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스마트폰제조사들은 ‘혁신이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조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상향평준화된 탓이다. 경쟁에 지친 제조사들이 찾아낸 최근의 차별화 포인트는 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디스플레이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제조사들의 전략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디스플레이 전쟁의 서막을 올린 것은 LG전자의 ‘G6’다.
G6는 공개 전부터 ‘기본에만’ 충실한 스마트폰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G6를 두고 “충분히 혁신적인 스마트폰”이라고 말한다.
◆디스플레이 변화의 선봉 LG ‘G6’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첫 등장한 G6는 18대9의 낯선 비율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16대9’라는 업계의 통념을 보기좋게 깬 것.
‘풀비전’이라 명명된 5.7인치 QHD+ LCD 디스플레이는 G6의 가장 큰 혁신이다. G6를 손에 쥐면 곧바로 변화가 느껴진다. 좌우 베젤이 거의 없어 한손에 쏙 들어온다. G6의 디스플레이가 전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가깝다. 해상도는 2880×1440으로 1인치당 화소수가 561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나온 LG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등장에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약 판매 기간이었던 지난 2~5일 예약 건수는 4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7일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가 49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G6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마음에 든다’는 답변을 내놨다.
G6 체험매장에서 만난 이모씨는 “스마트폰을 바꿀 때가 돼서 구경하러 왔다”며 “큰 화면의 스마트폰은 휴대하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았는데 G6는 화면도 크고 휴대하는 데도 무리가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매장에서 만난 또다른 시민은 “항상 여론만 믿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체험매장에 들렀다”며 “화면이 커진 만큼 묵직해졌지만 (G6를) 세로로 들었을 때 화면이 탁 트인 느낌을 받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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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G6 출시 행사.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
◆‘기술의 삼성’, ‘혁신의 애플’
G6의 풀비전이 호평을 받자 이달 29일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8’ 공개를 앞둔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갤럭시S8에 획기적인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삼성의 기술력’을 만천하에 떨친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미국 IT전문매체 더안드로이드소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새 디스플레이 상표인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출원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G6보다 긴 18.5대9의 비율로 좌우 베젤이 거의 없다. 지난 7일에는 갤럭시S8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화면에 등장한 검은색 스마트폰은 좌우 더블 엣지 디스플레이를 지녔다.
업계는 길어진 디스플레이와 더블 엣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갤럭시S8의 성패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스마트폰의 비율인 16대9에 적용된 서비스를 갤럭시S8에 얼마나 훌륭하게 이식하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MWC에서 갤럭시S8을 비밀리에 공개한 걸 보면 디자인과 하드웨어는 이미 완성됐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한달가량 제품 출시를 미룬 이유는 새롭게 변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최적화작업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도 디스플레이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은 한손으로 다뤄야 한다는 철학을 여섯번째 시리즈에서 벗어 던졌다. 특히 올해는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는만큼 애플이 디스플레이에 큰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진다.
올 하반기 출시가 유력한 아이폰은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 없이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OLED)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내 디스플레이에 대대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변할까
앞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어떤 식으로 변할까. 2013년 10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갤럭시라운드’와 ‘LG G 플렉스’를 선보이며 미래 디스플레이시장 선점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벤더블’이 아니라 휘어진 상태로 고정된 ‘커브드’에 그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디스플레이 경쟁은 하드웨어 공방처럼 한계를 맞을 것”이라며 “앞으로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과 폴더블 등 형태를 변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IT평론가 안병도씨는 KT경제경영연구소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예상되는 미래 혁신방향은?’이라는 보고서에서 “종이처럼 말 수 있는 제록스의 ‘자이리콘’과 폴리머비전의 ‘레디우스’가 이미 개발됐다”며 “머지않은 시대에 자유롭게 휠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