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IG 하이브리드 주행사진.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주행사진.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특유의 정숙성으로 인기를 얻는 준대형 하이브리드 차급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경이로운 판매량을 기록중인 신형 그랜저(IG)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일 현대차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고 “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 중 최고의 상품성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신형 그랜저 상품성 그대로 계승

시승에 앞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내외관을 살펴봤다. 외관은 내연기관 그랜저와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측면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전용 ‘블루 드라이브’ 엠블럼과 전용 공력휠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동일하다.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해 디자인 변화를 최소화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박상현 현대차 중대형 총괄PM(이사)은 “내수소비자를 대상으로 준대형 하이브리드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기존 가솔린차와 외관 차이가 없는 게 좋다는 응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는 다소 변화가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가 적용돼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도어트림에 리얼 코르크 소재의 가니시를 적용했다. 큰 차별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껏 자동차 내장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촉감도 뛰어나고 손톱과 동전 등으로 긁어봤지만 쉽게 흠집이 나지 않는다.

트렁크 적재공간.
트렁크 적재공간.


실내공간은 최근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승용차의 최대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후열 공간이나 트렁크 적재공간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고전압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부에 위치시켜 실내공간을 침해하지 않고 트렁크 공간도 늘렸다. 현대차는 전시된 차량에 4개의 골프백과 2개의 보스턴백을 실어 트렁크 공간을 강조했다.

◆ 정숙한 주행성능에 반자율주행까지


이날 시승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을 왕복하는 80㎞구간에서 진행됐다. 시내구간과 자유로의 중·고속 구간이 두루 섞여있는 코스다.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에 발을 떼자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한 주행이 시작됐다.

저속구간에선 급가속을 하지 않으면 모터로만 주행하는 EV모드가 유지된다. 운전자가 임의로 EV모드를 선택할 순 없지만 엔진과 모터의 작동을 제어하는 로직을 개선해 다양한 상황에서 저절로 EV주행이 실행된다. 초반 가속은 모터가 주로 담당하고 속도가 오르면 엔진의 토크가 힘을 주는 형식이다. 고속에서 속도를 유지할 때도 EV모드가 자주 발동된다.

조향보조시스템(LKAS)이 적용돼 짧은 구간 손을 대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조향보조시스템(LKAS)이 적용돼 짧은 구간 손을 대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엔진이 개입을 시작해도 소음과 진동을 느끼기는 어렵다. 정숙성에 많은 공을 들인 차다. 신차용 타이어로 선택한 엔페라(N FERA AU5)는 현대차가 집중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음 감소’에 집중한 넥센의 최고급 타이어다. 내구성도 높아 차체 무게가 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합하다.

에코모드 주행시에는 다소 답답할 수 있지만 스포츠모드로 주행하면 모터와 엔진이 동시에 가동해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가속한다. 다만 연비는 뚝 떨어진다. 연비주행을 한 40km구간에서는 19.5km/ℓ의 연비가 표시된 반면 돌아오는 길 고속구간에서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 결과 14.4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신형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앞서 출시된 K7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kgf·m의 2.4 간접분사(MPI)엔진과 최고출력 38kW, 최대토크 205Nm을 발휘하는 고출력 모터가 조합됐다. 두 파워트레인이 최대로 발휘하는 출력은 200마력이 넘는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K7하이브리드에 비해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가진 최대 장점은 ‘현대 스마트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선택가능한 반자율주행 옵션이다. K7에선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만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그랜저는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이 더해져 자율주행에 가까운 운행을 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많은 비가 내리자 긴급제동시스템과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이 중지됐다.
시승 당일 많은 비가 내리자 긴급제동시스템과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이 중지됐다.


어드밴스트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과 동시에 작동시키면 정체도로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고속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약한 빗방울이 내려도 도로와 앞 차량을 정확히 인식했다. 다만 많은 비가 내리자 ‘레이더 가림으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이 중지된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기능이 정지됐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1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세로 신형 그랜저의 판매는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공식 출시 후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판매 개시 4일 만에 올해 목표치의 16%가 넘는 1630대가 계약됐다"고 밝혔다.

◆ 렉서스ES 잡는다는데 위협 받는 건 K7

이날 현대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수입차시장을 석권한 렉서스 ES300h를 경쟁모델로 꼽았다. 박상현 이사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L사의 경쟁모델보다 연비와 공간, 정숙성, 가성비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되는 건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ES300h보다는 ‘K7 하이브리드’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렉서스 ES300h의 선전은 가성비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격적 가격정책으로 가장 유사한 모델인 K7 하이브리드가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됐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기본트림인 프리미엄 트림은 비슷한 옵션의 K7의 프레스티지보다 35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LKAS가 포함된 현대 스마트센스 패키지 선택가격도 145만원(패키지1)으로 LKAS가 포함되지 않은 K7 하이브리드의 ‘드라이빙 세이프티팩’보다 45만원이나 싸다. 기아차와의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