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경영환경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지난해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올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려는 매일유업과 오리온이 눈에 띈다. 특히 매일유업과 오리온은 연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매일유업,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기업가치 상승


매일유업은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분할과 관련된 투자설명서를 공시한 후 투자자들의 이목을 모았다. 이날 매일유업의 주가는 전장 대비 5.14% 급등했고 이후에도 연일 상승궤도를 달리는 등 지주회사 전환을 환영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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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22일 인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자회사 지분관리와 투자가 목적인 ‘지주회사부문’(투자회사), 유가공제품의 개발·생산·판매와 상품의 수입·판매 등을 담당하는 ‘유가공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분리한다. 신설회사인 매일유업과 존속회사인 매일홀딩스의 분할 비율은 0.53대0.47이다. 신주상장예정일은 오는 6월5일이다.
그간 매일유업은 본업의 실적 호조에도 제로투세븐과 엠즈씨드(폴바셋) 등 자회사의 수익성 부진 때문에 전체 실적과 주가가 저조했다. 분할 이후 자회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됨에 따라 본연의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이와 더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전망이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 이슈로 판단돼 주가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할 후 각각의 회사는 보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영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일유업의 인적분할 이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의 적정 시가총액은 각각 6989억원과 1367억원이고 합산한 시가총액은 835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매일유업의 목표주가가 5만5000원 안팎인 것을 적용하면 목표시가총액은 7485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11.6%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 업계 대비 낮은 PER… 주가 조정 시 매수


지주회사 전환에는 오리온도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분할과 관련된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중국 매출의존도가 높은 오리온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영향에 지난 8일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오리온도 매일유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22일 식품사업부문과 투자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기존의 제과사업부문은 오리온(가칭)으로 재상장하고 투자사업부문은 오리온홀딩스(가칭)로 변경 상장해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분할비율은 0.34대0.66이다. 또 분할과 동시에 거래활성화를 위해 보통주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주당 가액이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되며 발행주식수는 분할 전 600만8435주에서 분할 후 6008만4350주로 늘어난다. 신주상장예정일은 오는 7월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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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이후 오리온 사업회사와 투자회사의 적정 시가총액은 각각 5조952억원과 8570억원이고 합산한 시가총액은 5조9522억원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오리온의 목표주가가 93만원 안팎인 점을 적용 시 목표시가총액은 5조587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지주회사 전환 시 6.5% 추가 상승 여력이 확보될 전망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오리온의 앞으로 12개월 예상 실적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16.6배로 중국 제과업체 평균(20.0배)과 세계 제과업체 평균(19.7배)보다 낮아 투자처로 나쁘지 않다. 다만 오리온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와 함께 매출 중 중국 의존도가 큰 기업에 속해 위안화 약세와 사드 여파로 올 1분기 주가는 주춤할 전망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의 올해 영업 개선세는 약하지만 강한 수요 기반과 비용 제어능력을 고려하면 영업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지주회사 전환, 오너·투자자 모두에 ‘긍정적’

기업 분할 후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각각의 회사에 보다 전문적인 맞춤형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경영효율성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의 입장에서는 자사주에도 지분율만큼 분할된 사업회사 신주가 배정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 사업회사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분할 이후 자회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본연의 기업가치에 대한 상승 기대감과 함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이슈로 작용한다. 분할 후 합산 기업가치(사업회사+투자회사)가 분할 전 기업가치보다 높아져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도 이익이다.

앞서 2003년 국내 대기업 중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최초로 성공한 LG는 현재까지 국내그룹사들의 모범모델로 꼽힌다. 지주회사 전환 전 LG의 주가는 바닥 수준이었지만 지주회사 전환 이후인 2004년부터 본격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LG의 주가 수준은 2003년 대비 약 10배 상승했다. 삼성도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 중이란 소식에 외국인투자자들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일유업과 오리온이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 안목에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