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베텔 /사진=LAT Photographics
2011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베텔 /사진=LAT Photographics

지난 주말 호주에서 2017시즌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시작됐다. 포뮬러원은 지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차들의 경주인데 그만큼 운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몇초 만에 시속 300㎞를 넘나들고 또 순식간에 멈춰 선다. 코너를 돌 때 자기 체중의 몇배를 견뎌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다.
포뮬러원을 비롯한 여러 레이싱대회에 참가하는 레이스카는 클래스 별 규정에 맞춰서 만들어진다. 종목마다 참가하는 자동차의 한계치가 다르다는 얘기다. 포뮬러원 레이스카를 ‘머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다른 대회의 레이스카보다 한계가 월등히 높아서다. 여기서 ‘한계’라는 건 관성이나 원심력 따위의 물리법칙을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같은 차종으로 레이스를 펼친다면 결국 드라이버의 실력과 판단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리고 카레이서들의 운전법은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슈퍼레이스 GT클래스 경주장면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슈퍼레이스 GT클래스 경주장면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관성 무시하면 안돼
실력이 좋은 드라이버일수록 물리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잘 활용한다. 자동차의 성능이 일정부분 뒷받침하겠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카레이서라도 관성의 법칙을 이길 순 없다.

이를테면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다가 빠져나오면서 코너를 돌 때 차가 코스 바깥으로 밀린 경험을 한 운전자가 많을 거다. 진입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렇다.

카레이서들은 코너에선 ‘슬로-인 패스트-아웃’(Slow-in, Fast-out) 전략을 쓴다. 코너에 진입할 때 코너에서 차와 도로가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 속도를 최대한 낮추고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점차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면서 부드럽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욕심은 금물. 일반 도로에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코너를 돌아나간다면 멋있는 게 아니다. ‘고수’들의 입장에선 부끄러운 행동이다. 타이어가 소리를 내는 건 접지력을 잃어간다는 얘기다.

포뮬러원을 비롯, 여러 자동차경주에서 경주차들이 막 달려오다가 코너에서 줄지어서 도는 이유도 비슷하다. 어떤 상황에서건 가장 이상적인 건 차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코너를 돌 때 최대한 큰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며 돌아야 한다. 부드럽고 빠르게 코너를 공략하는 방법이다.

코너를 빠르게 돌고 싶다면 ‘아웃-인-아웃’을 기억하자. 이를테면 오른쪽 코너를 돌 때는 코너에 진입하기 전 도로의 왼쪽으로 최대한 붙는 게 좋다. 길이 평소보다 훨씬 넓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코너에 진입한 다음 오른쪽에 보이는 모서리(코너의 꼭짓점)를 지나면 큰 원을 그리며 코스를 빠져나올 수 있고 자연스럽게 가속할 수 있다. 트랙에서 경주차들이 줄지어 코너를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인-아웃-인 전략도 가능하지만 이건 아주 특별한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한다. 차에 큰 무리를 줄 수 있고, 일반 도로에서 일반 운전자에겐 매우 위험한 운전법이니 ‘아웃-인-아웃’을 기억하자.

앞서 언급한 코스 공략법의 바탕이 되는 건 브레이크 밟는 법이다.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타이어의 접지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차가 중심을 잃고 스핀하는 경우가 생겨서 위험하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아예 밟지 말라는 게 아니다. 차는 앞으로 나아가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타이어도 앞으로 잘 달리도록 만들어졌고 땅에 닿는 면적 또한 가장 넓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안전하게 멈춰 설 수 있는 건 곧게 달릴 때다.

속도를 최대한 줄인 채 코너에 진입하면 차는 관성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그만큼 차를 다루기가 쉬워진다. 차에 탄 사람들의 불안감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SK ZIC 6000 클래스 경기장면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SK ZIC 6000 클래스 경기장면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직접 보면 쉽게 이해돼
각종 단체와 자동차회사들이 드라이빙스쿨을 운영한다. 꼭 한번쯤 참가하길 권한다. 단순히 빨리 달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도로의 흐름을 읽고 미리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게 돼 훨씬 부드럽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된다.

드라이빙스쿨에서 기초이론을 익혔으면 프로들의 경주를 직접 보는 것도 운전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 자동차경주는 CJ슈퍼레이스다. 올해는 현대차가 개최하던 KSF(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와 함께 개최돼 볼거리가 훨씬 풍성해졌다.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국내경기가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5라운드 해외 3라운드로 총 8라운드 경기가 펼쳐졌지만 올해는 국내 7라운드, 해외 1라운드로 진행된다. 특히 국내 7경기 중 수도권에 위치한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4경기를 진행한다.

KSF와의 통합 운영도 흥미를 더한다. KSF의 제네시스쿠페, 벨로스터 클래스가 각각 슈퍼레이스의 GT2, GT3 클래스로 편입된다. 아반떼 마스터즈 클래스는 대회 내 ‘현대 아반떼컵’을 신설해 6라운드로 운영한다.

무엇보다 슈퍼6000클래스의 변화가 흥미롭다. 특히 지난해까지 5단 수동변속기였지만 올 시즌부터는 6단 시퀀셜 기어를 쓸 수 있다.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기준으로 랩당 0.5~1초의 기록이 단축될 걸로 예상된다. 

타이어 3파전도 관심사다. 그동안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가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사이 요코하마가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F1 공식 타이어 ‘피렐리’가 도전장을 내민다. 어떤 차에 어떤 타이어가 끼워졌는지 살피는 것도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