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1일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결정을 공시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 SK케미칼은 오는 10월27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1일자로 회사를 인적분할할 예정이다. 저수익사업은 정리하고 고수익·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의 평가는 상반됐다. 투자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해석했지만 주가는 떨어진 것. 공시 다음날인 22일 장중 연고점을 터치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으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71% 하락했다. 다음날 소폭 만회했지만 다시 하락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기대감에 못 미치는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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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백신공장. /사진제공=SK케미칼 |
◆지주사 전환에도 주가 약세… ‘차익실현’ 탓
SK케미칼 주가는 SK케미칼홀딩스(존속회사, 가칭)와 SK케미칼(신설회사, 가칭)의 분할비율이 48대52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8만12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종가는 전장 대비 6.71%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소식이 들리면 기대감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최소한 강보합에 머문다. 그럼에도 SK케미칼의 주가가 떨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주회사 전환 결정이 원인이 아니라 일부 개인투자자와 기관이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SK케미칼의 주가가 5만5000원을 하회한 적이 있다”며 “일정수준 이상으로 치솟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주가가 떨어진 다음날인 23일 SK케미칼 주가는 전장 대비 4.61% 상승하면서 전날 하락분을 일부 만회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주가가 내리막이지만 주가를 지탱해주는 외국인투자자가 꾸준히 ‘사자’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주가가 다시 견인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SK케미칼홀딩스’ 투자매력 상승
SK케미칼이 인적분할을 완료하면 SK케미칼홀딩스는 투자부문을, SK케미칼은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앞으로 SK케미칼은 현재의 그린케미칼부문(수지·정밀화학·바이오디젤)과 라이프사이언스부문(백신·의약품 등 제약)을 인적분할해 사업회사 SK케미칼을 만들고 이를 제외한 투자부문 등은 SK케미칼홀딩스로 명칭을 바꿔 존속할 예정이다.
분할기일은 오는 12월1일이며 변경 상장·재상장은 내년 1월5일이다. 이에 따라 11월29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SK케미칼은 분할 결정과 함께 보유 중인 자사주(13.3%)의 소각(8.0%)과 매각(5.8%)도 공시했다. 우선 보유자사주(323만6603주) 가운데 8.0%를 소각하고 오는 9월20일까지 나머지 5.3%를 매각한다는 것. M&A(인수·합병)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는 규정상 소각이 어렵기 때문에 SK케미칼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0%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것인 만큼 소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5.3%는 합병에 따른 취득분이기 때문에 소각 대상이 아니어서 매각을 결정했다”며 주식가치 상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곽 애널리스트는 “주주친화적 의사결정에 따라 매수를 추천하고 주식수 감소를 반영해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1만1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매각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새정부가 자사주 관련 상법 개정안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SK케미칼이 처음이라 앞으로 관련 기업들의 모범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곽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과 자사주 처분 모두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는 연결 투자회사인 SK가스의 실적이 본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 실적 분석과 SK케미칼의 기업가치 평가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 최근 5년간 투자한 주력사업의 실적이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인적분할을 통해 각 사업회사별로 경쟁력이 확대될 전망인 만큼 주가상승뿐만 아니라 주주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시장에서는 SK케미칼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인 SK케미칼홀딩스의 투자매력이 더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자회사인 SK가스가 견조한 업황에 따라 배당 매력이 높고 혈액제제사업법인인 SK플라즈마의 실적이 반영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SK케미칼이 수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인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를 증설하고 그린케미칼에서 스페셜티케미칼사업을 확장하는 등 화학업종에서 대안이 되는 사업영역을 영위하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와 함께 라이프사이언스는 백신사업을 축으로 성장 중이고 다국적제약사인 CSL을 통해 판매될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올 하반기부터 로열티 매출액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SK케미칼의 주가 흐름이 순탄할 전망이다.
신재홍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케미칼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하며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그는 “SK케미칼은 분할을 통해 사업구조 효율화, 자사주 소각에 따른 보통주 8% 감소, 사업부의 혼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 제거 등 긍정적인 효과를 두루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