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다. 이날은 해마다 주제를 정해 캠페인을 벌인다. 올해도 국내 곳곳에서 여러 행사가 열린다. 강원도 횡성은 각 학교 체육관에서 학생 대상 골든벨 행사를 진행한다. 학교장의 금연 선포식으로 골든벨이 시작돼 마지막까지 남은 학생에게 상품을 증정한다. 금연을 약속하는 선서식은 모든 학생이 참여한다.

인천은 오는 27일 월미문화의 거리 학 공연장에서 금연체험대전을 개최한다. 스토리텔링 방식의 금연존에서는 일산화탄소 측정, 니코틴의존도 평가, 폐 모형 전시, 사진전 등을 통해 흡연의 위해를 알아볼 수 있다. 골밀도 검사, 체성분 측정, 혈관나이 측정, 모세혈관 현미경 검사 등 다양한 검진도 무료로 제공한다.


페이스페인팅, 천연비누 만들기, 종이방향제 만들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과 전통떡, 추억의 달고나, 전통엿, 팝콘, 솜사탕 등 먹거리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족단위 결속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걷기대회에 참가하면 쿨론 소재 티셔츠를 무료로 받는다. 각종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에는 포토존에서 즉석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가족과 친구에게 금연을 선포할 수도 있다.

◆금연 실천, 조기교육이 중요

필자는 친구를 통해 강력한 의지가 생기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음을 느꼈다. 오래전 친구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방에 흡연자의 폐사진이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의사인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금연을 바라며 붙여놓았던 것이다. 친구는 흡연자의 끔찍한 폐사진을 보며 결국 금연에 성공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금연할 필요가 없도록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의 아버지는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입에서 담배가 떨어지지 않는 애연가였다. 담배 구입에 쓴 돈을 저축했더라면 상당한 금액이 모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치아와 손가락, 안방 벽지까지 니코틴에 절어 누렇게 변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시작한 흡연이어서 담배를 끊으려 해도 힘들다며 흡연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부모님의 정신교육 덕에 필자의 형제 모두 담배를 입에 댄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따라서 필자도 아들에게 수시로 흡연의 위해성을 알려줬다. TV에 관련 방송이 나오면 아이를 불러 같이 봤다. 청소년기에는 학교친구의 영향을 받아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취학일 때부터 흡연에 대한 부정적 개념을 심어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어릴 때 형성된 개념과 습관이 평생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병의 근원, 이젠 끊어야 할 때

이미 흡연 중이라면 담배 연기의 정체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 담배 연기에는 다수의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해 약 4000여종의 발암물질과 각종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니코틴(중독성·살충제), 일산화탄소(연탄가스 중독 주원인), 포름알데히드(살충제·제초제), 벤조피렌(강력 발암물질), 폴로늄210(방사선), 나프탈렌(좀약), 타르(아스팔트), 우레탄(산업용 용제), 아세톤(페인트 제거제), DDT(살충제), 비소(사약의 성분), 청산가스(사형가스), 암모니아(호흡기 자극), 나프틸아민(방부제), 부탄(라이터 원료), 비닐클로라이드(PVC원료), 메탄올(소량섭취 시 실명), 페놀(영구적인 눈의 부상과 실명), 디메틸니트로스아민(강력 발암물질)을 비롯해 중금속인 카드뮴, 니켈, 크롬 등이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시판 중인 연초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담뱃갑에 표기되지 않은 발암 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 카테콜, 스티렌, 1·3-부타디엔, 이소프렌, 아크로니트릴, 4-아미노비페닐 등이 다량 검출됐다.
담배 연기의 유해성분은 혈관에 들어가 온몸으로 독성을 퍼뜨린다. 폐암, 후두암, 식도암, 췌장암, 결장암, 인두암, 구강암, 위암, 신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백혈병 등 각종 암의 원인이 되며 백내장, 위궤양, 치주염, 고관절 골절, 허혈성심질환 등 각종 질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인류에게 발생하는 암 중 30~40%가 담배로 인한 것이다.

특히 폐암에 걸릴 확률은 20배 이상 증가한다. 남성 폐암환자 90%, 여성환자 80%가 흡연으로 인한 발병이다.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5%로 췌장암 다음으로 낮다(국가 암정보센터). 타르 성분은 폐에 쌓여 폐를 검게 만든다. 저타르 담배를 피더라도 폐암 발생 위험은 줄지 않는다. 폐암만이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 폐렴, 결핵,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야기한다. 한번 망가진 폐는 회복이 쉽지 않다. 임신 중 흡연은 태아의 폐를 손상시키고 청소년기 흡연은 폐의 성장을 지연시킨다.

동맥경화를 비롯해 각종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생식기질환의 주원인에도 흡연이 빠지지 않는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 심장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최대 10배 이상 높인다. 여성에게는 임신 중 합병증과 영아돌연사, 남성에게는 성기능장애의 원인이 되며 노인에게는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황반변성에 연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발병률은 30~40% 높아진다.

◆흡연시 평균수명 8~10년 단축

뇌에서 종합적 사고, 인지, 문제해결 기능 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두께는 흡연으로 얇아지면서 뇌의 신경학적 퇴행이 빨라진다. 그로 인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인 노망 현상도 비흡연자보다 더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 담배 연기 속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산소를 옮겨주는 헤모글로빈에 산소보다 훨씬 강하게 결합해 뇌에 공급되는 산소를 줄인다.

오랜 기간 흡연한 사람의 피부를 조직검사하면 햇빛에 많이 노출돼 광노화가 진행된 피부와 유사하며 주름이 많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피부 각질층 수분과 비타민A 농도가 감소되며 비타민C 파괴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피부가 탄력을 잃는다. 담배 연기의 각종 유해한 미세입자들은 피부에 흡착돼 모공을 막아 피부를 상하게 한다. 뼈가 약해지면서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흡연자는 평균수명이 약 8∼10년 단축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45세 이상 성인 105만명을 10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의 사망률이 비흡연자보다 남성의 경우 44%, 여성은 48% 더 높았다. 전세계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250~500만명에 달하며 20세기 통틀어 1억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군인 연감보고서는 2014년 미국 내에서 흡연과 관련된 사망자가 48만명이라고 밝혔다.

담배를 피우면 대기오염 안전기준의 490배를 초과하는 수치에 노출된다. 요즘 사회적으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고 개인적으로도 각종 오염물질을 피하는 데 신경 쓰지만 흡연한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