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할부금융시장에 속속 뛰어든다.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고객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대출총량규제에 돌입해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할부금융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할부금융은 고객이 판매사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대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지급하고 고객은 금융회사에 이 대금을 분할납부하는 형태의 금융서비스다. 자동차 등 일시금으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제품이 주요 대상이다. 고객은 신용카드 한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카드가 없어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 카드 할부보다 이자가 적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 |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
◆서민금융·할부서비스 결합
저축은행은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할부금융업 등록이 가능하다 해당 조건은 2년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 유지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
할부금융서비스를 선보인 저축은행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JT저축은행이다. JT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JT할부금융’을 출시했다. JT저축은행은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시장이 아닌 전자제품, 가구 등 내구소비재시장을 공략해 출시 7개월 만인 지난 2월 말 누적취급건수 2000건, 누적취급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누적취급건수가 3000건을 넘어선 만큼 JT저축은행은 이달 중 누적취급액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JT저축은행의 할부금융상품이 포화상태인 할부금융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건 저축은행 고객 니즈를 분석해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영업했기 때문이다. 실제 JT할부금융의 주요 취급품목을 보면 의료기기, LED조명, 운동기기, 전자제품, 건강·미용용품, 자동차정비기기, 선박엔진, 셀프세차기, 프레스기, 태양광설비, 히트펌프보일러, 스크린야구·골프, 자판기 등 설비·인테리어 중심의 120여종에 달한다.
여기에 최장 60개월 장기간 분납이 가능하도록 상환기간에 여유를 둔 점, 서비스 이용가능 여부를 고객이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웹 시스템을 구축한 점 등 고객 편의성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금리는 최저 연 7.6%이지만 무이자 취급이 가능한 상품도 있어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노하우를 접목하고 주요 고객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내구소비재시장이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내구소비재뿐 아니라 다양한 중소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도 취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할부금융은 고객에겐 기존의 할부금융사보다 유리한 금융조건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겐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판매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웰컴저축은행은 QR코드 기술을 접목한 온·오프라인 할부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킨 후 물품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할부금융이 진행된다. 복잡한 서류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을 살려 고객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오토바이, 모발이식, 인테리어 등 생활밀착형 할부금융 상품으로 서민을 공략한다. 이밖에 SBI·OK·OSB·조은·인성저축은행도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시장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수익 다변화…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이처럼 저축은행이 할부금융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이유는 수익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P2P(개인대 개인)대출업계가 꾸준히 성장 중이고 지난 4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저축은행 고유영역인 중금리대출시장까지 위협받고 있다. 제한된 영업권역에서 개인신용대출, 기업대출, 담보대출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중금리시장 각축전이 본격화됨에 따라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해 금융당국이 대출총량규제를 본격 시행해 수익창출이 예년보다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저축은행은 올해 대출증가율을 지난해보다 5.4% 이하로 줄여야 한다. 또 연 20%가 넘는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50% 추가로 쌓아야 한다. 가령 ‘고정’으로 분류된 연금리 15%짜리 1000만원 대출상품은 대손충당금을 20%(200만원)만 적립하면 되지만 연금리가 20% 이상일 경우 기존 충당금(200만원)에 50%(100만원)를 추가해 300만원을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최고금리 인하 이슈도 저축은행이 수익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 정부는 연 27.9%인 최고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수익다변화가 절실한데 할부금융은 대출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하면 새 시장에서의 수익 확보와 고객유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개인신용대출을 주 영업원으로 삼는 저축은행들은 앞으로 관련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할부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영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자동차 할부시장의 경우 캐피탈사와 시중은행이, 가전제품 할부시장은 카드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시장을 뚫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내구소비재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할부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자동차시장이지만 저축은행 진출은 사실상 어렵다.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지만 큰 돈이 안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