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무능통장’이라는 오명을 씻어냈다. 지난 4월부터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ISA수익률도 같이 오르는 추세다.

4월 말 기준 운용기간 3개월이 넘은 25개 금융회사의 일임형ISA 수익률은 4.15%를 기록했다. 일임형ISA가 4%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이래 처음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65%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5.3%를 기록했다. 1년 정기예금금리가 1.52%인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대구은행은 3개월 누적 수익률(4.6%)이 상위권에 랭크돼 이목이 쏠렸다.

금융투자회사처럼 공격적으로 ISA상품을 굴려 시중은행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 하반기 ISA시즌2를 출시할 계획이다. ISA수익률 상위권 자리를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기자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기자

◆주식비중 확대, 순위 상승에 주효
ISA는 총 5개의 투자유형에 따라 포트폴리오(MP)가 달라진다. 요즘 같은 증시 호황에는 주식형펀드와 같은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MP일수록 수익률이 좋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일임형ISA MP 누적 수익률은 초고위험 8.42%, 고위험 5.94%, 중위험 3.35%, 저위험 1.95%, 초저위험 1.34%를 나타냈다.


그동안 은행들은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는 중위험군MP와 저위험군MP를 운용했지만 고위험군MP를 확대하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까지 6개 은행에서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말 기준 일임형ISA의 3개월 누적 수익률 2.37%를 기록하며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신한은행은 1.70%를 기록해 5위로 떨어졌고 우리은행(2.30%)과 KEB하나은행(2.05%), NH농협은행(1.84%)이 2~4위, IBK기업은행(0.11%)은 꼴찌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4월 한달 기준으로도 수익률(1.08%)이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0.31%에 그쳐 6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의 수익률 반등에는 고위험 유형의 MP가 주효했다. 고위험인 ‘KB국민 만능 ISA 적극수익추구 A형(적극배분형)’과 ‘KB국민 만능 ISA 적극수익추구 S형(안정배분형)’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3.59%, 3.91%로 크게 개선됐다.

우리은행도 주식투자를 늘린 효과를 봤다. 우리은행의 일임형ISA는 누적 수익률이 4.12%로 6개 은행 중 최상위 자리에 앉았다. 초고위험형 글로벌우량주 ISA(공격형) MP가 수익률 9.99%를 기록해 수익 상승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은 단기 실적에선 저조했지만 1년 수익률은 3.6%로 여전히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신한은행은 앞서 국내주식 이익을 실현하고 주식투자를 축소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3일 출시한 초고위험 유형의 MP는 아직 1년이 채 안됐다”며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주가가 급등하는 시장에선 단기성과가 낮을 수 있지만 총 수익률은 여전히 상승세이며 초고위험 MP 수익률까지 나오면 순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EB하나은행은 초저위험과 중위험MP에서 3개월 수익률이 각각 0.39%, 2.38%로 6개 은행 중에서 가장 높다. 외환은행과의 전산통합으로 일임형ISA 출시가 다른 은행보다 4개월가량 늦었지만 안전자산 투자에 중점을 둔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글로벌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자산관리 운용 시스템과 인력을 갖춰 점차 일임형ISA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며 “여전히 저위험MP의 수익이 높은 편이지만 고객의 수익률 상승 요구가 커지는 만큼 고위험MP 운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S토리] ‘무능통장’ 오명 씻는 은행 ISA

◆고위험 상품 늘릴 듯, 리스크 대비해야
은행이 고위험MP로 운영방식을 전환하자 고객의 기대감도 점차 올라가는 분위기다. 다만 투자상품 운용 노하우가 미흡한 은행이 과도하게 고위험MP 운용을 늘릴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실제 광주은행은 고위험형 ‘쏠쏠한 ISA’ 운용으로 지난해 10월 말까지 3개월 수익률이(2.24%)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지만 지난 4월에는 1.55%로 10개 은행 중 9위까지 떨어졌다. 3개월 기준 일임형ISA 평균수익률이 1.82%인 것을 고려하면 광주은행은 평균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기업은행의 고위험MP인 스마트·플러스MP도 최근 3개월 실적이 -0.06%, -0.44%에 불과하다. 스마트MP와 플러스MP의 누적수익률은 각각 5.76%, 0.28%이지만 고위험MP의 수익률 하락으로 일임형 ISA평균 수익률(3개월 기준)은 0.11%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글로벌주가가 크게 흔들리면서 고위험MP의 수익률도 같이 떨어졌다”며 “은행 MP는 안전한 채권형 펀드가 주를 이루는데 미국 금리인상에 수익률이 또다시 떨어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시장 변화를 고려해 투자비중을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 일임형ISA 평균수익률(3.7%) 1위를 기록한 대구은행은 3개월에 한번씩 6개에 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점검하고 자산을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은행 일임형ISA는 국내외 채권형펀드 투자 비중이 50.6%로 1%대 수익을 올리는 단기 채권투자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비중도 23.5%에 달한다. 반면 주식형펀드(7.9%), 혼합형펀드 (7.4%), RP(1.4%), 파생형펀드(1.3%), ETF 등 상장펀드(0.2%)는 비중이 낮다.

자산운용회사 관계자는 “은행의 일임형ISA 3개월, 9개월 평균수익률이 1%대에 불과한 이유도 극단적인 안전자산 중심의 MP를 구성한 영향이 크다”며 “위험자산과 적절히 분산투자하고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