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그동안 모든 회원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했다면 이젠 특화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지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전략을 바꿨다. 최근 카드사가 앞다퉈 출시한 DIY(Do It Yourself)카드도 이와 무관치 않다. DIY카드는 특화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소비를 늘리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카드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맞춤형 서비스가 비용절감과 연관돼 있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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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결합한 ‘CLO 마케팅’

CLO(Card Linked Offer) 마케팅은 맞춤형 서비스의 전형적인 예다. CLO는 가맹점이 제공하는 혜택을 고객의 카드에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다. 이를테면 A가맹점이 한달 간 B물품을 1000원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고 가정하자. 고객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소지한 카드에 이 프로모션을 링크시킨다. 고객은 A가맹점에서 평소처럼 B물품을 구매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 별다른 쿠폰이 필요 없어 편리하다.
이러한 마케팅은 두가지 이유에서 시행된다. 우선 고객에게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엔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다. 고객이 특정 시간대 어느 장소와 업종에서 카드 사용이 빈번하다면 카드사와 가맹점은 그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른바 ‘송곳 마케팅’이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

카드사로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과거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알리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빅데이터 역량이 고도화돼 고객별로 필요한 정보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절감된 비용만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강화할 수 있어 신규고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CLO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삼성카드다. 2015년 4월 ‘삼성카드 링크’를 처음 선보인 후 같은해 12월 삼성페이에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삼성카드는 이 서비스를 출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근 프로모션을 더욱 강화하는 중이다. 그만큼 이용고객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링크를 이용하면 카드사와 고객은 물론 가맹점도 이익이 크다. 기존 마케팅보다 적은 비용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링크 이용자가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고객 ‘윈윈’하는 DIY카드

카드상품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DIY카드는 올인원카드의 진화 버전이다. 특정 업종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특화카드와 달리 올인원(All In one)카드는 각종 혜택을 한장의 카드에 담은 상품이다. 하지만 각각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게 필요한 혜택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DIY카드다.


DIY카드는 보통 기본 서비스를 탑재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 발생이 큰 경우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구성된다. 고객으로선 포기해야 하는 혜택이 생기는 셈이다. 대신 선택한 서비스는 올인원카드보다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카드사가 절감한 비용을 특정 혜택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큐브’, 롯데카드의 ‘올마이카드’, 하나카드의 ‘내맘대로카드’ 등이 대표적인 DIY상품이다.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한 ‘핀테크카드’도 눈에 띈다. 이는 실물카드와 앱카드를 연계한 상품이다. 소지한 카드를 앱카드에 등록하면 핀테크카드 한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A카드는 주유소에서, B카드는 백화점에서, C카드는 음식점에서 각각 특화된 혜택을 담았다. 고객은 3장의 카드를 앱카드에 등록하면 핀테크카드를 통해 사용카드를 정할 수 있다. 사용처에 따라 핀테크카드가 A카드, B카드, C카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알파원카드’와 현대카드가 올 4월 선보인 ‘카멜레온’이 이에 속한다.

핀테크카드는 고객을 유지하는 데도 용이하다. 평소 쓰지 않는 카드는 해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핀테크카드는 사용이 적더라도 언젠가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핀테크카드는 비용 절감보다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상품”이라며 “입소문을 통해 이용자가 늘고 있다. 알파원카드는 현재 6만장 넘게 판매됐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이유있는’ 진화

이처럼 카드사의 상품과 서비스 진화는 고객 편의성을 높여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지만 카드사의 속내는 편치 않다. 카드상품의 혜택이 점점 평준화되고 각종 ‘페이’ 등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겹쳐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품에 각각의 서비스를 붙이는 건 기본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요즘엔 고객이 혜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CLO 마케팅을 펼치는데 바꿔 말하면 비용을 최대한으로 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용을 줄이는 대신 프로모션을 진행해 고객 이탈을 방지한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는 앞으로도 비용 절감을 위해 맞춤형카드 서비스 출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부터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카드업계의 손실액이 연간 3500억~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가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부가서비스 축소가 예상되지만 한편으론 고객 혜택을 줄이면 반발이 심할 수 있다”며 “CLO 마케팅이나 DIY상품은 고객 혜택을 유지하면서 비용절감이 가능한 장치”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