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전기차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모터가 내연기관(엔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전망만큼 전기차는 빠른 속도로 세를 넓혀간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78만대 수준. 올해는 1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물론 10억대 이상인 내연기관차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내연기관차는 점차 줄어들고 전기차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명제는 부정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2030년이면 전기차 출고대수가 내연기관차 대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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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 보급형 전기차 경쟁 치열
지난달 말 출시행사를 가진 테슬라 ‘모델3’는 가장 주목받는 보급형 전기차다. 비싼 모델S나 모델 X가 아닌 ‘누구나 탈 수 있는 전기차’인 모델3 덕분에 테슬라는 순식간에 우리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로 변모했다.
모델3의 최저 구입비용은 3만5000달러(한화 약 3934만원)다. 1회 충전으로 220마일(354㎞)을 주행할 수 있는 스탠다드 모델의 가격이다. 주행거리에 대한 두려움(Range Anxiety)을 줄일 수 있는 사양이고 가격대도 충분히 지불할 만한 수준이다. 310마일(약 500㎞)을 주행할 수 있는 롱레인지 모델과 오토파일럿 모드 등 옵션을 갖추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테슬라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모델3는 가격 대비 가장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다. 이전까지의 기록은 지난해 출시된 쉐보레 볼트(Bolt)였는데, 이를 넘어섰다. 238마일(383㎞)의 최대 주행거리를 가진 볼트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제외하고 3만7495달러의 가격에 판매된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양산된 전기차의 생산자권장가격(MSRP)을 해당 차종의 1회충전 가능거리로 나눈 지수를 지표를 토대로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이 지금까지 미국에 출시된 가장 가성비 높은 전기차라고 평가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은 1마일당 141.94달러로 가장 높은 가성비를 가졌고 볼트 EV와 모델3 기본형이 157.54달러, 159.09달러 순이었다. 현대차 아이오닉EV가 237.90달러로 그 뒤를 이었지만 격차가 크다.
물론 보조금 산정 이전의 가격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계산법인 데다 미국시장에 한정됐다는 한계는 있지만 모델3와 볼트가 이전까지 출시된 전기차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차종이 보급형 전기차시장을 완전히 선점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서다. 모델3는 현재 전세계에 50만대가 사전예약된 상태지만 올해 말까지 생산목표는 2만대에 불과하다. 볼트EV 역시 올해 생산물량이 3만대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업체들이 개발 중인 전기차들이 내년부터 속속 등장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대열에 합류하는 모델은 닛산 2세대 리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오는 9월 2세대 리프를 출시할 계획인데 업계 예상에 따르면 주행거리는 350㎞를 넘고 가격은 4만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닛산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저마다 볼트EV나 테슬라 모델3에 버금가는 가성비를 지닌 보급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390㎞(240마일)의 주행거리를 가진 코나EV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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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대응 넘어 시장확대 집중해야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는 배경에는 규제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완성차업체들의 보급형 전기차 개발계획은 각 시장에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것.
현재 보급형 전기차들의 경우 생산 및 유통비용이 소매가보다 커 판매가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차들이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미국 주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정책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 한대를 판매할 때마다 수천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이 손해를 보면서 볼트를 생산하는 이유는 미국 캘리포니아 및 9개 주의 전기차 의무판매비율제도(ZEV) 때문이다. 현재 6만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업체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총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비율을 전기차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판매한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따라 포인트가 차등 지급되며 규제치를 채우지 못할 경우 1포인트당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쉐보레 볼트는 1대당 2.88점의 ZEV 크레딧을 얻을 수 있는데 벌금을 고려하면 1만4400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얻는다”며 “기업평균연비규제(CAFE)개선 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이익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ZEV크레딧은 탄소배출권처럼 기업간 거래도 가능하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ZEV크레딧을 판매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 역시 이와 유사한 의무생산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 완성차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해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이런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전용 모듈을 기반으로 전기차 대량생산 체계를 완성하고 배터리 가격하락이 지속된다면 내연기관 이상의 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전기차 출시 경쟁에 발빠르게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기 규제 준수에 목표를 집중하기 보다 적극적인 시장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이런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전용 모듈을 기반으로 전기차 대량생산 체계를 완성하고 배터리 가격하락이 지속된다면 내연기관 이상의 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전기차 출시 경쟁에 발빠르게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기 규제 준수에 목표를 집중하기 보다 적극적인 시장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