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대가 급격히 다가온다. 주행거리를 대폭 강화한 2세대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기차 보급이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용차 업계도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인프라 확대와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승용차에 비해 개발이 더뎠지만 상용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젤엔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며 전기차 개발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박홍식 기자
/사진=뉴시스 박홍식 기자

◆ 가속페달 밟는 전기버스
상용차업체들은 꽤 오래전부터 전기버스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과 한국화이바가 공동개발한 전기버스 9대가 서울시 남산 순환 버스노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상용차사업을 중단하고 한국화이바 전기버스·버스사업부문(현 TGM)이 중국타이치그룹에 매각되며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이 버스들을 유지·관리하는게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해 말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당초 서울시는 이 사업을 시작으로 시내버스 등에 전기차를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실상 운영에 실패하며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하나둘 개발에 나서며 다시 한번 전기버스에 관심이 쏠린다. 업체들이 전기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재 전기버스는 대당 보조금 1억원씩 100대까지 지원된다. 저상버스로 개발할 경우 최대 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 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현대차가 내년 초 1회 충전으로 290km를 주행할 수 있는 ‘일렉시티’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5일 경기도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되는 상용차 종합박람회 '현대 트럭 & 버스 메가페어'에서 일렉시티를 최초 공개한다.

중국에 팔렸다가 올해 초 에디슨모터스(이이에스)에 인수된 TGM도 주목해야 할 기업이다. TGM은 앞서 서울 남산노선을 제외하고도 부산과 제주, 포항, 구미 등에 전기버스를 판매했다. 제주에서는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전기버스를 개발한 자일대우버스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사는 그동안 중국 합작법인에서 꾸준히 전기버스를 생산해 현재 상하이시 전기버스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버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포항시가 자일대우에 20대의 전기버스를 주문했다.

서울시도 조심스럽게 전기버스 재도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최근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 셔틀버스로 전기버스를 쓰기로 하고 납품업체로 우진산전을 선정했다. 우진산전은 현대로템의 1차 협력업체로 경전철 제작기술을 이용해 전기버스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가 지난달 제주에 한국형 전기저상버스 'eBus-12'를 시승할 수 있는 시승센터를 설치해 국내 상용화를 예고했다. 중국 전기버스업체인 '포톤'도 최근 환경부의 보조금 인증을 통과했다.

전기버스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면서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먼저 최대 2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기존 CNG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 민간 운수업체의 도입이 쉽지 않다. 특히 충전시설을 만드는 비용은 전혀 지원되지 않아 도입 부담이 크다. 또 승용차의 경우 충전방식 등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졌지만 전기버스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번호판에 발 묶인 전기트럭

전기트럭은 버스보다 개발과 보급이 더딘 상황이다. 무거운 화물을 실어야 하는 차량이다 보니 더 많은 출력과 배터리용량이 필요해 디젤을 쉽사리 대체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활용도가 높은 1톤 급부터 전기트럭이 확대돼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전기트럭을 선도하는 업체는 파워프라자다. 이 회사는 0.5톤 경상용 트럭 라보를 개조한 ‘라보 ev 피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지난달 서울모터쇼에서는 1톤급 전기트럭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대구에서 농기계업체인 대동공업과 전기트럭을 개발중이다. 오는 2019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 250㎞의 1톤 전기트럭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부품사인 디아이씨(DIC)는 현대차 1톤트럭을 개조한 전기트럭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 인증을 취득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 화물차는 파워프라자가 개발한 0.5톤급 전기화물차 ‘피스’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1톤 전기차의 판매처가 확보된다면 업체들이 연구개발역량을 집중해 더 빠른 시일 내에 전기트럭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건 택배 등 물류회사의 운송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유가대비 연료가격이 안정적이며 시내를 주행하는 택배차의 경우 일평균 주행거리가 길지 않아 1톤 전기상용차를 활용하기 적합하다. 화물차 증차 규제에 묶여 영업용 번호판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면 큰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기화물차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선 전기화물차의 영업용 번호판 취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기존 화물차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계류됐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개막하며 이 법안이 하루 빨리 다시 논의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계류될 당시 이 법안에 반대한 것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전기차 활성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법안이 상정됐을 때 이들이 다시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