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리나라에 알뜰폰(MVNO)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당초 알뜰폰은 이동통신시장에 경쟁효과를 불러와 가계통신비를 하락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알뜰폰은 꾸준히 성장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성장곡선을 보였다.
도입 6년이 지난 현재 알뜰폰은 가입자 700만명 수준에서 정체된 분위기다. 지난달 12일 미래창조과학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684만명이다. 이는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가입자 6130만명의 11.4%에 불과하다.
업체별로 보면 CJ헬로비전이 지난해 기준 85만여명으로 업계 1위, SK텔링크가 82만여명으로 2위를 차지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3위 이하로는 EG모바일(약 55만명), 유니컴즈(약 52만명), 인스코비·프리텔레콤(약 44만명), 아이즈비전(약 40만명) 등이 자리했다.
사업 초기 알뜰폰 사용자는 정부의 지원정책 덕분에 2012년 127만명에서 2013년 248만명, 2014년 458만명으로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 592만명으로 10%를 돌파한 후 지난해 16%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 가입자 700만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알뜰폰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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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주춤한 알뜰폰 성장세
소비자들은 왜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달 14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1.3%의 소비자들이 ‘서비스 부족’을 이유로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브랜드 신뢰도(20.2%) ▲통화품질 저하 우려(14.7%) ▲정보부족(1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간 알려진 마케팅 문제보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한 점이 지적된 것.
알뜰폰 사용자 A씨(34)는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점보다 불만족스러운 점이 더 많이 떠오른다”며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메리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알뜰폰 사용자 B씨(39)도 “알뜰폰을 사용하는데 큰 불만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알뜰폰을 추천하지도 않는다”며 “알뜰폰 사용자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알뜰폰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알뜰폰 업체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이 시점에서 성장을 이어나가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업체도 스스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3사 대항마 되려면
예상보다 알뜰폰시장이 성장하지 못하자 정부와 국회는 기존의 정책을 연장해 시장을 키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회는 오는 9월 종료 예정인 이동통신사의 통신망 도매 제공 의무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올 하반기부터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는 알뜰폰업체들이 이통사에 내야 하는 전파사용료를 감면해주고 음성과 데이터 도매대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며 알뜰폰 살리기에 힘썼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시장은 유통망·전산시스템 등 초기투자가 마무리 되는 단계”라며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알뜰폰시장도 성장할 수 있고 적자규모도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알뜰폰시장이 성장한 것은 인위적인 지원책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알뜰폰이 숨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정책은 공급을 멈추면 시장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마약과 같다”며 “알뜰폰시장을 키워 이통3사의 대항마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이통3사와 알뜰폰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현재 약 30곳의 업체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알뜰폰시장의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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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통위원장.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
일각에서는 ‘싸구려 이동통신’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알뜰폰업계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이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알뜰폰업체 중 이통3사와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무하다. 무료통화와 무제한 요금제 등의 정책도 이통3사와 같다. 심지어 제공하는 데이터의 용량도 같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입자 확대에는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망 도매 대가와 운영 비용 등으로 알뜰폰업체의 재무부담이 가중됨을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11%를 넘어섰지만 매출은 전체의 3%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알뜰폰업체들도 정부의 정책과 별개로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 이통3사가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