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형항공사 주가가 올 들어 상승세다. 지난 2월23일 종가 기준으로 대한항공(2만9100원)과 아시아나항공(4565원)은 올해 첫 거래일(1월2일)보다 각각 15.72%, 9.34%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대형항공사의 화물수송량이 하반기 이후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에 동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은 올해도 화물수송량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량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운임의 장기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전망에 아시아권 대형항공사들은 화물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의 대형항공사 중장기 투자는 다소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대한항공. /사진=뉴시스 DB
대한항공. /사진=뉴시스 DB
아시아나.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아시아나.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항공화물 물동량과 운임 ‘동반 강세’
지난해 4분기 항공화물 물동량과 운임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경기 반등과 반도체 출하량 증가가 물동량을 끌어올렸다. 특히 2015년 12월에 전년 동기대비 5.3% 감소했던 D램 출하량은 최근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소비가 해를 넘기는 등 성수기 효과가 지속되며 물동량 강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공항 기준 화물물동량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10.0%, 9.2%, 13.4%, 8.5%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대형항공사 FTK(화물수송량)도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전년 동기대비 5.4%, 아시아나항공은 12.6% 증가했다.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도 증가세다. 이는 글로벌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제조업 PMI 가운데 신규수출주문지수는 지난해의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수준을 이어간다면 올해 상반기까지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화물 물동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를 나타내자 운임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화물수송량에 따른 수익률이 대한항공은 2.3%, 아시아나항공은 3.1% 올랐다. 인천-LA 운임은 2월 현재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높은 ㎏당 3300원 수준이다. 수익률이 오랜 기간 하락세를 지속했기 때문에 절대수준은 여전히 낮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는 기저효과가 있어 전년 동기대비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넘어설 전망이다. 물동량과 함께 운임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형항공사 FTK와 이에 따른 수익률 상승폭이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도 높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FTK와 수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상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머니S톡] '화물 실은' 항공사,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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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부문,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하지만 올 상반기 이후에도 수급밸런스가 양호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지난 1월 글로벌 항공사 CFO(최고재무책임자)와 화물사업본부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간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는 응답이 55.2%를 차지했다. 반면 이에 따른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응답비중은 7.4%에 불과했다. 올해 운임 수준이 계속되거나 다시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공급증가로 인한 수요증가율의 둔화를 예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해 증가세가 둔화된 여객기 공급이 올해 재개되는 점도 장기적으로 운임 상승세를 약화시킨다. 벨리 카고(Belly cargo: 여객기 동체 하부의 화물실을 이용해 수송하는 화물) 공급 증가로 물동량 대비 운임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중국동방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은 화물사업에서 힘을 빼는 중이다. 이로 인해 유피에스(UPS)와 페덱스(FedEx) 등 국제특송회사에 화물점유율을 내주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형항공사들은 인천공항 기준 화물수송량 점유율을 유피에스, 페덱스, 폴라에어카고(DHL 자회사) 등에 빼앗기고 있다. 더구나 아마존(Amazon) 등의 유통회사가 물류를 수직계열화하려는 기조가 있어 기존 항공사들이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장기적으로 항공화물부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반영되는 배경이다.

◆하반기까지 물동량·운임 증가세 예상

올 상반기까지는 대형항공사들의 화물 물동량과 운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즐겨도 좋다. 글로벌경기 역시 지난해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는 분석이 나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전년 동기대비 물동량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임도 현재 수준을 이어간다면 수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화물업황 반등을 투자포인트로 삼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올 하반기 이후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지난해 하반기의 출하량이 전년 동기대비 모멘텀에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KB증권의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3만5000원이다. KTB투자증권은 ‘보유’와 목표주가 2만4000원을 유지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500원을 내놨다. KTB투자증권은 ‘보유’ 의견과 49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형항공사의 투자포인트가 확실한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