권한과 재량을 갖고 행정을 펼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 지당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반대의 현상을 많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행정 권한 소재를 놓고 정부와 교육청이 공방을 벌이거나 상호 충돌하는 정책 방향으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보이는 것은 저로서도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여전히 지방교육자치가 법제도적으로 불완전한 탓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바로 학벌, 학력주의적 사회 구조의 구속성입니다. 교육의 본질적 목표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동체적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공공적 인간을 평등하게 키워내는 것입니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헌법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입시와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력 신장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동안 우리 초중등교육이 오로지 입시 하나를 위한 획일적 경쟁 교육으로 고착화된 것은, 개개인의 배타적인 성공주의를 주조하는 사회 경제적 배경과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구속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이상, 서울교육, 아니 우리 대한민국 교육은 영원히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단 이것은 저만의 문제의식이 아닐 것입니다. 이미 국민 모두가 국가의 정상화에 버금가는 교육체제의 근본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의 거대한 괴물 같은 ‘입시’ 앞에 개개인으로서의 무력한 존재로 위축되어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동안 수많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을 만난 결과 우리 초중고 교육은 학생을 인간으로 올바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질병에 걸렸으며 이제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절박함을 안고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비로소 그 한계 상황에 달했으며, 그것을 혁명적으로 뛰어넘고자 하는 열망이 광장의 촛불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가 깨닫게 해준 교육 모순과 병폐가, ‘최순실의 교육 농단’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국민적 분노는 단순히 농단의 주역 몇몇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교육, 공정한 교육, 그리고 인간다운 교육을 통해서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노력의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 갈수 있는, 그런 교육,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불공정한 사회, 양극화된 사회, 권력과 ‘빽’이 원칙과 상식을 압도하는 사회, 줄과 연고주의가 주요한 작동 원리가 되는 사회, 그러한 부조리함이 결합된 극단적인 적자생존식, 약육강식의 시장주의에서는 교육이 바로 설 리가 없고, 교육이 삶의 희망일 수 없습니다.
산업과 직업의 극단적인 서열체계, 소수 독점 체제에서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특히 우리 청년 세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공시생 공화국 현상’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학과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학생과 청소년들 역시 그러한 불행하고 부조리한 우리 사회에 대한 비관적 회의주의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일찍 부조리한 사회에 눈떠버린 애어른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지만, 우리 아이들은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으로서 더 해줄 수 없는 게 너무나 속상합니다. 아무리 ‘일반고전성시대’와 ‘고졸성공시대’ 정책을 펼쳐도, 거기까지입니다. 교육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없는 나라에서 “열심히 하면 다 행복해질거야” 라는 말을 차마 하기 힘든 자괴감이 큽니다.
정치권에서 비로소 여야를 막론하고 재벌개혁까지 부르짖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경제사회적 버전이 재벌개혁이라고 한다면, 교육 버전은 학벌, 학력주의 구조와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복잡다단한 미래사회로의 선진적 흐름과 구시대적인 입시경쟁교육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소수의 재벌이 산업체제를 넘어 국민의 삶을 지배하는 나라, 이른바 ‘SKY’가 기득권이 되어 움직이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최순실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한 ‘똑똑한 악마’가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조금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성실하고 노력하는 착한 민중’이 공정하고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를 우리는 원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에 적합한 능력이 아닌 평등한 사회에 복무하는 ‘착한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우리는 원합니다. 그런 점에서 능력주의의 모순을 깨닫고, 공공적 능력과 공동체적 성실함이 교육적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똑똑한 악마를 길러낸 교육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똑똑한 악마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도 함께 멈춰야 합니다. 사회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하는 것은 ‘교육청의 정책’이 아닙니다. 국가 교육 정책이어야 할 것, 내지는 사회 체제의 변화 속에서 함께 도모되어야 할 교육 체제 수준의 방향과 목표입니다. 교육감의 권한 밖의 일을 제안하는 것이 자칫 공허한 주장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오늘 제가 이렇게 결연하게 나서는 것은, 초중등교육을 옥죄고 있는 국가 차원의 교육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모두가 바라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국민과 서울시민 여러분께 호소하기 위함입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서울시민, 국민 여러분들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변화의 길에 나서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학교의 혁신이 학교 공동체 주체들의 능동적 실천에 의해 비로소 가능한 것처럼, 사회와 교육 체제의 변혁 또한 시민과 국민들의 연대적 힘이 작용할 때 가능합니다.
우리 역사에 특별히 기록될 2017년, 급작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한 대선 시계를 바라보면서,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부르짖는 여야의 대선 주자들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 재편과 함께 교육체제를 비로소 정상화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저의 제안은 서울시민과 국민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 또한 서울시민과 국민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함께 정치권에 던지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직업서열, 대학서열, 고교서열로 이어지는 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교육 복합 체제가 만고불변의 실체가 아니라는 것, 입시경쟁교육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얼마든지 국민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오늘 제가 발표하는 제안은 그 노력의 일단입니다. 단기적 개선책도 있고, 장기적인 과제도 있습니다. 교육청 차원에서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국가 수준에서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들입니다. 지금의 교육부 중심의 국가교육행정체제를 재편하는 것을 포함하여, 대학체제, 초중등교육체제, 학제, 교육복지체제, 교육 인력 체제 등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변혁의 주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바라는 사회와 교육으로 가기 위한 기본 논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치열한 국민적 토론을 통해서 만들어가야 할 내용들입니다. 미래교육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필요합니다. 그것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2017년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이하, 각각의 의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의식과 취지, 방향을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설명드리려는 12가지 의제는, 서울교육청과 무관한 초이상적인 국가 교육 의제라기보다는, 서울교육청의 ‘현실적 정책 욕구’과 접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각각의 의제 영역과 주제에 있어서 더 근본적인 변혁안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현실과의 연결 고리가 없는 ‘이념형적 대안’은 자칫 논의의 공전 가능성, 제도의 현실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현실의 수위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가령, 학제개편, 고교체제개편, 대학체제개편 등도 현실의 제도적 형태를 벗어난 매우 이상적인 상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사회 전반적인 변혁 또는 사회체제의 전환(가령, 한국의 북유럽 국가로의 체제 변화와 같은)과 함께 가야 할 정도의 근본적인 수준입니다. 이를 이상적인 목표로서 제시하고 이것에 대한 논의와 노력도 병행해야 하겠습니다만, 당장의 현실에서는 조금 더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편, 아래의 학제개편, 학생 중심 수업체제,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 등은 그 자체로만 안정적인 개혁안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오늘 제안드리는 모든 의제들의 실현에 앞서 전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대학서열체제의 해소, 그리고 그와 함께 갈 고교체제의 수평적 재편(일반고, 특성화고, 소수의 특수목적고 3분류 체계)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그와 학제의 변화와 교육과정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전인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강력한 입시구조에서는 그 어떤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자율성도 결국 입시편향성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마치 외고, 자사고가 그랬던 것처럼, 또 학생부종합전형(수시)으로 인해 학생부가 입시용 도구로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입니다. 학생생활기록부는 말 그대로, 학생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기록하고 점검하기 위한 교육적 장치인데, 학종으로 인해 학생부가 비교육적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 결과적으로 입시의 불공성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 역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국가 차원에서 대입문제, 대학체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맥락 속에서 함께 다뤄져야 할 사안입니다.
종적으로 서열화가 해결된 조건 위에서, 횡적으로 다양성과 자율성이 풍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제안들의 골자입니다. 따라서 나열된 12가지 의제들 중,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이나 고교 및 대학체제 개편안은 다른 의제들에 대한 전제적 또는 선행적 위상을 갖고 있는 의제라고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 제시된 안들의 전체적인 ‘의제 구조’는, 미시/거시 의제, 직렬/병렬 의제, 전제적 선후 관계의 의제들이 혼합된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향후에는 좀 더 다양한 의제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부연해서 강조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하는 내용은 서울교육감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실행정책’이 아닙니다.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국가교육 대개혁안’의 검토요청서인 셈입니다. 지방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감은 주어진 정책 및 제도패러다임 내에서 초중등 교육을 관장합니다. 그런데 대선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고려할 때 대선 후보 선출을 통한 경쟁과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선거 이후 패러다임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교육감의 입장에서 향후 패러다임의 방향에 대해 현장의 의견과 행정경험을 기초로 한 의견제시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후보의 공약과 후보에 의해서 실행될 당선 이후의 실제 정책이 불일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후보들과 그 후보들의 공약은 이후 정책 및 제도패러다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의 역할을 합니다. 사실 오늘 제시하는 여러 정책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어떻게 확정되고 국민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실행의 범위와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서울교육감으로서 후보들께 바라는 점은 이후 교육공약을 확정할 때 서울의 교육 현장으로부터 제안된 안을 염두에 두고 공약을 다듬어주시고 이후 실행정책도 가다듬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실현해야 할 9대 교육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발표는 이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고, 서울교육청이 스스로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서울교육의 발전과 연계된 대안적 정책 방향을 정리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2016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교육감으로서 초중등교육을 제약하는 대학체제, 교육체제 등의 문제를 시민의 관점에서 제기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의 교원들을 중심으로 한 TF와 교육청 내 전문직과 일반직, 연구직에 계신 분들이 함께 논의한 TF, 이렇게 두 개의 TF를 구성하여 작년부터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해온 바 있습니다. 그러던 중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공동으로 국가적 교육개혁의제를 준비하면서 저희 서울시교육청도 함께 작업을 하였으며, 9대 의제로 압축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그 9대 의제의 정신을 살리는 동시에 그것에 담지 못한 주요 내용들과 좀 더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친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대안적 내용을 담아 별도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발표를 통해 대선 후보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국민적 관심과 소통 속에서 교육체제의 전환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약화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필요하다면 모든 대선 후보들과 국민들, 그리고 교육감들이 이러한 교육 의제를 놓고 활발하고 진지하게 토론해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이후에도 몇 가지 굵직한 교육의제를 고민해서 제안하려고 합니다. 서울교육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이 바로 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통합적 관점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이 격변의 시대를 함께 돌파해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서울특별시 교육감으로서 ‘특별한 제안’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지난 2년8개월여 동안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초중등교육과 관련해 국가가 정한 법제도적 틀 안에서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치’적 노력을 경주해왔습니다. 가령, 기존의 학교 중심적 구조를 넘어서서 교육혁신지구, 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자체, 마을로 교육 공간적, 기능적 영역을 확장한 것, 기성적 관료 틀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행정 협치를 시도한 것,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 및 교육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의 혁신 열정을 지원한 것 등이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해 온 많은 일들의 성공과 안착 여부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평가해야 할 것이며, 또한 아직도 현실에 주어진 범위의 경계선까지 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의 여지는 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방교육자치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때로는 더 나은 교육의 희망을 우리 아이들에게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교육청 차원의 초중등교육을 왜곡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의 원천적 구속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교육과정의 구속성입니다. 이른바 ‘교육과정 자치의 불완정성’ 이라 하겠습니다. 그 구속의 극단성이 예를 들면, 작금의 국정 교과서와 같은 것입니다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가적 수준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의 큰 틀을 벗어난 자율적인 다양한 교육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과도한 국가 주도적 교육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교육행정의 구속성입니다. 이를 ‘행정 자치의 불안정성’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지방교육자치의 시대에 교육청이 해당 지자체의 교육에 관한 한 책임 있는 권한과 재량을 갖고 행정을 펼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 지당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반대의 현상을 많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행정 권한 소재를 놓고 정부와 교육청이 공방을 벌이거나 상호 충돌하는 정책 방향으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보이는 것은 저로서도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여전히 지방교육자치가 법제도적으로 불완전한 탓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바로 학벌, 학력주의적 사회 구조의 구속성입니다. 교육의 본질적 목표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동체적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공공적 인간을 평등하게 키워내는 것입니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헌법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입시와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력 신장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동안 우리 초중등교육이 오로지 입시 하나를 위한 획일적 경쟁 교육으로 고착화된 것은, 개개인의 배타적인 성공주의를 주조하는 사회 경제적 배경과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구속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이상, 서울교육, 아니 우리 대한민국 교육은 영원히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단 이것은 저만의 문제의식이 아닐 것입니다. 이미 국민 모두가 국가의 정상화에 버금가는 교육체제의 근본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의 거대한 괴물 같은 ‘입시’ 앞에 개개인으로서의 무력한 존재로 위축되어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동안 수많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을 만난 결과 우리 초중고 교육은 학생을 인간으로 올바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질병에 걸렸으며 이제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절박함을 안고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비로소 그 한계 상황에 달했으며, 그것을 혁명적으로 뛰어넘고자 하는 열망이 광장의 촛불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가 깨닫게 해준 교육 모순과 병폐가, ‘최순실의 교육 농단’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국민적 분노는 단순히 농단의 주역 몇몇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교육, 공정한 교육, 그리고 인간다운 교육을 통해서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노력의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 갈수 있는, 그런 교육,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불공정한 사회, 양극화된 사회, 권력과 ‘빽’이 원칙과 상식을 압도하는 사회, 줄과 연고주의가 주요한 작동 원리가 되는 사회, 그러한 부조리함이 결합된 극단적인 적자생존식, 약육강식의 시장주의에서는 교육이 바로 설 리가 없고, 교육이 삶의 희망일 수 없습니다.
산업과 직업의 극단적인 서열체계, 소수 독점 체제에서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특히 우리 청년 세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공시생 공화국 현상’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학과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학생과 청소년들 역시 그러한 불행하고 부조리한 우리 사회에 대한 비관적 회의주의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일찍 부조리한 사회에 눈떠버린 애어른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지만, 우리 아이들은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으로서 더 해줄 수 없는 게 너무나 속상합니다. 아무리 ‘일반고전성시대’와 ‘고졸성공시대’ 정책을 펼쳐도, 거기까지입니다. 교육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없는 나라에서 “열심히 하면 다 행복해질거야” 라는 말을 차마 하기 힘든 자괴감이 큽니다.
정치권에서 비로소 여야를 막론하고 재벌개혁까지 부르짖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경제사회적 버전이 재벌개혁이라고 한다면, 교육 버전은 학벌, 학력주의 구조와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복잡다단한 미래사회로의 선진적 흐름과 구시대적인 입시경쟁교육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소수의 재벌이 산업체제를 넘어 국민의 삶을 지배하는 나라, 이른바 ‘SKY’가 기득권이 되어 움직이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최순실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한 ‘똑똑한 악마’가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조금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성실하고 노력하는 착한 민중’이 공정하고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를 우리는 원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에 적합한 능력이 아닌 평등한 사회에 복무하는 ‘착한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우리는 원합니다. 그런 점에서 능력주의의 모순을 깨닫고, 공공적 능력과 공동체적 성실함이 교육적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똑똑한 악마를 길러낸 교육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똑똑한 악마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도 함께 멈춰야 합니다. 사회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하는 것은 ‘교육청의 정책’이 아닙니다. 국가 교육 정책이어야 할 것, 내지는 사회 체제의 변화 속에서 함께 도모되어야 할 교육 체제 수준의 방향과 목표입니다. 교육감의 권한 밖의 일을 제안하는 것이 자칫 공허한 주장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오늘 제가 이렇게 결연하게 나서는 것은, 초중등교육을 옥죄고 있는 국가 차원의 교육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모두가 바라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국민과 서울시민 여러분께 호소하기 위함입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서울시민, 국민 여러분들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변화의 길에 나서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학교의 혁신이 학교 공동체 주체들의 능동적 실천에 의해 비로소 가능한 것처럼, 사회와 교육 체제의 변혁 또한 시민과 국민들의 연대적 힘이 작용할 때 가능합니다.
우리 역사에 특별히 기록될 2017년, 급작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한 대선 시계를 바라보면서,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부르짖는 여야의 대선 주자들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 재편과 함께 교육체제를 비로소 정상화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저의 제안은 서울시민과 국민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 또한 서울시민과 국민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함께 정치권에 던지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직업서열, 대학서열, 고교서열로 이어지는 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교육 복합 체제가 만고불변의 실체가 아니라는 것, 입시경쟁교육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얼마든지 국민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오늘 제가 발표하는 제안은 그 노력의 일단입니다. 단기적 개선책도 있고, 장기적인 과제도 있습니다. 교육청 차원에서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국가 수준에서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들입니다. 지금의 교육부 중심의 국가교육행정체제를 재편하는 것을 포함하여, 대학체제, 초중등교육체제, 학제, 교육복지체제, 교육 인력 체제 등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변혁의 주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바라는 사회와 교육으로 가기 위한 기본 논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치열한 국민적 토론을 통해서 만들어가야 할 내용들입니다. 미래교육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필요합니다. 그것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2017년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이하, 각각의 의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의식과 취지, 방향을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설명드리려는 12가지 의제는, 서울교육청과 무관한 초이상적인 국가 교육 의제라기보다는, 서울교육청의 ‘현실적 정책 욕구’과 접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각각의 의제 영역과 주제에 있어서 더 근본적인 변혁안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현실과의 연결 고리가 없는 ‘이념형적 대안’은 자칫 논의의 공전 가능성, 제도의 현실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현실의 수위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가령, 학제개편, 고교체제개편, 대학체제개편 등도 현실의 제도적 형태를 벗어난 매우 이상적인 상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사회 전반적인 변혁 또는 사회체제의 전환(가령, 한국의 북유럽 국가로의 체제 변화와 같은)과 함께 가야 할 정도의 근본적인 수준입니다. 이를 이상적인 목표로서 제시하고 이것에 대한 논의와 노력도 병행해야 하겠습니다만, 당장의 현실에서는 조금 더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편, 아래의 학제개편, 학생 중심 수업체제,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 등은 그 자체로만 안정적인 개혁안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오늘 제안드리는 모든 의제들의 실현에 앞서 전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대학서열체제의 해소, 그리고 그와 함께 갈 고교체제의 수평적 재편(일반고, 특성화고, 소수의 특수목적고 3분류 체계)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그와 학제의 변화와 교육과정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전인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강력한 입시구조에서는 그 어떤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자율성도 결국 입시편향성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마치 외고, 자사고가 그랬던 것처럼, 또 학생부종합전형(수시)으로 인해 학생부가 입시용 도구로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입니다. 학생생활기록부는 말 그대로, 학생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기록하고 점검하기 위한 교육적 장치인데, 학종으로 인해 학생부가 비교육적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 결과적으로 입시의 불공성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 역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국가 차원에서 대입문제, 대학체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맥락 속에서 함께 다뤄져야 할 사안입니다.
종적으로 서열화가 해결된 조건 위에서, 횡적으로 다양성과 자율성이 풍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제안들의 골자입니다. 따라서 나열된 12가지 의제들 중,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이나 고교 및 대학체제 개편안은 다른 의제들에 대한 전제적 또는 선행적 위상을 갖고 있는 의제라고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 제시된 안들의 전체적인 ‘의제 구조’는, 미시/거시 의제, 직렬/병렬 의제, 전제적 선후 관계의 의제들이 혼합된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향후에는 좀 더 다양한 의제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부연해서 강조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하는 내용은 서울교육감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실행정책’이 아닙니다.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국가교육 대개혁안’의 검토요청서인 셈입니다. 지방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감은 주어진 정책 및 제도패러다임 내에서 초중등 교육을 관장합니다. 그런데 대선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고려할 때 대선 후보 선출을 통한 경쟁과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선거 이후 패러다임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교육감의 입장에서 향후 패러다임의 방향에 대해 현장의 의견과 행정경험을 기초로 한 의견제시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후보의 공약과 후보에 의해서 실행될 당선 이후의 실제 정책이 불일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후보들과 그 후보들의 공약은 이후 정책 및 제도패러다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의 역할을 합니다. 사실 오늘 제시하는 여러 정책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어떻게 확정되고 국민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실행의 범위와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서울교육감으로서 후보들께 바라는 점은 이후 교육공약을 확정할 때 서울의 교육 현장으로부터 제안된 안을 염두에 두고 공약을 다듬어주시고 이후 실행정책도 가다듬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실현해야 할 9대 교육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발표는 이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고, 서울교육청이 스스로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서울교육의 발전과 연계된 대안적 정책 방향을 정리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2016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교육감으로서 초중등교육을 제약하는 대학체제, 교육체제 등의 문제를 시민의 관점에서 제기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의 교원들을 중심으로 한 TF와 교육청 내 전문직과 일반직, 연구직에 계신 분들이 함께 논의한 TF, 이렇게 두 개의 TF를 구성하여 작년부터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해온 바 있습니다. 그러던 중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공동으로 국가적 교육개혁의제를 준비하면서 저희 서울시교육청도 함께 작업을 하였으며, 9대 의제로 압축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그 9대 의제의 정신을 살리는 동시에 그것에 담지 못한 주요 내용들과 좀 더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친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대안적 내용을 담아 별도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발표를 통해 대선 후보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국민적 관심과 소통 속에서 교육체제의 전환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약화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필요하다면 모든 대선 후보들과 국민들, 그리고 교육감들이 이러한 교육 의제를 놓고 활발하고 진지하게 토론해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이후에도 몇 가지 굵직한 교육의제를 고민해서 제안하려고 합니다. 서울교육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이 바로 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통합적 관점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이 격변의 시대를 함께 돌파해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