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방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동석한 서병율씨(오른쪽). /사진제공=서병율씨
필리핀을 방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동석한 서병율씨(오른쪽). /사진제공=서병율씨
태풍 보파가 필리핀 남부 다바오 오리엔탈주를 강타한 2012년 12월4일. 사람들이 쓰러진 나무와 건물에 깔리고 급류에 휩쓸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장은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의 지원 요청으로 파견된 한국의 민간구조대도 붕괴된 건물 잔해를 헤치고 들어가 인명 구조 및 수색 작업에 합류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피해복구가 완료됐음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봉사활동을 벌이던 서병율씨(56)를 감동적으로 지켜봤다고 한다.
두테르테 시장은 3년여 뒤 제16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태풍 보파로 인연을 맺은 서씨를 자신의 취임식에 초청했다. 이를 계기로 서씨는 필리핀에서 ‘다니 서’로 불리며 한국과 필리핀의 전령사로 활약하고 있다. 필리핀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나 현지 교민과 필리핀 정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다. 그를 만나 필리핀 대통령을 '친한파'로 바꿔놓은 인연을 들어봤다.

- 남다른 봉사와 선행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재난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건데 봉사라니 부끄럽다. 실제상황인 해외 재난현장에서 인명수색·구조는 사명감과 인도주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 최대한 빨리 달려가 수색·구조활동을 펼치는 것이 민간구조대의 임무이자 지구촌 시민으로서 할 일이다. 우리도 언젠가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두테르테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따뜻한 헌신’에 두테르테 당시 시장이 감동했던 것 같다. 그를 계기로 두테르테 시장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그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당시 다바오시장을 초청한 금산군청과 직원들은 따뜻한 배려로 두테르테를 환대했다. ‘정’에 흠뻑 취한 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본인이 해줄 수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부탁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그 뒤에도 한국에 두차례 더 방문했으며 한국과의 비즈니스도 협의했다. 그때마다 그를 수행했고 이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양아들 자격으로 초청됐다. 그리고 한국과 필리핀의 가교역할을 하는 전령사가 돼달라는 요청을 받아 인연이 이어졌고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나 현지 교민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에게 민원 해결을 위해 조력하고 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한<br />
 서병율씨. /사진제공=서병율씨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한
서병율씨. /사진제공=서병율씨
― 앞으로 한국-필리핀의 우호관계를 넓히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수년 동안 필리핀에 머물면서 새로운 얘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그것을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쓰고 싶다. 필리핀은 인구 1억명의 세계 13위 인구대국이자 세계 5대 자원부국이다. 최근 중산층 증가로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리 기업 1500여개가 진출해 한류바람도 가장 거세게 부는 나라다. 풍부한 농산물과 광물자원, 양질의 젊은 인력 등 필리핀이 지닌 장점이 많다. 이곳에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 자금력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넘쳐나는 필리핀을 한국 업체들이 동남아의 핵심기지로 육성하고 투자를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한류 열풍을 확대하고 양국의 선린우호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