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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 취업준비생 A씨(27세)는 올 상반기 증권사 입사를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평소 금융권 취업을 희망한 그에게 올 상반기 취업시장은 한파 그 자체였다. 서울권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A씨는 증권사 입사를 위해 관련 커리어와 인턴 경험을 쌓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의 생각보다 더 높았다.
A씨는 “증권사 채용은 은행 등 다른 업계에 비해 채용 공고가 많지 않아 더욱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반기 증권사 채용, 지난해 절반 못 미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메리츠종금증권·키움증권)들의 올해 신입·경력 채용인원은 420명으로 지난해 채용인원(1083명)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이 주로 하반기에 신입 채용을 진행하지만 아직 공채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도 많아 국내 주식시장 호황에도 채용시장은 여전히 불황인 모습이다.
지난해 대우증권과 합병 후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로 거듭난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신입 50명과 경력 50명으로 총 100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신입 83명과 경력 120명 등 총 203명을 채용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증권과 합병 후 초대형 IB(투자은행) 대열에 합류한 KB증권 역시 지난해 채용형 인턴 40명을 뽑아 3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IT(정보통신기술) 업무 계약직 7명 등 모두 46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아직 신입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반기 공채에 나설 계획이지만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미정인 상황. 새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위 10개 증권사 중 4개사는 2년 연속 직원 수가 감소했고 채용시장은 좀처럼 녹을 기미가 없어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시 호황으로 과거에 비해 호전된 실적이 예상되지만 이것이 채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올해 반짝 실적이 좋아졌다고 많이 채용하고 실적이 나빠졌다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실적 향상=채용 확대’ 어려워
이처럼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I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비대면계좌와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영업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필요 인원의 수요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증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려만큼 비대면서비스와 로보어드바이저가 증권업계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퇴사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근속연수는 길어지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채용인원과 채용횟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정부의 고용 맞춤형 정책 기조에 맞춰 다수의 증권사들이 하반기에 다시 예년 수준의 고용률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 인사 담당자 역시 정확한 채용인원과 시기는 미정이지만 하반기까지 지난해 수준의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