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사람들한테 규제가 통하겠어요? 이러나저러나 서민들만 안쓰럽죠.”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정부의 부동산규제를 두고 한 말이다.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 정부 규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강남에선 통할 리 없다는 것. 실제로 강남은 항상 북적인다. 땅값이 워낙 비싼 탓도 있지만 우수한 학군과 각종 생활편의시설 등을 갖춰 빚을 내서라도 입성하려는 대기수요가 넘쳐난다. 완공 30~40여년 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몸값만 봐도 그 위세가 드러난다. 정부의 추가 규제가 예고됐지만 강남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펄펄 끓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시세등등 압구정현대아파트
서울시는 강남의 대표 아파트라는 상징성을 살리고 인근 한류문화거리의 특성을 고려해 압구정현대아파트와 인근 한양아파트를 지구단위로 묶어 재건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안’은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월에 이은 두번째 보류 판정으로 압구정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은 또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분위기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그간 압구정현대아파트가 외부 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지역 시세 반등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온 덕분에 재건축 추진을 낙관하는 주민이 많아서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한강 조망을 누리는 입지에 편리한 교통편과 전통의 명문학군, 각종 생활인프라까지 겸비해 집값이 항상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압구정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15㎡의 매매가는 18억~18억8000만원선이다. 142㎡는 20억원선이고 156㎡ 23억원, 214㎡는 35억원까지 형성됐다. 

수도권 아파트 몇채는 거뜬히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완공 30~40년 된 아파트 몸값치고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감이 있다. 물론 이곳도 때에 따라 가격의 부침이 있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언제나 압도적인 가격차를 유지했다.

주민들은 높은 가격만큼 가치 있는 개발을 원한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입주민 의견이 갈리고 재건축 추진 속도가 더디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진행 여부는 확실한 것 아니냐”며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입주민 만족도가 높은 가치 있는 계획 추진을 바란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49층’ 꿈꾸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 규제에도 여전히 49층 아파트 재건축 추진을 강행 중이다. 서울시의 층수제한 입장이 완고하지만 은마아파트는 규제 틈을 파고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시 문을 두드린다.


이곳은 1979년 준공된 28개동 4424세대의 대단지다. 인근에는 대치초·도곡초·대청중·휘문고·단대사대부고·숙명여고·중앙사대부고 등 명문학군과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가 있어 언제나 맹모들이 눈여겨본다.

또 지하철 3호선 대치역·학여울역이 초역세권이고 도보로 3호선 도곡역과 분당선 대모산입구역도 이용할 수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입지적 장점을 품은 데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단지로 주목되는 만큼 은마아파트의 가치와 시세도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지난 4~6월 총 76건의 매매거래가 진행된 게 그 증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전용면적 101㎡ 매매가는 12억~12억5000만원, 115㎡는 14억~1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 중이다. 그는 “112㎡의 경우 13억~14억원의 시세를 형성하는 데 길 건너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대치팰리스의 비슷한 면적(111㎡)이 17억~18억원에 거래되는 점을 볼 때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뒤 추가 시세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개포주공1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개포주공1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초과이익환수제 피한 개포주공1단지
풍부한 잠재가치 속 초고층아파트 재건축 꿈에 사로잡힌 은마아파트와 달리 인근의 또 다른 초대형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1단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 27일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를 열어 내년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사실상 피했기 때문.

조합 측은 9월쯤 강남구청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뒤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주 시점을 확정·고지할 예정이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연내 이주도 가능할 전망이다.

주민 B씨는 “층수 규제에 맞서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현실에 맞는 재건축이 입주민들에게 훨씬 이득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36년 된 낡은 아파트지만 시세는 강남의 대표 재건축단지답게 비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주가 임박하면서 현재 매매거래는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이주비와 재건축 분담금 등을 포함한 시세는 35㎡ 10억~11억3000만원, 42㎡ 12억~13억2000만원, 58㎡ 15억~16억7000만원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됨에 따라 은마아파트보다 작은 면적임에도 가격이 비싸다”며 “강남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만큼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면 정부 규제 속에서도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시장은 펄펄 끓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