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자신의 뇌물공여 혐의 등과 관련된 결심공판에서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 욕심을 채우겠냐”며 “절대 아니고 정말 억울하다”고 참아왔던 울음까지 터트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관련 마지막 공판에서 “제 사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 무엇을 부탁한다던지 기대한 적 결코 없다.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데 결코 아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눈물의 최후진술이 통할지 주목된다.  

다만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본인이 챙겨야할 것을 챙기지 못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는 “구속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려 노력했다”며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제가 너무 부족했고 챙겨야할 것을 챙기지 못한 것은 모두 제 책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왼쪽)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사진=뉴스1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왼쪽)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사진=뉴스1

이어 그는 “오늘의 삼성은 많은 선후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창업자이신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하며 회사일에 매진해왔다”고 울먹였다. 
이 부회장은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고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그런 부분이 드러났다고 본다”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소 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법과 정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 존경받는 기업인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특검은 그간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고, 수십여 차례에 걸쳐 공판을 진행했지만 제기된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확신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판시했듯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은 피해자다. 삼성과 피고인들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적 없고 받으려고 생각해 본 일도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의 주장이 마지막 공판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