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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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수리전문업체 아이픽스잇과 함께 지난 2년동안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을 분석해 ‘제조사가 당신의 스마트폰을 조기 사망시키는 방법’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린피스는 ▲기기의 수리·관리를 의도적으로 어렵게 설계 ▲스마트폰의 파손이 쉬워짐 ▲배터리 교체의 어려움 ▲자가수리 불가능 ▲수리설명서와 교체용 부품 미비 등의 근거를 들며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의 수명을 정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자르딤 그린피스 선임 코퍼레이트 캠페이너는 “IT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곳”이라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안 만드는 것인지 못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수명, 제조사의 의도적 설정인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균 1년3개월에 한번 스마트폰을 교체한다.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자주 스마트폰을 바꾸는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오래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3~4년을 넘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각에서 스마트폰 제조사가 고의로 스마트폰의 수명을 2년으로 설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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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대로 스마트폰의 수명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은 근거도 없고 상식적으로 성립이 안된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수명도 짧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하루종일 소지하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냉장고, TV, PC 등 다른 전자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실제로 지난 5일 앱개발업체 NBT의 조사결과 하루에 스마트폰을 4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중이 54.7%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제조사 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한계에 부딪치는 2~3년은 의도적으로 설정했다기보다 스마트폰의 숙명에 가깝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의 IT시장 판도는 기술력이 최고로 인정받는 형국”이라며 “이런 시장에서 2년마다 고장나는 스마트폰보다 수명이 긴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이 더 메리트라는 것을 모르는 제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열을 잡는 자가 수명을 잡는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수명을 제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발열에서 그 답을 찾는다. 스마트폰은 PC·TV·카메라·전화기 등 수많은 전자제품의 기능을 손바닥 만한 크기의 단말기에 압축한 기기로 다양한 기능이 사용될 때마다 부품에서 열이 발생된다.

PC의 경우 냉각팬이 있고 TV에도 충분한 크기의 통풍구가 있어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쉽게 방출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냉각팬은 커녕 외부로 열을 내보낼 수 있는 통풍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두께마저 얇아지며 내부 밀도가 높아졌다. 틈이 없어져 더 많은 열이 발생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은 충전할 때도 열이 난다.

갤럭시S7에 적용된 히트파이프. /사진=아이픽스잇 캡쳐
갤럭시S7에 적용된 히트파이프. /사진=아이픽스잇 캡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발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옆에 히트파이프와 쿨링시스템을 탑재했고 LG전자도 G6에 노트북에서 사용되는 히트파이프를 적용했다. 길이 60~80㎜의 구리관과 0.5㎎의 물로 구현되는 이 기술은 2013년 일본의 NEC가 처음 개발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부품과 기술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수명에 가장 중요한 발열방지기술은 4년 전에 멈춰있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이 한계점에 다다른 만큼 이제는 기기의 내구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이 2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현재 기술력의 한계다. 기기의 성능에 대해서는 10여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수명을 늘리는 연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적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발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만 제대로 개발해도 단말기의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