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약가 인하, 과당 경쟁 등으로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제약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퀸타일즈IMS 등에 따르면 국내제약시장은 수년째 19조원대에서 정체됐지만 세계시장은 1249조원에서 매년 4~7% 성장세를 이어가 4년 뒤에는 17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해외진출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


셀트리온 송도2공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 송도2공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세계 최대시장 미국, 신약으로 노크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제약사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지역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사는 없다. 글로벌제약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시장인 데다 의약품에 대한 눈높이도 까다로워서다. 
다만 올해 내 미국시장에서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는 제약사는 있다. 우선 녹십자는 지난해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시장 진출이 제조공정 관련 자료보완 미비로 무산됐으나 올해 재도전할 방침이다. 


녹십자는 미국 현지법인 GCAM을 통해 미국 내 9번째 자체 혈액원을 개원하는 등 혈액제제의 미국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료보완 요구가 중대한 결함에 따른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연내 미국 진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와 항생제 메로페넴을 앞세워 미국시장 문을 두드린다. 나보타는 상반기 내 FDA에 허가를 신청한 후 내년 중으로 허가를 획득해 미국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메로페넴은 상반기에 발매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가 지난해 4월 FDA 판매 승인을 받아 같은 해 11월 미국에 정식 출시했다. 램시마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미국시장 규모가 약 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리지널의 자리를 10~15%만 잠식해도 올해 5000억~75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셀트리온은 류마티스관절염·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치료제 허쥬마도 상반기 내 FDA 승인을 신청하고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녹십자·한미약품 등 상위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별성 있는 의약품으로 글로벌제약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글로벌 빅파머와의 경쟁은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되고 앞서거나 동등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퀘벡주 녹십자 혈액제제 공장 건설 현장.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캐나다 퀘벡주 녹십자 혈액제제 공장 건설 현장.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파머징시장, 비오리지널 강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파머징시장(제약 신흥시장)은 신약이나 최초의 바이오시밀러가 아니어도 진출이 가능하다. 미국 퀸타일즈MS에 따르면 파머징시장의 의약품 타입별 비중은 비오리지널 42%, 오리지널 22%로 오리지널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

파머징국가들은 2021년까지 글로벌 제약시장의 약 22%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파머징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이 아닌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가진 제네릭 의약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제약사도 있다. 보령제약은 자체개발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를 중남미,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에 수출하며 매년 수출국을 늘려가고 있다. 또 LG화학도 2013년부터 당뇨 신약 제미글로로 파머징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파머징시장은 오리지널 이외의 의약품 비중이 큰 시장으로 브랜드 제네릭이나 한국형 개량신약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중국이나 인도산 저가 의약품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시장에 먼저 진출해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남미 등 일부 신흥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의료시설 현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능·효과는 같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제네릭(복제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장려하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와 약사가 영업의 대상이라는 제약산업 특성상 현지 의료인과의 교류협약이 매우 중요하다. 또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각 나라의 의약품정책 환경 변화 체크도 필수다. 이는 선진국과 신흥국 진출 모두 해당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정보포털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인허가 규정, 규제기관, 보험급여정책 등 중요정보를 제공하며 해외진출을 기획하는 제약사를 지원하고 있다.

상위제약사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선 글로벌 제약시장 및 세계 각국의 정책환경 트렌드에 대한 팔로우업이 필수적”이라며 “제품 경쟁력 외에 현지 맞춤형 영업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