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씨(여·34세)는 어린 딸의 울음소리에 놀라 거실로 뛰어갔다. 그녀의 5살배기 딸은 화면 속의 사람이 ‘캐리언니’가 아니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정씨는 “딸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캐빈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이번에는 캐리도 바꾸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MCN(다중채널 네트워크)의 성장이 무섭다. ‘캐통령’이라 불린 최근의 캐리언니 사태는 무섭게 성장한 MCN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MCN은 2010년 이후 급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MCN시장은 약 2000~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거대한 시장은 아니지만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각종 MCN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실정이다. CJ E&M의 다이아TV와 아프리카TV의 프릭, 판도라TV, 트레져헌터, 메이크어스 등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MCN기업은 100여개로 추산된다.

MCN사업이 무섭게 성장하자 한가지 독특한 현상이 생겼다. 방송과 모바일방송의 플랫폼 경계가 모호해진 것.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을 꼽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인 모바일방송콘텐츠를 지상파 플랫폼을 통해 공급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이 성공하자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 <도티&잠뜰TV>가 TV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방영되는가 하면 나영석PD의 <신서유기>, 인기아이돌 수지의 <오프더레코드수지> 같은 프로그램이 TV에서 볼 수 없는 형태로 제작돼 서로의 플랫폼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연령대의 고른 참여도 MCN 성장에 한몫했다. 젊은 층 일색이던 크리에이터 가운데 ‘기성세대’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71세 크리에이터, 인생은 아름다워> 방송으로 인기를 모은 박막례 할머니는 MCN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8월 열린 국내 최초의 MCN축제 '다이아 페스티벌'.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지난해 8월 열린 국내 최초의 MCN축제 '다이아 페스티벌'.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MCN의 미래 보여준 중국

MCN시장의 위력은 이웃나라 중국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의 MCN이 갖는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왕훙’(網紅)이라 불리는 인터넷스타들은 저마다 탄탄한 팬층을 이끌고 있는데 그런 왕훙을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이 형성될 정도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이관’에 따르면 중국의 왕훙은 약 100만명에 달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효과는 연간 1000억위안(약 16조6300억원) 규모다.
지난해 11월11일 펼쳐진 중국의 광군제는 왕훙과 MCN사업의 파괴력을 잘 보여줬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최고의 왕훙으로 꼽히는 ‘파피장’ 등 인기 왕훙 16명을 고용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파피장은 화장품브랜드 ‘릴리앤드뷰티’의 인터넷 판매를 담당해 혼자 10억위안(약 166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알려진 바로는 파피장이 알리바바로부터 받은 돈은 2200만위안(약 36억6000만원)에 그쳤다.


왕훙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창업과 모바일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과 왕훙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 시진핑 주석은 수년 전 한 공식 좌담회에서 “인터넷과 새로운 미디어가 중국의 경제문화를 뒤바꿀 것”이라며 모바일 소비구조에 대한 개혁을 암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2015년이 왕훙의 태동기, 2016년이 왕훙의 성장기였다면 2017년은 왕훙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팽창한 왕훙경제는 최근 힘이 빠지는 추세다. 파피장의 동영상은 여전히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지만 파급력은 상당히 줄었다. 중국의 한 투자회사는 파피장에게 500만위안(약 8억3200만원)을 투자하려던 결정을 철회했다.

◆“MCN에 적절한 규제 필요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례에서 볼 때 MCN과 모바일콘텐츠는 그 수명이 짧고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지 않다”며 “MCN과 관련한 인터넷방송의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규가 부재한 상황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CN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지상파방송으로 대변되는 전통매체에서 뉴미디어로 넘어오고 있다”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아야겠지만 시장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 애초에 그 싹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 이용자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송통신 규제체계와 콘텐츠 이용자 보호측면에서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며 “당장은 MCN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규제 개편이 순조롭지 않겠지만 사업자와 면담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개편해나가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