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잔치를 벌인 시중은행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출이자로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겼지만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 평균 사회공헌비 평균 지출 비율은 3%대에 불과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조2004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사회공헌 비용으로 243억원(2.02%)만 지출했다. 신한은행 역시 1조7292억원의 이익을 내고도 366억원(2.11%)만 사회공헌비로 썼다. 그나마 KB국민·우리은행이 간신히 지출비율 5%를 넘겨 체면치레했다.
외국계은행의 사회공헌 비율은 더 초라하다. SC제일은행, 씨티은행은 이익 대비 사회공헌비율이 각각 1.72%, 1.12%로 1%대에 머물렀다.
반면 두 은행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에 보내는 배당금 규모는 늘었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배당금은 총 1145억원으로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겼고 SC제일은행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배당을 재개해 총 800억원을 본국에 송금했다.
은행을 회원사로 관리하는 은행연합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지출한 사회공헌활동비는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억원 오르는 데 그쳤고 자원봉사자 수는 295명에서 147명으로 절반(148명) 이상 줄었다.
은행연합회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대 금융협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규모만 컸지 회원사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는 독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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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전경. /사진=은행연합회 |
◆연례행사, 창업재단 활동도 미미
금융협회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이 저조한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몫한다.
은행연합회는 2006년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컨트롤타워인 은행사회공헌협의회를 발족해 은행을 대표하는 봉사기구로 발돋움했다.
협의회는 은행 본·지점과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을 연결해 은행사랑나눔 네트워크 활동을 펼쳤다. 적십자는 기업 후원금 지원과 업무제휴를 통해 긴급재난 대응이나 구호가 필요한 곳에 나눔의 손길을 전달하는 기구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일쑤였다. 협의회는 지난해 말 적십자사에 7억5000만원(새희망힐링펀드 2억5000만원 포함)의 지원금과 사회적기업에서 구입한 기초생활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이사장을 겸임하는 은행청년창업재단의 활동도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다. 청년창업재단은 2012년 5월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연합회 소속 20개(현재는 18개) 은행 및 주택금융공사가 만든 비영리 재단이다. 은행과 주택금융공사는 재단에 2020년까지 총 5000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정을 맺고 2015년까지 4000억원을 집행했다.
그런데 하 회장 겸 이사장은 지난해 “자금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은행청년창업재단의 추가 재원을 확보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가 기업 후원금을 거절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가지원 거절로 은행청년창업재단의 지난해 출연금 잔액은 75억8240만원으로 2015년(569억5520만원)보다 86%(494억원) 급감했다.
이와 관련 하 회장은 당시 “저금리 장기화로 어려운 은행의 처지를 고려한 배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년창업재단 관계자는 “초기 무료 스타트업 업체에게 일할 공간을 제공하는 디캠프가 4년 동안 3356건의 창업행사를 열고 23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창업계 허브로서 기여하고 있다”며 “은행의 출연금이 예정된 만큼 내년에는 더 다양한 활동으로 청년들의 창업지원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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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이벤트, 전담직원도 2명에 불과
은행연합회의 자체 사회공헌도 지역사회·공익부문과 문화·예술·스포츠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있어 보여주기식 캠페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서민금융박람회, 금융개혁 캠페인에 7억1100만원(27.9%)을, 학술과 교육 예술분야인 청소년금융교육단체 지원, 서민금융제도 개선 세미나 후원에 12억1200만원(47.6%)을 지원했다.
반면 금융교육 연계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민금융과 캄보디아 보건소 개보수 사업을 지원하는 글로벌사회공헌에 쓰인 금액은 각각 2000만원(0.7%), 2억7400만원(10.7%)에 불과했다.
은행연합회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는 직원도 태부족한 실정이다.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활동 금액이 수십억원, 자원봉사자 수가 수백명에 달하지만 이를 전담관리하는 직원은 수년 전부터 2명으로 고정됐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신용정보원이 분리되면서 연합회 임직원 수가 104명에 불과해 사회공헌 전담직원을 더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랜 저금리 환경으로 지원이 소폭 감소했으나 연합회와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은 여전히 다른 산업보다 활발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사회공헌 홀대론이 제기되는 은행권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남은 한해 동안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달 초 하 회장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방문해 금융교육 웹 드라마 몽골어판을 제공한 글로벌사회공헌활동도 다른 나라로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하 회장이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에 따뜻한 금융 이미지를 심어주고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