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의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이 파죽지세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버린 것은 물론 사상최대에 근접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불과 6개월 전 두 기업의 올해가 암울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깨졌다.
두 기업은 지난해 스마트폰사업 부진이라는 공통된 악재를 맞아 고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9.7% 급감한 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어닝 쇼크에 빠졌다. LG전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4조7819억원, 영업손실 353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적자를 낸 MC사업본부의 부진이 LG전자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업계는 두 기업이 사드 배치로 인한 외교마찰과 중국업체들의 추격, 제조원가 상승 등 국내외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
삼성딜라이트에 전시된 D램. /사진=뉴스1 DB |
하지만 막상 올해 첫 실적의 뚜껑을 열자 상황은 시장의 예상과 달랐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같은날 LG전자도 매출 14조7000억원, 영업이익 92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삼성, 반도체 날개·갤S8 모터 달고 비상
1분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의 비수기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태를 겪으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이 전무한 상태로 1분기를 버텼다. 전문가들은 “무선사업부문은 이번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끈 것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담당하는 반도체시장의 ‘슈퍼호황’인 셈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30% 이상 급등했다. 중국·인도 등 거대 개발도상국들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IT산업의 쌀’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다. 업계는 반도체시장이 당분간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반도체시장 전문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D램을 비롯한 반도체시장은 올해 전년대비 10.3% 성장한 853억달러(약 98조원)를 기록할 것”이라며 “2020년대 초반까지 성장을 거듭해 2021년에는 1099억달러(약 126조3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장밋빛 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1분기 절치부심한 무선사업부문에 있다. 지난 7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 갤럭시S8시리즈는 이틀간 55만대에 달하는 예약대수를 기록했다. 갤럭시S8시리즈의 연간판매량은 5000~6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8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삼성전자는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 |
LG 시그니처 OLED TV. /사진제공=LG전자 |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호황을 이끈 반도체의 성장세가 건재하고 갤럭시S8의 시장평가도 긍정적”이라며 “2분기는 가전부문의 성수기로 견고한 실적이 전망되며 디스플레이부문도 중국 스마트폰제조사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탑재를 늘리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3년 3분기에 기록한 10조1600억원의 분기 최고 실적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민희 흥국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실적 호조의 주역인 반도체시장, 특히 3D 낸드플래시는 신뢰성이 중요해서 후발업체들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까지 삼성전자의 리드가 예상되고 실적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사업은 2019~2020년 이후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어 장기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자동차전장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1분기 깜짝 실적 LG, ‘탄탄대로’ vs ‘일시적 현상’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록한 353억원의 영업손실을 흑자전환한 것에 그치지 않고 2009년 2분기 1조2438억원의 영업이익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준인 9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당초 증권업계가 예상한 6001억원보다 무려 3200억원(54%)가량 많다.
업계는 LG전자의 호실적은 1분기가 가전시장의 비수기임에도 TV와 가전제품의 전 부문에서 고른 흑자폭을 기록한 것과 조성진 부회장이 스마트폰부문의 적자를 줄인 데서 기인했다고 해석한다.
![]() |
지난해 1조25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LG전자 스마트폰 담당 MC사업본부는 올 들어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해 효율성을 높였다. 동시에 가전부문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부문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프리미엄 제품군인 ‘LG시그니처’의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B2B 거래규모 확대에도 성공해 계절적인 흐름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MC사업본부에 시행된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더 빨리 반응했다”며 “정확한 수치는 이달 말에 밝혀지겠지만 7분기 만에 MC사업본부가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전자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 이번 호실적은 스마트폰부문 직원을 670명가량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따른 효과라는 주장이다.
한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깜짝 실적을 냈지만 G6 출시를 제외하면 전사적으로 눈에 띄는 점이 없다”며 “2분기까지는 실적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비용통제로 인한 흑자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