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이자 철학인 ‘J노믹스’는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다. 사람 중심의 선순환 경제구조로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역할을 강화한 만큼 국가 총지출 증가율은 기존 3.5%에서 두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두루뭉술하다는 것. J노믹스가 이행되기 위해선 구체적 재원마련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루뭉술한 재원마련책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1호 공약으로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 대통령이 된 후 첫번째 업무지시도 ‘일자리 대책 마련과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보육·의료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부문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앞으로 5년간 총 81만40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방침이다.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연평균 4조2000억원, 총 2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재정지출개혁과 세입확대를 통해 마련한다’고 다소 막연하게 제시했다.
여기에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저 10% 이상 되도록 유도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상·하위 소득격차를 개선해 국민의 실질적 생활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내수침체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약속한 다양한 복지·경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추가로 총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112조원을 확보하고 덜 걷혔던 세금을 제대로 걷는 방법으로 66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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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
당장 문 대통령은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올 하반기 중 공공부문 일자리 1만2000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추경 편성은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며 국회 동의도 필요하다.
현행법에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추경 편성 시도 자체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도 의석수 6개를 가진 정의당을 제외하면 추경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비판적 입장이라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선 기간 내내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 대선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선과정에서 유력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 여러 대책을 마련한 터라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 등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라는 첫 파고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축소, 중소기업 청년고용할당제, 국공립 보육·요양시설 대폭 확충, 청년고용 촉진수당, 아동수당 신설 등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공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문재인정부는 일단 재정개혁을 통해 연평균 22조4000억원(5년간 총 112조원), 세입개혁으로 연평균 13조2000억원(5년간 66조원)을 조달해 재정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고 추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세, 최후의 보루
문 대통령의 재정정책을 설계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세수 자연 증가분(58조원)과 초과 세수(40조~55조원)로 우선적 필요재원을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중복 비효율 사업 조정, 정책자금 운용배수 증대 등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그때 가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증세’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전 박근혜정부에서 3차례나 추경을 편성해 수십조원을 경제활성화에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주도 경제정책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계에선 기업 등 민간 참여 없이 경제회복, 일자리 창출 등의 과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이에 따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J노믹스의 또 다른 축이 재벌개혁인 만큼 오너 중심의 국내 대기업이 정부정책에 동조할지 의문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결국 J노믹스의 성패는 재정 확보와 민간기업의 동조 여부에 달려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 도입 등 재벌을 압박하는 정책들이 대거 예고된 만큼 경영진의 활로를 열어줄 정책이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벌개혁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섬세한 정책 집행과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경제정책 관련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새 정부가 앞장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