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대강을 보는 눈

지난 1일 전국 16개 4대강 보 가운데 6개 보의 수문이 개방됐다. 취임 이후 연일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 없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순차적·상시 보 개방을 통해 생태계 상황, 수자원 확보, 안전성 등을 검토하며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전면적인 보 개방이 자칫 강 하류 마을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서다.?


반면 그동안 전국 주요 강에 드리운 녹조라떼의 원흉이 4대강 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 환경단체와 학자들은 수문 개방을 환영하면서도 순차적·상시 개방 방식에는 우려를 표했다. 적은?양의 물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는 녹조라떼 악령을 충분히 씻어낼 수 없다는 것.?

4대강 보가 설치된 16개 지역에 수중 생태계 4급수 오염표종으로 지정된 유해생물인 ‘붉은깔따구’까지 곳곳에 퍼진 마당에 수문개방을 미뤘다간 수중 생태계가?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망가질 것이란 우려가 짙게 깔렸다. 실제로 시궁창이나 하수구에서 발견되는 ‘붉은깔따구’가 최근?보 설치지역 강의 상류에서 발견돼 심각성이 고조된?분위기다.

이명박정부 시절 진행된 4대강사업은 22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강바닥 모래를 긁어내고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은 사업이었다. 그 결과 우리가 얻은 건 녹조라떼와 유해생물 붉은깔따구였지만 누군가에겐 아직도 위대한 사업으로 찬양받는다.?


임기 내에 4대강사업을 끝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치사에 몰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고위공직자들이 임기말에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한달이 채 넘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혈세 22조원의 무게를 속도전보다는 장기전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계획적으로 접근해야만 뿌리 깊게 내린 4대강사업 적폐를 도려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쓴소리에 귀를 닫고 나 몰라라 했던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의 실패는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 정책과 방향이 다른 목소리뿐만 아니라 방향성은 같지만 방법이 다른 목소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정책이 모두 옳을 순 없기 때문이다.

적폐에 찌든 4대강사업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개혁의지는 충분히 드러났다. 이제는 외부 목소리와 조화를 이뤄 마무리 짓는 일이 남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