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칭 커피마니아인 직장인 고수영씨. 고씨는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먹는 이른바 홈카페족이다. 지난 주말 떨어진 커피 원두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은 고씨는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블루마운틴 원두에 눈길이 갔다. 고급커피의 대명사답지 않게 가격도 착했다. 블루마운틴 커피를 집에서 맛 볼 생각에 들떠있던 고씨. 그러나 커피를 내려 한입, 두입 맛볼수록 자꾸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과거 여행지에서 맛 본 블루마운틴 커피와 너무 달랐다. 그제서야 원두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블루마운틴이 아닌 블루마운틴 스타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품 뒷면을 확인하니 블루마운틴 함량은 0.5%에 불과했다. 고씨는 “순간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2. 두 아이의 엄마인 주부 윤유경씨 집에는 우유가 늘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우유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 매주 두번씩 우유를 배달해서 먹지만 금세 떨어지기 일쑤다. 윤씨는 그럴 때마다 동네 마트에 들러 부족한 우유를 채워 넣는다. 매번 마시는 특정 브랜드를 집으려던 찰나 1+1으로 묶인 저지방 우유가 눈에 띄었다. 일반 우유보다 영양소도 많다고 적힌데다 가격도 900mℓ에 2700원대로 저렴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우유를 맛본 아이들은 “이게 무슨 맛이냐”며 뱉어냈다. 윤씨가 직접 먹어보니 일반 우유보다 묽고 단맛만 강했다.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유가 15%밖에 들어가지 않은 우유맛 음료, 즉 가짜 우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씨는 “우유와 패키지도 똑같아 감쪽같이 속았다”고 토로했다.


‘무늬만 OOO’. 함량은 매우 작으면서 마치 진짜 제품인 것처럼 제품명에 표기하거나 다양한 첨가물로 흉내만 내는 st(스타일)제품이 유통되면서 소비자 혼란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머니S 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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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맥널티·풀무원다논… 국내 소비자는 봉?
최근 <머니S>가 SSM(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커피, 우유, 유제품 등의 제품명과 원재료 표기를 파악해 본 결과 스타일 제품은 생각보다 많이 유통되고 있었다.

우선 원두커피 코너에서는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블루마운틴 원두’를 놓고 소비자 오인을 야기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제품은 국내 원두커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한국맥널티의 블루마운틴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블렌드(0.5%)’, ‘맥널티 블루마운틴 헤이즐넛향(1%)’, ‘맥널티 블루마운틴(0.5%)’이란 품명으로 판매되는 해당 제품에는 블루마운틴 원두 함량이 1%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마운틴 함량이 0.5%에 불과한 맥널티 블루마운틴 제품의 나머지 원두 함량은 콜롬비아산 69.5%, 브라질산 30% 등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블렌드 제품의 원두 함량도 브라질산 40%, 콜롬비아산 39.5%, 에티오피아산 20%로 원재료 함량의 99.5%를 차지했다. 제품명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함량은 0.5%에 그쳤다.

특히 맥널티 블루마운틴 제품은 블루마운틴이라는 품명을 전면에 배치하고 ‘스타일’이란 문구를 품명 밑에 작게 표기해 소비자가 마치 블루마운틴이 100% 함유된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았다.

롯데푸드가 판매하는 ‘칸타타 싱글백 블루마운틴 블렌드’ 제품 역시 블루마운틴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블루마운틴 함량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두함량은 브라질 39%, 코스타리카 30%, 온두라스30%다. 엔젤리너스 커피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제품’은 블루마운틴 함량이 10%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유제품 코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풀무원다논의 ‘다논 그릭 플레인’ 제품은 언뜻 보면 세계 5대 슈퍼푸드로 선정된 그릭요거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위적인 단백성분을 첨가해 만든 스타일 제품이다.

그릭요거트는 본래 원유를 농축, 응축시켜 단백함량을 높이지만 다논 그릭 플레인은 우유농축과 단백분말을 첨가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원재료 및 함량을 확인해 본 결과 혼합탈지분유, 합성착향료 등 각종 첨가물이 함유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릭요거트는 원유와 유산균만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첨가물이 함유된 제품이 정통 그릭요거트인 양 소비자를 호도하는 것은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제품의 패키지를 보면 ‘Greek’이라는 명칭이 하얀색으로 정중앙에 표기된 반면 ‘STYLE YOGURT’라는 문구는 하단에 작게 표기돼 있다. 그 밑으로 표기된 ‘다논 그릭 플레인’이라는 명칭은 하늘색 색상이 적용돼 비교적 눈에 잘 띄는 편이다. 눈가리고 아웅하기식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풀무원 다논 관계자는 “그릭요거트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릭요거트는 전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고 각국의 특색에 따라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첨가물만 놓고 보면 우리 뿐만아니라 타사 제품도 마찬가지”라며 “그나마 우리 제품이 그릭 이라고만 쓰지 않고 스타일이라고 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머니S DB
/사진=머니S DB

◆ 제품명으로 호객행위…이미지 악영향 
전문가들은 일부 식품업체들의 꼼수 마케팅이 궁극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원두 비중의 1% 함량만으론 블루마운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흉내낼 수 없고 인위적으로 특징만 흉내낸 그릭요거트도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과 맛을 느끼게 할 뿐”이라며 “이는 정말 그 맛을 느끼기 위해 구매하는 소비자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태로 결국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표기만 보고 속았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규제가 허술해 뚜렷한 해법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재료의 일부를 제품명으로 사용한 경우로 1%의 함량이라도 원재료가 포함됐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소비자를 현혹한다고 해도 고유 명칭은 업체가 선정하는 것이라 제재할 수 없고 원재료명과 함량 표기만 정확히 했다면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 한국맥널티는 어떤 곳?
블루마운틴 원두 0.5%가 함량된 스타일 제품을 ‘블루마운틴 100%’ 제품인 듯 판매하고 있는 한국맥널티는 어떤 곳일까. 한국맥널티는 국내 최초로 원두커피를 도입한 국내 원두커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는 업계 최초로 벤처기업인증과 HACCP 인증을 획득하고 커피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여성창업주 출신 CEO다. 2006년에는 의약품 제조를 시작해 사업영역을 넓힌 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25억504만원, 영업이익은 37억787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8%, 34.5% 늘어났다. 지난 1월 코스닥시장본부는 한국맥널티의 소속부를 벤처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변경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