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주택구입 부족자금 2억원을 부친에게 빌렸다고 가정하자. 과세관청의 자금출처조사 시 그 돈을 부친에게 빌렸다고 소명한다면 이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세법 원칙상 부모 자식 간 금전소비대차는 증여로 추정한다. ‘부모가 금쪽같은 자식에게 돈을 빌려줬겠나. 그냥 줬겠지’라는 게 과세관청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증여로 과세하진 않는다. 증여로 추정하는 것이어서 실제로 빌렸다는 입증자료를 제시하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돈을 빌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식 간 금전소비대차 차용증을 작성하고 차용증에는 변제방법과 변제기일, 이자율을 명시해야 한다.
또 차용증에 따라 이자를 주고받았다는 금융 증빙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자는 얼마일까. 세법에서는 돈을 빌릴 때 적정이자율을 연 4.6%로 규정한다.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5년까지는 연 8.5%였으니 그나마 인하된 셈이다. 2억원을 적정이자율(연 4.6%)로 빌린다면 연 920만원의 이자를 부친의 금융계좌에 입금해야 한다. 부친은 연이자 920만원에 대해 27.5%의 이자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친의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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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부모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하고 자녀에게 낮은 이자율로 빌려주고 싶을 것이다. 자녀에게 연 4.6%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려줘도 괜찮을까. 자녀에게 연 2%의 이자로 빌려준다면 적정이자율(4.6%)과 실제 이자율(2%)의 차이(2.6%포인트)인 520만원을 증여재산으로 본다. 다만 증여재산가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따라서 2억원 정도의 자금을 연 2%로 빌려줘도 자녀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만약 4억원을 연 2%의 이자율로 빌려준다면 증여재산가액이 1040만원(4억원×2.6%)이 돼 1000만원을 초과하므로 증여재산가액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친이 자녀에게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이 없다면 4년간 증여재산가액은 4160만원(1040만원×4년)이므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성인 자녀에게 5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가 되므로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어서다.
만약 부모의 재산을 담보로 3%의 이자율로 10억원을 대출받았다면 1600만원(10억원×1.6%)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10년 이내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없다면 3년차까지 증여세가 비과세되지만 5000만원이 초과하는 4년차부터는 증여세가 과세되므로 3년차까지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 금전 거래 시 과세관청에 소명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불필요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