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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증권업계는 은행을 비롯한 다른 업종보다 해당 공약에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또한 상당수의 증권사 직원은 비정규직 해소를 “남 얘기”라고 치부한다. 왜 이들은 새정부의 정책이 증권업계 내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걸까.
◆정규직 전환 바람… 증권사 ‘글쎄’
지난 16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은행 내 이메일을 통해 전담직직원 300여명의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증권업계에도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은행들이 선언한 ‘계약직의 정규직화’는 새정부의 일자리정책과 연관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고 이는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며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점차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사정이 다른 증권업계에서는 정규직화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계약직이라고 하면 정규직에 비해 연봉이 적고 대우가 좋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오히려 계약직 중 고액 연봉자가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비정규직과 은행 비정규직은 성격차이가 있다”며 “은행은 텔러직군이 비정규인 반면 증권사는 애널리스트 등 주로 고액연봉자가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는 성과에 따라 고액연봉을 받으며 직장을 옮겨다니는 관행이 정착됐다”며 “고용불안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고액연봉에 따른 높은 비정규직 비율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15대 증권사의 평균 비정규직 직원 비중은 지난 1분기(지난 3월 말) 기준 20%를 넘겼다. 금융업권 중에서는 카드업권 다음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대형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만 해도 비정규직 비율이 각각 23.5%, 19.6%, 15.5%에 달한다. 중·소형사의 경우 이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증권사 중 메리츠종금증권이 68.3%를 기록해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투자(33.7%)와 키움증권(30.9%) 등도 비정규직 비율이 업계 평균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형사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이 채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동일한 노동과 성과를 내는데 비정규라고 차별을 받는 다른 업권과는 비정규직의 성격이 다르다”며 “증권사 리테일직군은 성과에 따라 연봉이 연동되는 계약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을 제외한 계약직 비중은 30% 정도로 정규직과의 처우가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BEP(손익분기점)이 낮기 때문에 목표달성 부담이 낮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성과급을 더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과 위주’ 업권 특성 감안해야
현재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는 비정규직 해소 문제는 주로 제조업과 관련된 문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서의 계약직은 다른 개념으로 봐야한다. 금융투자업은 리테일 등의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계약직 직원 비중이 높다. 불안정한 고용환경보다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수를 가져가는 문화가 자리잡혔기 때문에 계약직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비율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가 애널리스트로 정규직 공채보다는 경력 계약직 형태로 연봉을 높이며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반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임금과 고용안정성 보장 유무에서 차이가 큰데 증권업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특성상 고용안정성이 다른 업권 대비 약하기 때문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문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장치로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