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사진=임한별 기자
미국 달러화/사진=임한별 기자

올 상반기 미국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6%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인덱스는 상반기 기준 5.6% 떨어졌다. 2011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달러는 올 초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정책, 규제완화 등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에 고공행진했으나 반이민행정명령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행보가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가치가 꾸준히 떨어졌다.


하반기에도 달러 전망은 어둡다. 최근 미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54%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집계치인 62%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달러 투자로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한층 누그러진 달러 강세에 투자를 지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 달러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하반기, 달러 약세 전망… '분할 매수' 타이밍은


올 하반기 달러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미국 경기지표들이 둔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에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분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하락할 때 달러 가치가 오른 경험이 있어 하반기 일부 자산은 달러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김지영 신한은행 PWM강남센터 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서 공격적인 투자성향의 자산가들은 향후 시장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금융자산의 5%는 외화에 투자하고 있다"며 "단기 환차익을 노린 달러 투자 보다 보험 차원에서 장기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달러 투자상품은 글로벌 채권에 분산투자하거나 외화투자 역내펀드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KB ¥?$(YES) 모아 펀드’ 시리즈 첫 상품으로 ‘KB PIMCO 글로벌 인컴 셀렉션 펀드’와 ‘동부 달러표시 단기채권 펀드’를 선보였다. ‘KB PIMCO 글로벌 인컴 셀렉션 펀드’는 전 세계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자수익은 연 5~6% 정도 예상된다.

‘동부 달러표시 단기채권 펀드’는 달러 머니마켓펀드(MMF)와 달러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해 안정성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연 1%대의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신한BNPP자산운용과 함께 ‘신한BNPP 달러화 단기인컴증권투자신탁’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고객이 달러로 투자하면 원화로 환전해 국내 MMF로 운용한다. 환매 시 투자시점에서 정해진 환율로 재환전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은 줄일 수 있다.

오히려 환헤지시 현물환보다 선물환 가격이 낮으면 환전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고 10일만 지나면 환매수수료 부담 없이 자유롭게 출금할 수 있다.

사들인 달러는 언제 파는 게 유리할까. 국내 국책·민간연구원들은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30~1150원대 사이를 등락하고 있어 1140원에 달러를 매수하면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1168원, 한국경제연구원은 1149.5원, LG경제연구원은 1140~1150원으로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내놨다.

연구원들은 공통적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원/달러 환율의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오름 폭이 크지 않아 달러 강세 효과는 거세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9월 중앙은행이 자산보유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결정하고 금리인상은 12월로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월, 6월, 9월 3번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6월 정책회의에서 이미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양적긴축에 합의한 점, 옐런 의장이 연임되지 않을 경우 연준 위원들이 12월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차기 의장 지명 전 양적긴축 실행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 횟수를 줄였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는 지난달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부진한 경제 지표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며 "특히 미국의 무역수지가 지난해 4분기 이후 적자를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