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면접을 앞둔 30대 후반 남성 A씨는 면접관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이마에 보톡스를 맞았다. 대기업 영업사원인 40대 중반 남성 B씨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지방흡입시술을 받았다.

미용·성형시장에서 ‘아재’의 영향력이 커졌다.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2030세대에 국한됐던 남성 미용시장이 4050세대까지 확대된 것이다. 나이 불문하고 남성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원진성형외과 자료에 따르면 2011년 5%대였던 40~50대 남성 시술 비율이 올해 30%까지 증가했다. 전체 시술 비율에서 40대 남성은 17%, 50대 남성은 13%를 차지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올해는 미용·성형 관련 남성 환자가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 환자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일부 병원은 '멘즈클리닉'을 개설하고 남성 전용 맞춤 진료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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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활동이 활발한 중년 남성 환자는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시술을 선호한다. 미용 부작용이 생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다. 중년 남성이 시술에 만족하는 경우 부인이나 자녀, 친구 등 주변사람에게 소개하는 사례가 많아 병원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통계전문 포털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기준 성형시술건수가 1만건으로 세계 4위다. 인구 1만명당 성형시술건수로는 1위다.

성형시술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이다. 2014년 기준 미국은 4만건 이상 시술이 행해져 전세계 건수의 20%를 차지했다. 이어 브라질(2만1000건)이 2위, 일본(1만3000건)이 3위를 기록했다.


◆중년남성 성형은 '세계적 흐름'

중년 남성의 미용·성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최근 CNBC는 미국 성형전문의협회의 말을 인용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성형전문의협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성형수술(시술)을 받는 미국 남성이 20% 이상 증가했다. 주로 보톡스나 필러 등 피부관리용 시술을 받았다. 같은 기간 보톡스를 맞은 남성은 27% 증가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용·성형시장에서 50세를 전후한 중년남성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영업부서 등 사람을 자주 접촉하는 분야의 임직원이 많다. 외모도 경쟁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기관리를 잘할수록 돈관리도 잘하고 제품관리도 잘할 것이란 이미지가 작용한다.

미국 기준으로 보톡스 시술은 한번에 평균 1000달러(약 110만원)가량의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돼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있는 남성 환자가 더 관심을 갖는다.

미국도 고령화가 문제다.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놓지 않으려는 고령자가 젊은 사람들 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모를 가꾼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전체 취업률이 떨어졌음에도 고령 취업률은 증가했다. 취업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8.8%까지 증가해 전체 취업률(59%)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눈꺼풀 처짐, 지방흡입, 목·얼굴 주름 등 젊어 보이게 하는 시술이 미국 남성사이에서 인기다. 미국 사회에서도 젊어 보일수록 IT분야나 소셜미디어에 익숙할 것이란 인식이 형성돼서다. 미국 성형전문의협회에 따르면 미국 남성이 가장 많이 받는 미용시술은 보톡스, 필러, 화학 박피, 제모, 극소박피술 등이다. 코, 눈꺼풀, 지방흡입, 가슴 축소, 페이스리프트 등 성형수술도 광범위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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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장비업체가 뜬다
이처럼 중년 남성의 외모관리가 미국과 한국 등에서는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중국은 아직 초기단계다. 스태티스타의 전세계 성형시술 톱8 안에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의 인구당 미용성형시술 건수는 우리나라 대비 12분의1수준이다.

외모에 관심이 커진 중국의 화장품업계에 한류 붐이 일어난 바 있다. 만약 중국 남성들이 성형, 시술 등으로 눈을 돌리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중국에서도 최근 보톡스 수요가 증가해 의료서비스 장비시장이 확대됐다.

이에 간편한 미용시술로 꼽히는 보톡스나 의료서비스 장비 관련 업체가 주목받는다. 보톡스 관련주로는 한국에서는 메디톡스, 미국은 앨러간을 꼽을 수 있다. 메디톡스는 2015년 여성 보톡스시장 성장으로 주가가 급등한 후 2년간 박스권에 갇혀있다가 최근 남성시장과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앨러간은 지방제거기술로 유명한 젤틱을 인수해 미용분야의 영역을 확대했다. 젤틱의 지방제거기기는 외과시술 없이 복부와 옆구리, 허벅지, 팔 등의 지방세포를 없앨 수 있다. 젤틱은 이 기기로 지난해에만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메디컬 의료장비에 투자하고 싶다면 관련 ETF인 iShares Dow Jones US Mediacal Dev를 주목하자. 미국 다우존스에서 찾을 수 있는 메디컬 의료장비 ETF는 2012년부터 큰 조정 없이 상승추세를 보여 관심을 가질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