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데 웬만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젊은이들마저 AI(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지만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 ‘노후빈곤, 길을 찾다’ 4번째 시리즈를 통해 청년의 가족이자 우리의 내일인 노인의 삶과 일자리의 현실을 살펴보고 ‘노인 일자리 선진국’이 되기 위한 과제와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베이비붐세대(1955~1962년생)의 노동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사업에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올해는 노인 일자리사업에 466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 수당은 10년 전과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계속 노동시장에서 물러날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인프라 형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고령층 인구 급증… 고용률 ‘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인구는 1239만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56만3000명) 증가했다. 또 이 계층은 15세 이상 인구(4338만7000명)의 28.6%를 차지했다.


반면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1%로 전년 동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고용률은 53.7%로 0.2%포인트 떨어졌다. 고령층 고용률이 낮아진 것은 2008년 49.9%에서 2009년 48.9%로 하락한 이후 7년 만이다.

고령층 실업률도 2013년 1.8%, 2014년 2.1%, 2015년 2.5%, 2016년 2.5% 등으로 해마다 상승세를 보였다.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수가 고령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고령층 인구 중 61.2%(758만2000명)가 장래에도 일하길 원했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 ‘생활비에 보탬’(58.0%)을 꼽았다. 이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하길 원하고 희망임금은 월 평균 150만∼300만원(33.6%) 또는 100만∼150만원(32%)이었다. 일자리의 선택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6.9%), ‘임금수준’(24.0%), ‘계속근로 가능성’(17.4%) 등이다.


◆노인 증가율 따라잡지 못하는 예산

그러나 이들의 노동여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인근로자는 하루 평균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보다 긴 12.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간당 임금도 5457원으로 최저임금 5580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도 85.4%가 경비와 청소, 가사도우미, 운전사 등 단순노무직에 집중됐다. 휴가나 재해보상 등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사업에 466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2004년 122억원에서 36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노인 일자리사업에 투입되는 비용도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 일자리사업은 노년층의 노후소득 보전과 사회활동 증진목적으로 진행되는 보건복지부 소관사업이다. 만 65세 이상의 공공분야(공익활동·재능나눔)와 만 60세 이상의 민간분야(시장형사업단·인력파견형사업단·시니어인턴십·고령자친화기업)로 나눠 진행된다.

그러나 공익활동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실제 노인 일자리사업 중 민간분야 참여자는 10%에 불과한 반면 공공분야 참여자는 90%에 달하고 이 중 79%는 공익활동이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들이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인 일자리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 수당은 월 22만원으로 지난해(20만원)와 비슷하다. 10년이 넘도록 월 20만원대에 멈춰있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공공분야 일자리를 확대했지만 그만큼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수당이 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민간 일자리에 비해 노동시간이 적고 소득이 낮은 점이 한계다. 물가와 최저임금은 계속 상승하는데 보수가 그대로여서 노년층에게 소득을 보전해주는 효과가 떨어진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인 일자리사업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고 참여자 선발 시 소득수준이 고려되지 않아 합리성과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주름진 이력서] 노인 따라잡지 못하는 일자리

◆“고령층 변화 따른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공익활동형 위주의 일자리정책에서 벗어나 중소득·중기술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일자리 및 소득지원 성격의 일자리 지원보다는 성장동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롭게 고령층으로 들어서는 베이비붐세대는 기존 고령층과 여러 측면에서 이질적”이라며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수혜를 받은 세대이자 교육·기술 수준 또한 현재의 고령층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의 특성이 변화함에 따라 정부의 지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생산가능 인구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숙련기술의 단절,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심화 등을 야기하며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윤 연구위원은 베이비붐세대가 고령층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이들의 역량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에게 자신의 생산성에 미치지 못하는 단순 복지성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기업·국가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복지차원의 일자리 공급 확대로 중소득·중기술 이상의 미래 고령층이 자신의 생산성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에 안주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