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테크상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구가했던 ELS(주가연계증권)의 조기상환이 늘고 있다. 2015년 중국증시 폭락으로 조기상환 조건을 이탈했던 ELS들이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규 ELS 발행규모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예전처럼 ELS의 인기가 뜨겁진 않다. 최근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더 높은 수익을 주는 고위험 투자자산이 각광받기 때문이다. 이에 ELS 투자가 현 시점에서 적절한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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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DLS, 글로벌증시 호황에 조기상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ELB 포함) 발행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20조4299억원에 비해 74.4% 늘어난 35조6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29조9826억원보다는 22.9% 증가했다. DLS(파생결합증권) 역시 대규모의 발행이 이뤄졌다. 상반기 DLS(DLB 포함) 발행금액은 16조150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2% 증가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DLS가 최초 발행된 2005년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ELS 발행은 1분기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2분기에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ELS 발행금액은 올 1분기 19조8922억원에서 2분기 15조7404억원으로 감소했다. 1분기에는 기초자산으로 주로 활용되는 코스피200과 유럽·미국·일본 등 글로벌증시의 해외지수가 동반 상승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올 초 2000 초반에서 출발해 6개월 동안 400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사상 최초로 2400선을 돌파했다. 상승률은 20%에 달한다. 뉴욕증시 역시 양호한 경제지표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다만 2분기 들어 증시가 고점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됐고 손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커져 ELS 발행금액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ELS의 상환금액도 증가했다. 올 상반기 ELS 총 상환금액은 39조86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7.1% 늘어났다. 상환금액 중 대부분은 조기 상환금액으로 나타났다. 최근 ELS는 스텝다운 구조가 대부분이라 3~6개월의 조기상환 기일에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과 함께 원금을 받을 수 있다. 상반기 조기상환금액은 32조2827억원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8조3213억원보다 288.0%, 하반기 20조1784억원보다 60.0% 증가한 수준이다.


조기상환이 늘어난 결정적 원인은 중국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ELS시장은 2015년 이전부터 변동성이 큰 중국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했다. ELS는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이 잘 발달된 중국항셍기업지수(HSCEI)는 ELS의 주요 기초지수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HSCEI를 기초로 한 ELS를 과도하게 발행하는 바람에 홍콩금융당국이 파생시장 참여를 제한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 중순 중국증시의 폭락과 함께 HSCEI도 급락했고 손실구간(녹인배리어)에 진입한 ELS도 속출했다. 그랬던 ELS가 만기인 3년이 지나기 전 HSCEI가 다시 상승하자 조기상환 가능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다시 ‘중위험·중수익’ 위상 찾을까

ELS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투자의견은 엇갈린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재테크상품으로서 ELS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의견과 고점에서 폭락할 경우를 대비할 목적으로 ELS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을 기점으로 ELS와 ELB의 미상환 잔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미상환잔액은 64조99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했다. 지난해 74조원에 육박하던 미상환잔액이 10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15년 중국증시 호황으로 대량 발행됐던 물량이 조기상환되는 이유도 있지만 상환된 금액이 다시 ELS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시장이 불확실하고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ELS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지만 최근 같이 증시가 우상향하고 있을 때는 더 큰 수익을 노리기 위한 위험감수투자가 더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와 증시가 모두 상승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ELS의 매력이 감소하고 관련 자금이 주식형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수익률 제공을 통해 고위험 상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2300을 넘어서면서 주식형펀드의 환매 러시가 나타났지만 2400을 돌파하고 안정세를 보이자 자금 유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이 끊임없이 상승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하락 방어막이 될 수 있는 ELS를 투자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발행되는 ELS 중 손실구간이 매우 낮거나 노녹인(No knock-In)으로 설정된 상품으로 주식의 하락을 헤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연일 고점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조정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ELS의 장점이 돋보이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높은 기초자산 가격 수준에서 투자를 진행하면 손실을 볼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ELS 투자에 나선다면 단기적 대응보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해야 한다”며 “특히 동일한 상황에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신규 기초자산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