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사드 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경제동맹 중국과 안보동맹 미국 사이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유통·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쇠약해진 우리 경제가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머니S>가 한반도를 강타한 사드 폭풍의 실상과 대책을 알아봤다. 첫 타깃이 된 롯데그룹과 관광산업의 피해를 짚어보고 정부의 대응태세도 점검했다. 또 증시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도 검토했다.<편집자주>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중국정부의 보복이 거세다. 사드 부지 제공자인 롯데그룹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유통·관광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타 업종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대책을 고심하는 가운데 정부 각 부처도 긴급 현안점검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기업들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국 내 롯데사업장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이 시작됐다. 지난 9일까지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점포 55곳이 소방법·시설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일부 매장에는 판매가격 관련 위법행위를 이유로 수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또 중국 국가여유국은 각 지방정부에 롯데호텔·롯데면세점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여기에 롯데제과와 허쉬가 합작해 현지에 설립한 초콜릿공장도 1개월 생산정지 통보를 받았으며 롯데알미늄 현지법인에 대해서도 중국 환경당국이 제재를 가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롯데를 겨냥한 중국의 보복은 한반도 내 사드 배치 작업이 속도를 낼수록 더 확대될 가능성이 짙다. 중국정부의 사드 배치 반대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유통·서비스업 중심의 롯데 중국사업장 대부분이 현지업체와 합작이 아닌 단독으로 진출한 형태여서 상대적으로 보복을 가하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 5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주재로 ‘중국 현황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중국사업 피해 사항을 점검하는 한편 정부에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고 중국 전 주재원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방안을 결정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롯데가 중국사업을 전면 재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드 이슈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달 초 이미 베이징 롯데슈퍼 3곳이 문을 닫았고, 상하이 롯데마트 매장 일부도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조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한 롯데는 공식적으로 중국사업 구조조정이나 사업철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2013년부터 실적이 부진한 점포 8개를 폐쇄했다”며 “올해도 일부 점포를 폐쇄할 수 있지만 사드 이슈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부에서 롯데마트 중국사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이번 일로 무너뜨릴 수 없다. 지금은 견뎌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열린 제9차 한중 통상점검 TF 회의. /사진=뉴스1 DB
지난 7일 열린 제9차 한중 통상점검 TF 회의. /사진=뉴스1 DB

입 닫고 상황변화 예의주시
롯데 외에 중국 내 사업비중이 큰 다른 대기업들도 양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가 간 분쟁에 대해 개별기업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국의 조치가 패션·뷰티·유통·관광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자동차 쪽은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게 사드는 금기어와 마찬가지다”며 “아직 소재산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 진행 단계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며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 위기를 가정해서 대책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문체부는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조치로 피해를 본 국내 관광업체에 관광진흥개발기금 5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고, 산업부와 외교부는 중국이 최근에 보인 일련의 조치들이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규범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해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사드를 운용하는 미국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사드 한반도 전개 하루 만인 지난 7일 북한·이란과 불법거래를 한 혐의로 중국 2위 통신기업 ZTE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3767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또 중국 1위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ZTE와 비슷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드 문제에 많은 대책을 갖고 있지만 아직 중국이 대놓고 무역보복을 하거나 한한령(한류금지령) 관련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A기업 중국 현지 법인장

유통기업인 A사는 중국사업 비중이 매우 큰 한국기업 중 한곳이다. 중국의 보복이 롯데에 집중된 탓에 아직 직접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에 <머니S>가 A기업 중국 현지 법인장에게 현지 사정을 직접 물어봤다.

- 정부의 사드배치 추진 이후 중국사업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가.
▶현재까지 사드 이슈와 관련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상황이 매일매일 급변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 현지에서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 상황은 개별기업에서 손쓰거나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중국의 보복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 중국 관영언론들이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중국인의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금은 특정기업에 반한 감정이 집중되고 있지만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확산될지는 추측이 불가능하다.

- 중국의 보복 확대 움직임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갑자기 중국사업을 철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국 당국에 꼬투리가 잡히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