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고통분담' 선택지 앞에 선 '국민연금'의 딜레마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채권자 전원 고통분담 합의’를 조건으로 신규자금 지원을 공언한 가운데 대우조선이 채권자 합의에 다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4일 다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공법으로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제시해 개인채권자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결정의 키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어 개인채권자 설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에 앞서 ‘모든 채권자의 자율적 채무조정합의’를 요구했다. 2조9000억원의 지원만으로는 대우조선 정상화가 불가능하므로 국내 시중은행 및 사채권자 등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중은행의 경우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17일과 18일 총 5회에 걸쳐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개별 회차마다 총채권액의 3분의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3분의2가 동의해야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된다. 단 한차례라도 부결될 경우 대우조선은 사전회생계획(P플랜)으로 향한다.


대우조선은 즉시 TF팀을 구성하고 사채권자 설득에 돌입했다. 김열중 대우조선 부사장(CFO)는 “사채권자 집회 공모를 하면 콜센타를 개설해 채권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고 주주를 추가적으로 파악해 직접 만나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채권자를 설득하더라도 39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받아내지 못하면 물거품이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채권은 모두 2012년에 발행된 것으로 1회차와 2회차 집회에 해당하는데 1‧2회차 채권 총규모가 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찬성이 없이는 가결이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확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입장을 밝히더라도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돼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반대 혹은 기권 입장을 밝힐 경우 법원에 의한 강제적 채무조정이 실시돼 손실금이 클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찬성입장을 밝히기는 더욱 어렵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대우조선의 정상화 계획이 실패할 경우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기간 중 발행한 회사채의 투자 피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 등을 대상으로 분식회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48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