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동 골목상권은 6호선 상수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정도의 상권을 말한다. 북쪽으로 본격적인 홍대거리가 펼쳐지고 서쪽은 합정상권이 있어 상수동 골목상권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크게 보면 홍대상권의 일부인 이 거리의 특징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골목골목 사람들로 꽉 찬 홍대와 달리 한적한 골목이 상수동의 매력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홍대의 높은 임대료를 못 이기고 나온 상인들의 소소한 음식점들이 골목마다 자리했다. 여러 맛집이 선보이는 요리도 화려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소박하며 조용하다.

◆누메로우노

비교적 조용한 상수동 골목 사이에 피자와 파스타를 판매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하나가 들어섰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작은 입간판 하나가 이곳이 파스타전문점임을 알려준다.


지난 3월 말 문을 연 ‘누메로우노’는 40여년 된 한옥 주택에 자리하고 스페인어 상호명을 가졌지만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주방은 이태원의 유명 화덕피자전문점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최슬기 셰프가 책임진다.


누메로우노. /사진=임한별 기자
누메로우노. /사진=임한별 기자


최 셰프는 직접 개발한 요리 위주로 메뉴를 꾸렸다. 물론 까르보나라, 봉골레파스타 같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도 함께 구비했다.
반응이 좋은 메뉴를 물었더니 대답이 의외다. 바로 ‘가지 그라탱’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식재료 중 하나인 가지를 이용한 메뉴로 최 셰프가 직접 개발한 메뉴 중 하나다.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진한 돼지고기 라구소스 맛에, 가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튀긴 가지의 식감에 절로 손이 간다.

메인 요리로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된다면 최 셰프의 특별한 노하우가 담긴 까르보나라를 권하고 싶다. 파스타에 앙증맞은 계란 노른자와 베이컨,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치즈를 올린 다음 매콤한 크러쉬드페퍼를 뿌려 느끼함을 잡아준다. 우유를 섞지 않고 크림만 사용한 진한 맛의 파스타를 원하는 이라면 꼭 맛봐야 할 메뉴다.

합리적인 가격의 맛집을 갈구하던 이들의 입소문 덕에 매장은 연일 손님으로 가득 찬다. 아담한 주방에서 최 셰프 혼자 요리를 하므로 속도는 조금 더딜 수 있지만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다.


누메로우노. /사진=임한별 기자
누메로우노. /사진=임한별 기자


와인 콜키지도 무료라고 하니 집에 모셔둔 와인 한병 가져가서 기다림의 시간을 와인 한잔으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 요즘처럼 찌는 듯한 더위엔 시원한 맥주 한잔도 좋겠다.
위치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에서 한강 방향으로 200m 직진 후 와인카페 뒤 골목
메뉴 가지그라탱 1만4000원, 까르보나라 1만4000원
영업시간 (점심) 11:00~15:00 (저녁) 17:00~23:00 (주말 브레이크타임 없음, 월요일 휴무)
전화 010-9990-7943


◆퍼블리크

70년대에 지어진 주택을 아기자기하게 개조한 곳으로 천연 발효종을 이용한 프랑스 정통 빵을 선보인다. 밀가루는 프랑스산을 사용하며 버터와 설탕은 물론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식사대용으로 많이 찾는 캉파뉴와 세이글을 비롯해 달콤한 페이스트리나 에클레어 등 메뉴가 다양하다. 간단한 카페 메뉴도 선보여 여유롭게 즐기기 좋다.


퍼블리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퍼블리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상수동 311-1 / 무화과 캉파뉴 4500원, 캬라멜에클레어 4200원 / 11:00~21:30 (월요일 휴무) / 02-333-6919

◆빈땅

인도네시아 음식에 술을 곁들이는 펍(Pub)으로 인도네시아에서 20여년간 살다 온 오너셰프가 문을 열었다. 3~4시간 푹 삶은 쇠고기 사태살을 수제소스와 레몬그라스 등을 넣은 뒤 졸여 른당을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매콤한 갈비찜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도네시아 길거리 음식인 꼬치구이 사떼도 맥주 안주로 훌륭하다.


빈땅.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빈땅.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상수동 330-3 / 나시고렝 7000원, 른당&라이스 1만2000원 / (점심)11:30~14:00 (저녁)17:00~22:00 (일요일 휴무) / 02-3144-1884
◆시루케이크

감각 있는 한국식 디저트를 찾는 이라면 주목해야 할 곳으로 100% 국내산 쌀과 우유, 생크림만을 사용한 떡을 선보인다. 흑임자설기라는 기본 틀 위에 흑임자 크림 혹은 블루베리를 올리거나 롤로 바꾸는 등 약간씩 변주를 가미해 상수동을 찾는 젊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그니처 음료인 크림대추라떼는 매장에서 대추고를 직접 고아내는 등 정성이 남다르다.


시루케이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시루케이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상수동 341-1 / 크림대추라떼 6000원 / 12:00~20:00 (일·월요일 휴무) / 010-6214-7700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