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익사업이 손실을 낸다면 접어야 할까, 유지해야 할까.

IBK기업은행이 길거리점포 축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올 초 취임일성으로 길거리점포 축소를 공언했으나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12년 설치된 길거리점포는 기존에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리모델링해 만든 무인점포다. 기업은행은 KT자회사인 KT링커스와 10년 장기계약을 맺어 2021년까지 길거리점포를 운영할 수 있으나 계속되는 적자로 폐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길거리점포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진=IBK기업은행
길거리점포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진=IBK기업은행

실제 지난해말 기준 기업은행 길거리점포는 1481개에서 1360개로 121여개 줄였다. 다만 길거리점포를 모두 폐쇄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이 취임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그동안 문 닫은 길거리점포는 미미하다. 지역에 따라 점포를 순차적으로 설치해 철수하는 데도 상당수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길거리점포의 손실이 지속되면서 김도진 행장이 그리는 리딩뱅크 청사진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공익이냐, 실리냐


기업은행 길거리점포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놓고 고민하게 하는 애물단지 채널이다. 은행은 공익사업을 펼쳐야 하지만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길거리점포는 디지털금융이 본격화되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현재 은행고객 90% 이상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 디지털금융으로 거래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공중전화 이용률이 크게 줄었고 여기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까지 줄어 적자폭이 커지는 추세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길거리 점포는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46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일반 ATM보다 운영비가 비싼 점도 한 몫한다.

기업은행이 KT 로고와 공중전화가 들어간 KT링커스를 사용하는 값으로 내는 용역비도 만만치 않다. 길거리점포 운영을 중단할 경우 부스제작원가의 잔존가격을 전액 지불키로 해 축소비용 역시 부담이다.

당초 기업은행의 길거리점포는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신개념 점포로 주목받았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해 공익성도 인정받았다. 공중부스의 환경을 개선하고 기능을 다양화해 거래 고객 편의를 높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공익 목적에도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길거리점포는 수익보다 은행 홍보와 창구업무를 대체하는 효과,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설치했다”며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점포는 축소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부문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S토리] 기업은행 '길거리점포' 어찌할꼬

◆실패작 된 스마트브랜치

기업은행의 또다른 특화점포, 스마트브랜치도 사실상 모습을 감췄다. 스마트브랜치는 은행 창구에서 볼 수 없었던 스마트기기로 통장 개설부터 영상상담까지 이뤄졌으나 이용이 저조해 5년 만에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이 2012년 1호로 문을 연스마트브랜치 영동점은 지난해 1월 선릉역지점과 통합됐고 수원 KT올레플라자에 설치한 스마트브랜치도 비슷한 시점에 인근 지점으로 흡수됐다.

3호 스마트브랜치 한동대학교 ‘IBK 프리앤’ 역시 설치 2년 만인 2014년 문을 닫았다. 캠퍼스 안에 설치된 스마트텔러머신은 학생들이 예금·체크카드·전자금융 가입 등 60여가지 업무를 직원의 도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출장소에 근무하는 직원 2명이 대면거래를 돕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고잔중앙점(4호)도 해당 서비스가 인근 지점에 통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브랜치는 은행을 찾지 않던 고객이 흥미를 느껴 신규 거래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수익채널로 연결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무인점포를 파일럿(시범)점포로 운영하고 있으며 스마트브랜치 역시 지난해 이후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특히 대학가 스마트브랜치는 대다수 문을 닫았다. 신한은행의 S20 스마트존, KB국민은행 KB스마트브랜치, 우리은행 스무살 우리, KEB하나은행 와삭바삭존 등은 폐점됐거나 소수만 남았다.

김 행장이 비대면채널에서 중소기업금융의 리딩뱅크 도약을 선언한 만큼 특화점포를 포함한 디지털금융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권선주 전 행장이 기업은행의 비이자이익을 20%까지 끌어 올리는 경영 전략을 펼쳤으나 재임 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김 행장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다.

다행히 실적은 좋다. 기업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 4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전분기 대비 103.5% 급증했다.
비이자이익은 2059억원으로 156.1% 늘었다.

다만 이는 이마트 주식매각 이익 455억원과 환율 하락에 따른 환평가이익 340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이다.

비이자부문의 수익 개선을 위해선 디지털금융을 통한 건전성 관리도 요구된다.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기업은행으로서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이 우려되기 때문.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기준금리 인상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촘촘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

기업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56%로 전분기(0.46%)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 0.51%보다 0.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이 떨어지면 쌓아야 할 충당금이 늘어난다. 지난 1분기 기업은행은 충당금 적립 전 순익 8894억원을 기록했지만 4000억원대의 충당금 탓에 순익이 437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은행권 수장들이 올해 경영화두로 디지털금융을 꺼낸 만큼 김도진표 디지털금융이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중소기업금융에 특화된 디지털금융이 특화점포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