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렉서스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행사장에 배치된 렉서스ES300h(왼쪽)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br />
토요타 렉서스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행사장에 배치된 렉서스ES300h(왼쪽)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는 1만617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록됐다. 수입차 10대 중 1대 꼴이다. 하이브리드차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떨어진 디젤차 수요를 상당부분 가져오며 대중적인 자동차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렉서스 ES300h는 우리나라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을 견인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6112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 베스트 3위에 랭크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3776대가 판매되며 2위를 기록 중이다. 프리우스가 미국 등 시장에서 붐을 일으킬 때도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토요타는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디젤엔진에 집중할 때 하이브리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세계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인 프리우스 출시 이후 20년만에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섰다.

초기 하이브리드 기술은 토요타브랜드에 집중됐는데 높은 연비를 통한 경제성과 친환경 이미지에 방점이 찍혀있어서다. 고급차브랜드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는 그 성격이 토요타브랜드와는 사뭇 다르다. 경제성을 뛰어넘는 가치를 부여해야 해서다.


지난 19일 한국토요타가 개최한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행사에 참여해 렉서스가 ES300h를 통해 제공한 가치는 어떤 것인지 느껴봤다.

◆ 고급스러운 하이브리드의 정수

성수동 토요타 트레이닝센터 근처 주차장에서 마주한 ES300h는 가솔린 모델(ES350)과 외관상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이 아닌 이상 과도하게 특정한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는 추세다. 차량 후면의 레터링을 확인해야 하이브리드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현대차의 쏘나타나 그랜저 하이브리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ES300h는 ES 모델의 비례감과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최초 출시 당시 지나치게 실험적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스핀들 그릴은 이제 성공했음을 부정하기 힘든 디자인 요소다. 2015년 한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렉서스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측면부의 비례감은 가장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중형세단의 모습이다. 과도한 캐릭터라인을 지양해 심플함을 강조했다. 후면 디자인도 드러내기보다는 조화에 치중했다. 강한 전면부 인상을 상당부분 중화하면서도 안쪽으로 꺾이는 라인을 은은하게 살려 수미상관을 이뤘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외관보다는 실내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브랜드 고유의 인테리어 디자인인데 차분하고 고급스러움에 방점이 찍혀있다. 황토색 소재가 전방위적으로 적용됐고 우드트림이 곳곳에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에도 우드트림이 적용돼 마치 클래식카 같은 느낌을 준다. 비대칭 요소가 강조된 대시보드 디자인이 지루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주며 중앙에 배치된 아날로그 시계가 중심을 잡는다.

실내공간은 굉장히 여유롭다. 캠리가 아닌 아발론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돼 후열 좌석 무릎 공간은 한차급 위 수준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배터리 공간으로 인해 트렁크 공간이 좁은 건 다소 아쉽다. 하이브리드차의 유일한 약점이다.

◆ 연비보다 주행질감에 방점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다 보니 시동을 걸어도 알아채기 힘들다. 다만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니 은은한 엔진음이 나왔다. 구동에 관여하는 배터리가 충전되지 않은 상태라 엔진이 개입한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황에선 전기모터의 힘만을 사용한다.

엔진이 개입하더라도 정숙한 편이다. 시내구간을 주행하는 동안 배터리가 어느정도 충전돼 EV모드를 선택해 주행해봤는데 엔진이 개입하는 상황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계기판을 통해 배터리 충전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엔진과 모터가 동력에 관여하는지, 충전을 하고 있는지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시승기] 대중차 반열 오른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

ES300h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158마력과 21.6㎏·m의 토크를 발휘하는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5ℓ 엔진과 143마력급의 전기 모터가 조합된다. 토요타·렉서스는 하이브리드차에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주로 적용하는데, 오토사이클 방식의 다른 가솔린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이 낮지만 높은 연비 달성에 유리하다. 강한 힘을 가진 모터가 힘을 더하므로 합산 출력은 가솔린차보다 훨씬 뛰어나다.
고속도로에서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테스트해봤다. 인상적인 것은 어느 구간에서나 뛰어난 가속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속 상황에 알맞게 모터와 엔진의 구동력 개입이 조절된다.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날카로운 엔진음을 내며 가속하는데 이때도 엔진 개입에 따른 이질감은 찾기 힘들다.

무단 변속기가 적용됐는데 기어노브를 통해 1~6단의 기어를 조절할 수 있다. 실제 기어비를 바꾸는 게 아니라 모터의 출력구간을 인위적으로 나눠놓은 것이라는 게 토요타 관계자의 설명인데, 이 설명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실제 수동변속감과 가깝게 느껴졌다.

ES300h는 토요타와는 다른 렉서스의 가치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차다. 기존 하이브리드가 강조하던 경제성보다는 고급스러움과 풍부함, 그리고 하이브리드차 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주행질감으로 차별화된다. 물론 연비도 좋은 편이다. 렉서스 ES300h의 공인연비는 16.4㎞/ℓ다. 이날 시승에서는 스포츠모드와 고속주행을 주로 했음에도 15.1㎞/ℓ의 연비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