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청바지에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젊음과 결단력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그가 갖춘 말의 격은 고요한 위엄이다.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의 말의 격은 듣는 데 있다. 경청에 따른 임기응변이 천하제일이다. 어떤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의 격은 담력에 있다.
글로벌 톱 리더들의 대화는 어떻게 다른가. 다보스포럼에 모인 세계 최정상 인사들이 구사하는 대화술을 인물별로 현장감 있게 정리한 <말의 격>이 그 해답을 알려준다. 33년간 국제사회에서 ‘프로 화술’의 세계를 지켜본 저자는 글로벌 톱 리더들이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연설을 하는지 소개한다. 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 프로들의 말하기 노하우를 통해 독자들이 사회생활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대화의 비법을 흥미롭게 전한다.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정계와 재계, 학계, 시민단체, 문화종교인 등 글로벌 톱 리더들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모임을 갖는다. 5일간 크고 작은 규모의 행사가 열리는데 아무리 작은 세션이라도 100여명의 청중이 몰려든다. 청중들 역시 글로벌 톱 리더들이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에 ‘지극히 높은 수준의, 조용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말 한마디로 엄청난 성과와 낭패를 부르는 회의. 그것이 바로 다보스포럼이다. 일각에서는 다보스포럼을 리더들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는 ‘리더 품평회’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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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서 언급한 버락 오바마와 토니 블레어, 니콜라 사르코지 외에도 마거릿 대처, 원자바오, 빌 클린턴, 데이비드 캐머런, 빌 게이츠, 노벨상 수상자이자 그라민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IMF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등 세계 최정상 인사들의 개성과 화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순하게 글로벌 톱 리더들의 말하는 기술을 살펴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일상적인 대화나 회의석상에서 발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조언들도 가득하다. 저자는 말의 격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언어에 의한 메시지는 20%에 해당하고 80%는 언어를 초월한 메시지로 자세, 표정, 시선, 몸짓, 목소리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는 말할 때 자세만 교정해도 인상이 달라지며, 시선 처리만 잘해도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의 간격을 의식하기만 해도 상대의 마음에 더 쉽게 전달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연설과 대화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동시에 다루지만, 단순히 말재간을 높이는 방법만 다루는 건 아니다. 화술을 연마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연마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언어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대화술의 요체임을 강조한다.
다사카 히로시 지음 | 신정원 옮김 | 아템포 펴냄 |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