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카드사·연금기금·공적금융기관 등의 기타금융기관이 실행한 가계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362조884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9월 말)보다 15조8726억원 늘었다. 2015년 말(325조5931억원) 대비 11.45%(37조2910억원) 증가했으며 2014년 말(279조2530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23.04%(83조6311억원)나 급증한 수준이다.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잔액은 한은이 매분기 발표하는 ‘가계신용’ 자료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16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사 판매신용)은 역대 최고치인 134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포함이 안되는 금융기관이 있어 대출규모는 더 클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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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새마을금고·우체국 등 비은행예금기관의 기타대출(신용대출) 잔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이 실행한 기타대출은 172조5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9%(23조4037억원) 늘었으며 2년 전보다는 36.96%(46조5710억원)나 급증했다.
이는 시중은행의 기타대출액과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은행이 실행한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74조8562억원으로 같은 기간 비은행예금기관의 기타대출 잔액보다 2조3000억원 정도 높은 수치다. 2014년 말 그 차이는 22조8943억원이었으나 2015년(12조8458억원)을 거치며 지난해 말 2조원대까지 좁혀진 것이다. 앞으로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신용대출액이 은행을 앞지를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신용대출, 시장금리 변동에 취약… ‘부실 뇌관’ 우려
문제는 신용대출은 단기 시장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아 금리변동 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금리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차주는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 더 많다. 한은이 올 초 발행한 ‘2016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의 취약차주 대출비중은 3.7%에 불과한 반면 비은행권은 10.0%로 은행보다 3배가량 높았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15.8%에 달했으며 저축은행은 32.3%나 됐다. 앞으로 취약차주의 비은행의 신용대출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제2금융권 취약차주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이용자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부실 가능성이 커져 우려를 키운다. 한은의 같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30.7%에 이른다. 또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어서 저신용·저소득층이면서 다중채무자인 제2금융권 가계대출 이용자의 대출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도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만큼 리스크에 취약한 차주에 대한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기존 제2금융권을 이용했던 가계의 상환능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증가에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지만 중요한 건 금융시장에서 대출수요가 왜 발생했는지를 살펴야 하는 점”이라며 “대출 수요가 명백히 있는 데도 인위적으로 막다보니 고금리 제2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난다. 대출 고리를 무조건 막기보다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