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는 서울 아파트 재건축시장에서 강남구와 함께 양대 산맥이다. 비싼 땅값과 집값은 물론 교통·학군·생활인프라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반포주공1단지와 한신아파트 등 노후아파트가 즐비한 반포·잠원 일대는 한강 조망을 앞세워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왕년의 부촌 방배동 역시 최근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이곳은 반포·잠원 일대와 달리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밀집됐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한강변 주요 재건축단지에 비해 매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최근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히 추진되며 자존심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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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
◆랜드마크 꿈꾸는 ‘반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는 서울 강남 일대의 최대 재건축단지 중 하나다. 1·2·4주구 2100세대와 3주구 1490세대 등 총 3590세대로 구성된 반포주공1단지는 완공한 지 44년 된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지만 미래가치는 탁월하다.
단지 주변으로 지하철 4·9호선이 지나고 도보권에 트리플 역세권(3·7·9호선)인 고속터미널역과 고속터미널이 자리해 교통이 편리하다. 여기에 명문학군이 즐비하고 백화점·병원·호텔·국립도서관·공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가득 찼다.
이 중 한강변에 자리한 1·2·4주구 재건축 시공 수주전이 최근 개막하며 시장이 들썩인다. 2007년 입주한 인근의 래미안 퍼스티지에 이어 지난해 입주한 아크로리버파크가 반포아파트의 왕좌 계보를 이은 점을 감안하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건 당연지사다.
특히 1·2·4주구의 강점은 한강 조망이다. 각 건설사의 특화설계는 입주자가 비슷하게 누릴 수 있지만 한강 조망은 모두에게 허락된 요소가 아니어서 희소가치가 높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1·2·4주구의 시세는 강남의 대표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압구정현대아파트를 능가한다.
매매 시세는 ▲72㎡ 17억~18억원 ▲105㎡ 27억~29억원 ▲138㎡ 34억~35억원 ▲204㎡ 41억~43억원에 형성됐다.
최근 압구정현대아파트 시세는 ▲115㎡ 18억~18억8000만원 ▲142㎡는 20억원 ▲156㎡ 23억원 ▲214㎡는 35억원으로 1·2·4주구의 몸값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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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리버뷰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
◆조용한 강자 ‘신반포·잠원’
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3호선 잠원역 주변의 잠원동 일대를 아우르는 신반포 아파트단지도 서초구 재건축시장을 이끄는 한 축이다.
이곳에는 1970년대 초 한신공영이 건설한 1~27차(재건축 진행 중인 5·24차 제외)까지 1만세대가 넘는 40년 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다. 또 우성·청구 등 20~40년 된 옛 아파트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교통·학군·생활인프라 삼박자를 갖춘 노른자위 땅이다. 그만큼 수십억원의 시세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신반포5차를 재건축 중인 잠원동 한강변의 아크로리버뷰 분양권 시세는 내년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78㎡ 15억~18억원 ▲84㎡ 17억~19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분양가 대비 2억~3억원이 뛰었다.
역시 내년 비슷한 시기에 입주 예정인 신반포자이(반포 한양 재건축) 분양권 시세는 ▲85㎡ 10억4000만~11억6000만원 ▲110㎡ 13억7000만~15억3000만원으로 역시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 시세가 올랐다.
주변 비슷한 면적의 노후 아파트도 모두 10억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며 재건축 추진에 따른 가치상승 기대감으로 들떴다.
신반포19차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라며 “주변 재건축아파트가 모두 분양에 흥행한 만큼 나머지 단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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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5구역 주택가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
◆옛 영광 노리는 ‘방배동’
반포·잠원 일대와 방배동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반포·잠원 일대는 신축된 고층아파트와 오래된 저층아파트가 공존하지만 방배동 일대는 아파트보다 오래된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주를 이룬다. 또 반포·잠원 일대가 속속 재건축을 추진하며 가치를 끌어올린 반면 방배동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며 저평가됐다.
이처럼 방배동은 과거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각인됐지만 2000년대 들어 다소 소외됐다. 활발한 재개발·재건축 추진으로 주목받는 다른 강남권 지역을 지켜만 봤다. 하지만 최근 곳곳에서 활발한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을 보이며 반등할 채비에 나섰다.
올 초 분양한 방배아트자이를 시작으로 인근의 방배 경남아파트도 지난해 말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물량이 없다 보니 방배동이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보다 덜 주목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네라 인근 서초동 일대 법조인이나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자에게는 아직도 매력적인 곳”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배동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동네지만 최근 방배5구역의 재건축 선정과정은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형사가 참여한 시공사 수주전에서 두 차례나 유찰이 일어나서다. 단독·연립주택 위주로 구성된 방배5구역은 최고 32층, 2557가구(임대 170가구 포함)로 재건축되며 공사 예정 금액만 7492억원에 달하는 대형 수주전이다.
방배5구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조용한 동네가 재건축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며 “시공사는 애가 타겠지만 주민들의 기대는 날로 커진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