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달러화. /사진=머니S |
신흥국시장(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는 트럼프케어 상정이 취소되면서 다른 정책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 크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혁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 폭이 줄었지만 글로벌 국채수익률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달러인덱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 미국 금리인상으로 강달러가 시연돼 신흥국증시에 부정적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머징마켓이 투자 기회를 얻었다.
◆달러화 약세, 이머징마켓 자금 유입… 일본엔 부정적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등은 최근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다. 글로벌 40여개 국가 중 올해 기준으로 연간 수익률 상위 10개국은 대부분 신흥국이다. 그 중에 한국도 포함됐으며 싱가포르와 대만도 올랐다. 한국시장이 글로벌시장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것은 오랜만이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해당 국가들의 공통점은 IT, 금융, 소재, 산업재, 에너지 등 경기민감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점”이라며 “이 중에서도 한국시장이 가장 다양한 업종군을 보유한 점은 괄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신흥국증시가 비슷하게 흐르는 것도 경기민감업종 강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역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이 양호하다. 해당 국가들은 모두 대외교역이 좋을 때 경제성장이 양호하다. 수출이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가 글로벌시장에서 수익률 상위에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EM)지수는 현재 한화 기준 5만1700선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증시를 달궜던 트럼프 트레이딩이 이제 이머징마켓으로 옮겨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신흥국증시 호조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권역에서의 경기 회복세 영향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가들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한국만 해도 최근 5개월 연속 수출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또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경기가 살아나고 대형수출주 중심에서 서서히 내수주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최근 달러화 약세도 이머징마켓 상승랠리를 유도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고 신흥국증시는 한동안 주춤했다. 올 들어 미국 금리인상에도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증시가 힘을 내는 형국이다.
연초 103선을 웃돌던 달러인덱스가 현재 99선까지 내려오면서 상대적으로 강해진 신흥국 통화 가치는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 유입에 순풍 역할을 한다.
이렇듯 달러화 약세는 신흥국증시에 긍정적이지만 일본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중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일본 입장에선 악재다.
우선 신흥국의 경우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자금유출 우려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금융완화 등 경기부양책 여력이 높아진다. 자국통화 강세는 무역경로든 금융부문이든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등의 신흥국증시와 달리 일본증시의 경우 엔화 강세가 주가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내수부진이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