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외산폰의 무덤’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한국시장에 출시된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이 하루 100대 수준의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음에도 샤오미는 한국시장의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샤오미는 지난 1분기 중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화웨이(20.8%)와 오포(18.9%), 비보(14.6%) 등 중국브랜드는 물론 애플(9.6%)에게도 밀리며 9.3%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자국시장의 흐름이 여의치 않자 차선책으로 해외진출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 |
샤오미 미믹스. /사진제공=샤오미 |
샤오미는 한국 공략의 선봉으로 ‘미믹스’를 내세웠다. 그동안 해외직구 등을 통해 국내에 조금씩 유통되기는 했지만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국내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미믹스의 어깨가 무겁다. 통신업계는 미믹스에 대한 평가가 곧 샤오미 스마트폰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X3(아너6), Y6 등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한국시장에 진입해 중저가브랜드라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했다”며 “최초 출시되는 제품이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괴물폰 ‘미믹스’, 한국 공략 선봉
샤오미는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를 최초 출시제품으로 선택했다. 미믹스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깬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괴물폰’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미믹스는 뛰어난 스펙을 자랑한다. 특히 디자인과 관련한 평이 대단히 후하다.
그간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베꼈다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미믹스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호평 받았다.
미믹스는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타크가 디자인을 맡았다.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스타크는 모든 것을 간소화해 미믹스를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했다. 물리홈버튼과 디스플레이를 감싼 베젤을 없애고 화면을 극대화하는 등 간결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트렌드인 ‘베젤리스’(테두리 없음)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6.4인치 디스플레이와 4~6GB 램, 128~256GB 내장 메모리, 4400mAh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다. 여기에 1600만화소 후면 카메라(전면 500만화소)도 포함했다. 한정판 금장블랙모델은 18K금으로 도금된 지문센서도 갖췄다. 가격은 68만8000~79만9000원으로 중국산 스마트폰 가운데 비싼 축에 속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시리즈와 LG전자의 G6보다는 저렴하다.
샤오미 휴대폰을 국내에 정식 도입하는 지모비코리아는 “미믹스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생산수율이 낮아 많은 물량을 들여오지 못했다”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국내시장의 사정을 고려해 연내에 1개 이상의 스마트폰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 |
필립 스타크 산업디자이너(왼쪽), 레이쥔 샤오미 CEO. /사진제공=샤오미 |
◆미믹스는 OK, 샤오미는 글쎄
한국 스마트폰시장을 공략하는 첫 모델로 미믹스를 내세운 것은 뛰어난 선택이었다는 평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샤오미 스마트폰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번째 과제는 중국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최근 스마트폰 안전문제는 업계를 뒤흔드는 화두로 떠올랐다. 샤오미 제품이 중국산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최근 갤럭시S8 시리즈와 G6를 선보이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테스트 결과를 대중에 공개했다. 따라서 샤오미가 소비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된 한·중간 외교마찰도 문제다.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도 그동안 쌓여왔던 반중감정이 표출되는 분위기다. 롯데 등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피해를 입으면서 국민적인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단체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부당한 보복조치에 항의하거나 중국제품 불매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진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중국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다”며 “최근 반중정서가 고개들면서 소비자들이 가급적 중국산제품 구입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사후관리(AS) 역시 샤오미가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에 정식 출시된 미믹스는 지모비코리아가 직영점을 통해 AS를 전담한다. 문제는 이 직영점이 서울에 한곳뿐이라는 점이다. 지방 거주자들은 AS를 받으려면 택배로 접수해야 한다.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이지만 기존 국내 휴대폰과 달리 할부 가입이 어렵다. 각종 스마트폰보험 가입이 쉽지 않고 간편결제도 사용할 수 없다. 개통 시 유심(USIM)칩을 슬롯에 삽입하면 자동으로 기기명을 인식하는 국내 스마트폰과 달리 샤오미 스마트폰은 ‘OMD 기타 LTE 핸드셋’으로 인식돼 VoLTE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내 스마트폰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수없이 많았다. HTC, 화웨이, 소니, 구글, 노키아,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스마트폰제조사들이 차례로 한국시장에 도전했으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 도입 10년간 시장점유율 1% 이상을 차지한 외산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이 유일하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외산폰의 무덤’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