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KBANK)가 지난 3일 모습을 공개했다. ‘25년 만에 새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지만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대다수다.
케이뱅크가 내놓은 비대면 금융상품은 사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각 은행이 ‘OO머니’라는 이름으로 포인트 혜택을 늘리는 추세여서 케이뱅크가 강조한 음원과 IPTV(영화) VOD 등 디지털머니도 혁신성이 떨어진다. 케이뱅크의 대면창구인 자동화기기(ATM) 역시 시중은행의 키오스크(무인점포)에 적용된 기술로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모바일상품, 차별화는 어디에
“통장은 10분 안에 만들고 밤에 마이너스대출을 신청하면 다음날 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빠르고 편리한 금융거래를 케이뱅크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24시간 365일 통장개설과 대출이 가능하고 콜센터도 24시간 운영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한다는 전략이다.
![]() |
/사진제공=케이뱅크 |
심 행장은 특히 케이뱅크가 앞으로 KT, BC카드 등 계열사 플랫폼을 활용해 창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은행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통상 20~30분이 걸리지만 케이뱅크에선 10분 안에 신규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대출승인도 빠르다. 주주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나 자동화기기(ATM)망 등 사업플랫폼을 바탕으로 저렴한 금리의 대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기관의 신용정보와 통신요금 납부내역 등 KT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평가정보시스템(CSS)을 구축했다.
하반기에는 BC카드 등 카드사의 결제정보나 GS리테일, 한화생명 등이 보유한 데이터를 CSS에 적용해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고객에게도 저금리대출을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야심찬 포부에도 비대면 금융상품의 차별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중은행도 모바일금융에서 신분증을 촬영해 본인을 인증하면 통장을 5분 안에 개설하고 24시간 365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애플리케이션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여권으로 실명을 확인하면 통장을 열어준다.
KEB하나은행의 ‘1Q뱅크’, NH농협은행의 모바일플랫폼 ‘NH금융상품마켓’ 앱도 같은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거래경험이 없는 고객에게도 통장을 개설해준다. 스마트폰에서 KB국민은행의 모바일뱅크인 ‘리브’ 앱 또는 ‘KB스타뱅크’ 앱을 선택한 후 휴대전화로 본인을 인증하면 통장개설이 가능하다.
모바일대출 역시 비대면 거래방식으로 이뤄진다. 케이뱅크의 모바일대출은 신용대출만 가능하지만 시중은행은 신용대출에서 부동산대출, 담보대출까지 모바일대출 범위를 확대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모바일에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상품을 판매 중이며 부동산담보대출상품도 속속 선보였다.
담보대출은 부동산 매매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자약정을 통해 대출상담부터 신청까지 모바일에서 이용 가능하다. 주거래은행일 경우 담보대출에 금리인하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 |
/사진제공=케이뱅크 |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영업전략은 차별화된 금융상품이 아닌 금리경쟁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가 안 드는 만큼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는 고객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신용등급 1~3등급 대출고객은 케이뱅크가 적용한 금리를 기존 은행에서도 제공받는 데다 금리비교 후 갈아탈 수 있는 대출상품도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케이뱅크는 주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를 이용하는 신용등급 4~6등급 중신용자를 타깃으로 삼아 신용등급 하락 없이 대출이자를 낮출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 소액대출은 중신용자들이 신용등급 하락 걱정 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며 “주주사가 보유한 데이터와 CSS를 활용하면 대출절차가 간소해지고 상환능력과 거래실적에 따라 한도까지 올릴 수 있어 중신용자를 주고객층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간편 지급결제대전서 승리할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체·송금, 여·수신, 외환 등 기본적인 업무가 정착되면 간편 지급결제사업으로 보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에서 QR·바코드를 띄워 언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한 ‘앱 투 앱’ 결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결제망은 신용카드가 아닌 은행망을 선택했다. 실물카드가 아니란 점에서 가맹점의 결제단말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밴(VAN)사에 대한 수수료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이를 통해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율이 약 0.8~0.9%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의 1%를 직불결제로 전환하면 약 300억원의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줄어든 수수료를 고객에게 포인트로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하반기에 실물카드인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도 발급한다. 케이뱅크는 KT가 보유한 통신플랫폼과 주주사로 참여한 KG이니시스의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신용카드 결제는 카드전산망 사용을 위해 금융당국, 금융결제원과 협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 |
/사진제공=케이뱅크 |
올 상반기 출범하는 카카오뱅크는 지급결제서비스로 카카오페이를 활용한다. 그러나 신한·KB국민·우리·기업·NH농협은행도 삼성페이와 제휴한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유치에 힘을 얻을지 효과를 점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지급결제대전에서도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은행들이 이통사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금융플랫폼을 구축해 지능화된 결제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NH농협은행은 LG유플러스와 제휴해 전자결제 가맹점에서 ‘NH앱캐시’를 이용한 온라인 현금카드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NH앱캐시에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면 인터넷·모바일쇼핑몰에서 QR·바코드를 인증해 결제하는 식이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합작법인 ‘핀크’(Finnq)를 출범하고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KEB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SK텔레콤 단말기에서 간편한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통사와 연계된 은행지급결제를 활용하면 고객은 소득공제혜택과 이용금액을 캐시백받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며 “은행과 이종산업의 제휴가 활발해 인터넷은행이 차별화된 결제서비스를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객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업은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신뢰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으로 소비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해외사례에 비춰볼 때 경영악화 등으로 파산, 피인수, 자진 폐업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이용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대형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인터넷은행은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고 경영존속에 우려가 높은 만큼 ‘보호기금’ 설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케이뱅크의 오프라인 점포 역할은 GS25 편의점에 설치된 일부 현금지급기(CD),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대신한다. 케이뱅크는 올 하반기부터 계좌를 개설하고 즉석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스마트 ATM’을 주요 거점 편의점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와 중구 고객센터에 시범운영 ATM을 설치했다. 기자가 지난달 29일 고객센터에 설치된 시범 ATM을 이용해보니 기본적인 입출금 기능 외에 ▲단기카드 대출출금 ▲단기카드 대출조회 ▲단기카드 대출이체 기능이 마련됐다. 3가지 기능은 가입과 심사절차 등이 간소화된 소액대출서비스다.
ATM에 신분증을 넣는 투입구도 눈에 띈다. 스마트 ATM에서 체크카드를 발급하려면 신분증을 투입하고 바이오인증을 거쳐야 한다. 체크카드는 케이뱅크 앱에서 다운로드하거나 우편으로 실물카드가 전달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직접 본 ATM기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 케이뱅크가 아직 출범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일반 ATM기와 외형이 비슷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날 점심시간 기자가 인근에 있는 시민에게 케이뱅크 ATM기를 아느냐고 묻자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케이뱅크 ATM이) 이곳에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ATM은 시범운영하는 단계로 주요 기능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 스마트 ATM을 설치하면 은행 창구에서 제공하는 대다수 업무를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